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인터뷰 기사를 좋아하게 됐다. 늘 사던 잡지에서 읽는 순서는 편집자의 말, 별자리 운세, 주요 기사였는데 지금은 그달의 인터뷰이를 찾는 일이 일순위가 됐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현사회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탓이다. 시대가 하 수상하니 나라 걱정도 걱정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까닭모를 연민의 감정이 마구 솟아나는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나 역사에게 받게 될 평가를 위해서라도 대중이 지켜야 할 신뢰와 가차 없이 배신해야 할 의리는 반드시 구별해내야만 합니다.'

'배신'의 다양한 함의에 놀랐고 그럼에도 이제껏 한정적인 의미로만 사용했던 스스로에게 더 놀랐다. 언제나 배신을 당하는 입장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했을 수많은 배신들에 대해서도 되돌아 보게 됐다. 그리고 기왕 하려거든 의미있는 일에 신중하게 배신을 써먹어야 겠단 생각도. 시대의 논객 진중권부터 삼성특검의 주역이었던 김용철 변호사,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등을 통해 21세기 각분야에 새롭게 등장한 '배신'의 형태를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화장실에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완독했다. 100분 토론부터 라디오 프로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의 지론이 어떠할 지 평소에 궁금했는데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류승완의 본색>은 마음산책 출판사의 감독시리즈라는 연장선상에서 속독한 결과 유쾌했다. 찰리 채플린과 함께 무성코미디영화의 양대산맥이라는 버스터 키톤에 대한 그의 애정을 쫓아 <버스터 키톤 컬렉션>을 사보기까지 했다. (나로선 찰리 채플린이 더 좋긴 했지만.) 재능있는 감독의 재기있는 글을 보는 일은 즐겁다. 마침 '놈놈놈'의 제작기가 수록된 <김지운의 숏컷> 개정판이 나왔으니 겸사겸사 다시 보는 일 역시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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