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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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그는 단지 보이지 않는 것만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그 외에도 그는 미친 거야! 살의도 있어!"

투명인간이 보이는 폭력성에 아이핑의 사람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공포심은 더 커져간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적이 있으나 보이기만 한다면 눈 앞에 있는 것이 뻔할 것이 분명한데도 보이지 않으니 상대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그 공포심을 더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투명인간이 이런 폭력성을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 상황이 극한의 궁지로 그를 몰고 갔기 때문인지, 무엇하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잠자고 있던 내면의 악의적 살의가 깨어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런 이유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했거나 투명인간으로 변화하면서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의 인격과 인간성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인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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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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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베넷 부인은 콜린스 씨의 귀띔을 가슴에 고이 새기면서, 머잖아 두 딸을 결혼시킬 기대에 부풀었다. 바로 전날만 해도 입에 담기조차 싫었던 남자가 이제는 마음에 쏙 드는 사윗감으로 보였다.

아이고 어무니!
김칫국도 그 정도 들이켜면 속 쓰려요. 딸들의 결혼인데 딸들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으시나요?
외모만 보고 제인을 점찍은 콜린스, 제인은 곧 약혼할거라 안된다며 은근슬쩍 엘리자베스를 들이미는 베넷 여사. 근데 콜린스는 그 말에 마음을 쉽게 또 바꾸네? 결혼은 일륜지대사라 했거늘~!! 뭐, 동양만 그렇고 서양은 아닌가요? 서양은 결혼이 장난이에요?
엘리자베스도 임자있다 그러면 셋째, 넷째 계속 들이대실 건가요? 그런데 그건 또 안되겠네. 미남자 위컴의 등장에 키티와 리디아가 설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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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3
메리 셸리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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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탐험 중인 월턴이 누나 마거릿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편지로 시작되는 구성은 언제 읽어도 신선하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알고 있다고 착각해서 흘려 보냈을 디테일들을 꼼꼼히 읽어보려 한다. 고전은 재독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발견의 포인트가 있어 즐겁다. 처음 읽었을 땐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발견을 하게 될까?

사방이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망망대해에서 낯선 손님의 목숨을 구하게 된 윌턴. 그 낯선 손님에게는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깊은 고뇌에 빠져 있는 것일까? 그 사연을 듣게 되는 로버트는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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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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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권지현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살아가며 자의로든 타의로든 맞이하게 되는 숱하게 많은 만남들 중의 대부분은 역시나 자의로든 타의로든 결별을 맞는다. 이별을 맞았다고 해서 그 관계가 다른 관계들에 비해 가벼웠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별의 종류가 어찌 사랑하는 사이에만 국한되는 것이랴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이혼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유명한 배우가 남겼다는 말은 마치 영화의 명장면 명대사처럼 회자되곤 한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다."라는.

식어버린 사랑으로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해야하는 이들도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사랑한다면 슬픔도 시련도 함께 견뎌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지지하고 싶은 쪽이지만 말이다.

헤어짐, 이별, 결별이 어디 사람과 사람,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랴. 고국, 고향, 추억이 깃든 곳처럼 자신에게 특별한 기억이나 정이 깃든 장소와의 이별이나 자기 자신과의 이별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별'을 테마로 한 열아홉 편의 단편을 모은 <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은 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 작가라고 들었는데 거듭되는 이별과 거듭되는 배신과 불륜들의 스토리로 머리속에 물음표가 늘어났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결별 그 자체보다 만남과 배신, 결별이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보았다. 인간의 외로움은 혼자라서 느끼는게 아니라 둘일때도 느끼는 것. 오히려 누군가가 옆에 있는데도 느껴지는 외로움이 더 몸서리치도록 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태어남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는 씁쓸함.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단편인 '길모퉁이 카페'의 마르크는 3개월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축복받지 못할 선택을 했다. 존엄한 죽음을 맞고 싶어 안락사를 선택하는 이들과 생명의 존엄을 이유로 안락사를 금지하는 이들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은 세계 여러 곳에서 지금도 진행중이다.

외로움이 싫어서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매거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시간을 정해두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고 싶어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아이러니 가득한 그들의 방법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옳다 그르다 판단할 자격은 누구에게 있을까?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의 삶을 살았던 프랑수아즈 사강.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남긴 그녀 역시도 몸서리쳐질 정도의 외로움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프랑수아즈 사강은 파괴되어가는 그녀를 보며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 한 켠이 함께 파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불륜의 부도덕성보다 인간의 외로움이 더 아리게 다가왔던 사강의 단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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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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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최정수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사랑에도 참 여러 종류가 있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사랑에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타심이 아닐까? 나보다 상대방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랑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배제된 오로지 주는 사람만의 마음만이 중심이 된 사랑도 과연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앞만 보고 돌진하는 사랑이 저돌적이고 박력있어 보일 수는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자기만의 방식인 사랑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가벼운 사랑을 아니 가벼운 만남을 가져왔던 도로시에게 어느 날 길에서 만난 청년 루이스가 꺼내 보이는 사랑이 그러하다. 젊고 잘생긴 남자가 보이는 애정에 잠시 우쭐했을 수는 있겠지만 루이스가 보이는 사랑의 방식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감정이 없는 걸까, 양심이 없는 걸까.

루이스가 도로시를 만나기 전까지 그를 원했던 사람들이 그에게 요구했던 조건이 루이스로 하여금 사람과 사랑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갖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뛰어난 외모와 젊음이 늘 경탄과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소유욕과 지배욕, 뒤틀린 성적 유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가끔씩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낮뜨거운 뉴스로도 이미 익숙하다.

남자를 진지한 대상이 아닌 그저 하룻밤의 가벼운 상대로 여기던 도로시가 루이스에게 만큼은 남자가 아닌 루이스 자체로 대하며 함께 순수한 시간을 보낸다. 순수한 선의에서 나온 조건없는 친절은 루이스가 도로시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사람들의 상식이라는 시선에서 본다면 좀 거리가 있는 도로시이지만 그런 도로시가 바라보는 루이스는 그만큼 또 거리가 있다. 루이스가 가진 사랑의 개념에는 배타성이 개입되어 있었다. 도로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고 도로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지만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다. 도로시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도로시를 위한다. 사랑에는 많은 아이러니가 뒤따르지만 루이스가 보이는 사랑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남성 편력이 있었던 사강과 소설 속 도로시에게서 닮은 모습이 보인다. 여러 남자들과의 가벼운 사랑에 지친 사강이 폴과 같은 안정적인 사랑과 루이스의 순수한 사랑을 어쩌면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짐작해본다.

마음의 파수꾼.

루이스와 도로시는 서로가 서로에게 파수꾼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도로시는 루이스가 곁에 있는 한 남에게 쉽게 상처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바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루이스는 도로시의 곁에 남기 위해 그녀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할 것이다.

나는 누구의 삶에 파수꾼이며 내 삶의 파수꾼은 누구인지 이번을 기회로 돌아본다.

내가 살아가는 여러 이유 중 하나, 가족.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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