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최정수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사랑에도 참 여러 종류가 있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사랑에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타심이 아닐까? 나보다 상대방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랑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배제된 오로지 주는 사람만의 마음만이 중심이 된 사랑도 과연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앞만 보고 돌진하는 사랑이 저돌적이고 박력있어 보일 수는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자기만의 방식인 사랑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가벼운 사랑을 아니 가벼운 만남을 가져왔던 도로시에게 어느 날 길에서 만난 청년 루이스가 꺼내 보이는 사랑이 그러하다. 젊고 잘생긴 남자가 보이는 애정에 잠시 우쭐했을 수는 있겠지만 루이스가 보이는 사랑의 방식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감정이 없는 걸까, 양심이 없는 걸까.

루이스가 도로시를 만나기 전까지 그를 원했던 사람들이 그에게 요구했던 조건이 루이스로 하여금 사람과 사랑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갖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뛰어난 외모와 젊음이 늘 경탄과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소유욕과 지배욕, 뒤틀린 성적 유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가끔씩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낮뜨거운 뉴스로도 이미 익숙하다.

남자를 진지한 대상이 아닌 그저 하룻밤의 가벼운 상대로 여기던 도로시가 루이스에게 만큼은 남자가 아닌 루이스 자체로 대하며 함께 순수한 시간을 보낸다. 순수한 선의에서 나온 조건없는 친절은 루이스가 도로시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사람들의 상식이라는 시선에서 본다면 좀 거리가 있는 도로시이지만 그런 도로시가 바라보는 루이스는 그만큼 또 거리가 있다. 루이스가 가진 사랑의 개념에는 배타성이 개입되어 있었다. 도로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고 도로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지만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다. 도로시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도로시를 위한다. 사랑에는 많은 아이러니가 뒤따르지만 루이스가 보이는 사랑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남성 편력이 있었던 사강과 소설 속 도로시에게서 닮은 모습이 보인다. 여러 남자들과의 가벼운 사랑에 지친 사강이 폴과 같은 안정적인 사랑과 루이스의 순수한 사랑을 어쩌면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짐작해본다.

마음의 파수꾼.

루이스와 도로시는 서로가 서로에게 파수꾼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도로시는 루이스가 곁에 있는 한 남에게 쉽게 상처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바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루이스는 도로시의 곁에 남기 위해 그녀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할 것이다.

나는 누구의 삶에 파수꾼이며 내 삶의 파수꾼은 누구인지 이번을 기회로 돌아본다.

내가 살아가는 여러 이유 중 하나, 가족.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