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하건대 살면서 요리를 못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요리를 못해 밥 굶을 걱정을 하는 일은 불필요하죠. 하지만 요리를 잘한다면, 무미건조한 삶이 좀더 풍성해 질 수 있다는 거라는 점 역시 확신합니다.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을 위해 만든 음식은 무한한 애정으로 빚어진 하나의 창조물이자 새로운 세계이지요. 각종 양념이 섞여 들어가 맛을 내는 음식과 그 음식을 먹는 이를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통조림같은 가공식품에선 쉽게 느껴지지 않는, 만든 이의 열과 성의를 생각하게 만드는 음식은 존재만으로도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12월 들어 처음으로 소개하는 도서는 요리책 2권입니다. 전국의 10만 엄마들이 사 보았다는 예성맘의 두 번째 책 <예성맘의 우리아이 평생밥상>과, 지난 9월 종영된 드라마 '식객'의 주인공 김래원의 <김래원이 차리는 진수성찬>. 저자들의 강한 매력이 물씬 느껴집니다.  

예성맘의 첫 번째 책은 2006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는 '이유식 요리서'계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지인과 예전에 나눈 이야기가 기억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나도 금방 따라할 수 있을 것처럼 만만해 보이는 것이 장점이다'는 겁니다. 약간은 거친 표현일 수 있지만 컨셉과 내용을 꿰뚫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예성맘은 아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 고민하는 10만 부모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이들 이유식과 간식을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책은 어떨까요? 기존과 비슷한 책을 기대한다면 살짝 예상에서 벗어날 겁니다. 내용과 판형 모두 업그레이드된 버전입니다.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8년 · 96개월 · 2880일 건강식단'이라는 부제 그대로, 이유식을 먹는 아기부터 8세 이후까지 계절별, 일별 식단표가 알차게 수록돼 있습니다. 요리 연구가의 도움으로 아토피와 두뇌 발달에 도움 되는 푸드 등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영양을 섬세히 고려한 점이 눈에 띕니다. 그날 그날의 요리에 맞춘 '식단 노트'는 요리의 팁이 되기도 하고 식품 정보를 제공합니다. 식단에 실린 음식 외에도 '플러스 레시피'가 있어, '참치볶음밥'이 질렸을 때 '베이컨볶음밥'을 한다는 식으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만능 요리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어른이라고 마다할 까닭이 없으니, 책 제목 그대로 '평생밥상'을 위한 요리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에 실린 요리의 가지 수에 반할 수 밖에 없었는데, 좋아하는 '두부'가 재료로 들어가는 요리를 인덱스에서 찾아봤더니 무려 100여 개에 달하더군요. 아이가 있는 가정을 비롯해 요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요리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한번 눈여겨 보면 좋겠습니다.  

<김래원이 차리는 진수성찬>은, 김래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일주일 밥상이라는 컨셉의 7개 장으로 구성됩니다. 각 장의 제목은 '엄마 밥이 그리운 날, 엄마 손 요리', '스케줄 비는 날, 진수성찬 요리' 등과 같습니다. 예성맘의 책에서 아이에 맞춰 싱겁게 간한 요리만 보아서인지 읽다보면 전체적으로 짭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 술안주상으로 소개되고 있는 콩나물 골뱅이 무침이나 해물파전은 침샘을 마구 자극합니다. 당장 소주 한 병 사다 집에서 안주와 함께 먹어야겠다 싶을 만큼 음식 사진도 맛깔납니다. 몇장씩 섞여 있는 김래원의 사진 역시 눈길을 끕니다. 여자분들은 요리보다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이 책을 사보셔도 충분히 만족하리라 자신합니다. 남자분들은 '요리 잘하는 남자의 매력'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져 보면 어떨까요. 살짝 '엄친아'의 포스가 느껴지는 그에게서 한 수 배워 보세요.

그럼 오늘도-제 맘대로;-'음식'하면 생각나는 구절 하나를 끝인사 대신 남기겠습니다.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중 한 부분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XXX 김치'도 맛있지만 '엄마표 김치'가 최고인 까닭은 이러한 기억과 어머니의 손맛이 버무려진 가슴 먹먹한 맛 때문이겠지요.  

   
  ......그런 뒤 맨손으로 김치를 집어 입속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어줬다. 김치에선 알싸한 사이다 맛이 났다. 내 컴컴한 아가리 속으로 김치와 함께 들어오는 어머니의 손가락 맛이랄까, 살[肉] 맛은 미지근하니 담담했다. 식칼이 배추 몸뚱이를 베고 지나갈 때 전해지는 그 서걱하는 질감과 싱그러운 소리가 나는 참 좋았다. 어둑한 부엌 안, 환풍기 사이로 들어오던 햇빛의 뼈와 그 빛 가까이에 선 어머니의 옆모습, 그런 것도.  
   


+ 요리의 세계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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