궁전의 새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1998년 3월
평점 :
절판


예전에 국어 수행평가로 성석제의 소설이 나온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휙 읽고 넘겼지만 이번에 궁전의 새를 읽으면서 느꼈는데 성석제는 우리 국어 선생님의 취향이었다. 아주, 국어 선생님과 똑 같다.

그러니까 나는 국어선생님을 떠올리며 이 소설을 읽었다는 이야기다.

국어 선생님은 항상 남는 시간에 자신이 어제 사먹은 음식이 맛있었더라는 이야기와 최근에 읽은 책이 이상했다는 이야기, 모 영화는 어쨌다는 이야기 등을 한다. 그 말투와 이 책의 서술 방식이 너무도 닮아있었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장황하고 듣고 있으면 흥미롭고 묘사 독특하고.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주인공은 쫄쫄 굶었는데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있던 감자를 개한테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별나라에 떨어진것 같았다." 아, 그 아득한 느낌. 아득하고 머리가 빙빙도는 느낌을 그렇게 묘사하다니 코믹한 애니메이션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는 장면 묘사도 굉장했다. 울어보니까 서럽고 서러우니까 울고 우니까 박자 맞추고 그래서 펑펑펑.

성석제씨는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성석제 연표를 읽고는 조금 질려버렸다. 작가라는 종류의 사람은 왠지 다른 인종이나 별세계의 사람인것 같아.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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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1 나남창작선 56
무라사키 시키부 지음, 전용신 옮김 / 나남출판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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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겐지 이야기는 세계 최고의 소설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 한문 선생님은 아니야! 라고 외치지만 뭐, 다들 그렇다는데야.)

한 1000년 전 쯤의 소설인데, 현대문으로 번역해 놔서 그런지 몰라도 읽는데 무리없다. 재밌다.

다합쳐서 1600페이지에 달하는데 한번 읽어봐도 아깝지는 않을것이다.

뭐, 내용이라면야 겐지와 겐지 아들이 연애에 목숨거는 이야기가 다이긴 하지만.

역시 사랑이야기야 말로 끝없이 이어지는 소설의 소재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다들 겐지 하면 굉장한 바람둥이라고 말하지만 사귀는게 의외로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헤에~ 하기도 하고, 또 겐지이야기 야하지 않다. 응. 요바이 맨날 다니지만 전혀 야한이야기는 없다. 센스없는 사람이라면 역주가 없었더라면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알수 없을 정도로.

일상대화까지도 와카로 처리하는 면에서 좀 질리기도 한다.

겐지 이야기 식으로 말하면 '기가 죽는다.'

유머센스도 꽤 있다. 말적화 이야기에 보면 겐지가 부르는 노래가 엄청나게 짖궂다.

고전소설에는 고전소설 특유의 수사법이 있으니까, 그런것도 무슨 뜻인지는 알아 들으면서도 좀 특이하게 느껴졌다. '기가 죽는다.'는 말이나 '재미있게.'라는 말의 용례 같은게.

으으음. 남의 나라의 그것도 엄청~ 옛날의 이야기니까 그런 것 만으로 흥미롭게 읽을수 있다.

다들 잘 운다는건 좀 불만스러웠지만.

아아. 고전소설이라는게 확실한건 겐지라는 캐릭터 설정에서 나온다. 겐지는 너무도 빛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전기성과 일대기성에서도. 고전소설이라는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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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선생 누베 1
오카노 타케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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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 문방구에서 500원짜리 만화책으로 봤었는데 이번에 큰맘먹고 31권까지 다 봤다.

어째서 인기를 끈건가 생각해보면 소재가 특이 했기 때문이아닌가 싶다.

구성면에서 보자면 꽤 엉성하기로는 뒤지지 않을 정도다. 대사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라서 눈에 빤하다. 그정도로 빤한 대사에 감동하는 사람도 찾기 힘드리라고 생각한다.

... 하나 더 있다. 캐릭터.

나는 캐릭터에 버닝했다. 오오. 타마모!!!

'타마모' 최고! 타마모 어린애 버전 '나구모'도 최고! (나구모의 볼베(어링... 이 아니라 볼륨베어링)에도 경의를!)

아 타마모 섹시하고, 멍청하고, 아슬아슬하고, 어리석고, 무너지고, 인텔리전트하고, 가련하고, 절박하고, 불가능한 꿈을 꾸고, 부끄럼 타고, 자존심 강하고, 내가 좋아하는 면은 골고루 갖춘 타마모. 아. 좋아.

뭐. 재미는 있는 만화다.

근데 이거 언제쩍 만화인걸까. 80년대를 한참 옛날이라고 말하지만 이 만화도 만만찮은 옛날 만화인것 같은데.

... 마사루랑은 연도가 겹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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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경군 1
스모토 아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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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변태.

보고 나면 대번에 떠오르는 말이다. 분격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이렇게 유치하고 가학적인 내용이라니 미쳤어!" 라고.

심약한 사람은 2권까지 보고 때려쳤다.

그렇다면 나는 어땠냐면 "너무 멋져!"라면서 7권까지 본것이다.

불쾌한 만화였다. 어째서 이런게 메이저 만화 시장의 상품으로 등장했을까 싶었다. 그 내용의 과격함은 팬픽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2류. 싸구려. 라고 부르면 딱 좋을 것 같은 만화였는데 그런게 취향이니 별수없나.

"어째서 이렇게"라는 말만은 이 만화에 대한 감상에서 뺄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니까 서로 괴롭히고 괴롭힘당하고. 으으.

기억에 남는 대사는

"어디까지 널 좋아해야 되지."

사랑하는 마음의 괴로움 이란 면에 초점을 맞춘 만화인듯하다. 사랑이야말로 죄라는 말에 딱 어울린다.

어째서 이렇게 불타오르는 사랑일까. 라는 궁금증을 마음속에 품고 봤다.

사랑하기 때문에 괴롭다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서 읽는 내가 괴로웠다. 울컥!하고 쉴새없이 치밀어 오르는 사랑하는 마음이라는게 일그러진 얼굴로 표현되는 거다.

울고 있던 안경군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계단밑에서 뭔가 외치며 울고 있었는데 무척 아름답고 가여웠다. 산뜻한 느낌이 드는 강한 사람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구나. 싶어서.

새벽에 빛이 반짝! 하는 것 같은 느낌의 눈물이었다.

벽에 부딪힌 마음이라거나 용량부족이라거나.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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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Angel
앨리스 호프만 지음, 한혁 옮김 / 멘톨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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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이다. 연애소설도 아니고 애완동물 키우기도 아니고 조폭소설도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의 성장을 이루고 나면 모든게 사라져간다. 그것은 그저 과정이었다는 것처럼. 이상한데 집착하는 성격으로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역시 다 그대로 남아 있다면 훌륭한 소설이 될수는 없었겠지.

책이 얇을 뿐더러 문장이 읽기에 쉽게 되어있다. 문체를 말하자면 30대 초반의 어딘가 해탈한 아줌마가 시낭송이라도 하는 듯하다. 좀 허탈하고 허스키하고.

이 소설은 환상적이고 불명료한 배경과 설정 속에서 펼쳐지는 한 소녀의 성장기이다. 모든게 손안에 있던것 같던 일상의 행복과, 갑자기 닥친 고난과 좌절 그리고 성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록색의 표지가 인상적인데 내용에 대한 감상을 말하라면

환상적이었다. 라고 밖에 말할게 없다. 문신을 하는 장면들과 문신의 색이 변한 것을 묘사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 그 부분은 한번 더 보고 싶다. 차분하게 여러가지가 표현되었다. 그런건 좋아하는 분위기다.(별 네개는 그 장면에 힘입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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