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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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닮았네‘라는제목의 소설이 떠오르는군요^^ 유전을 재미있게 설명해줄 것 같은 제목에 두께가 무섭지 않아요. 기대가 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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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평전 - 광기에 맞선 이성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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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정민영 (옮김) | 원더박스 (펴냄)

에라스무스가 원하는 것은 평화, 평화뿐이다. 어느 편에도 들지 않고 비켜서 있겠다는 것, 평온뿐이다.

"나는 나의 평온을 원한다."

- 에라스무스 평전, 본문 중에서

에라스무스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보다는 얼마전 읽었던 발자크 평전과 같은 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에게 더 이끌려 읽게 되었다. '동일한 저자가 맞나?'싶게 분위기가 사뭇 달라 다소 당황하기도 했지만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나 허구의 소설이 아닌 실제 인물의 평전이니 오히려 그것이 더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이제사 든다.

'의지의 자유', '생각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에라스무스가 유일하게 증오하던 것이 이성에 반하는 정신인 광신이었다. 지식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인정받지 못하고 카톨릭의 영향이 거의 유일했던 중세시대에 종교인이었음에도 광적인 믿음 대신 대립과 마찰없이 자신의 자유를 획득하는 자세는 당대의 극단적인 종교인들의 눈에 곱게만 보여졌을리 없다. 교황과 루터의 종교개혁 사이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립적인 그의 태도는 공격받기도 쉬웠다. 자유를 추구하는 에라스무스에게 결정은 어느 쪽이더라도 구속이었을테다.

중립을 지키는 그의 태도가 어찌보면 극단의 우유부단함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후텐의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조차도 빙빙돌려 하는 그의 어법에 가슴이 답답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교황과 카톨릭의 부패를 개혁하고자 했던 루터마저도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변화되어 간 것을 보면 허약하고 과민한 신체조건까지 가졌던 에라스무스가 취할 수 있었던 자기만의 방어법이었을 수 있겠다란 이해도 된다. 공격적인 비판과 파괴적인 폭력보다는 해학과 조소로 종교개혁에 대한 요구를 <우신예찬>을 통해 세상에 얘기한다. 글을 통해 세상의 인정을 받고 권력자들이 그를 얻기 위해 애쓴다. 아무래도 박쥐처럼, 철새처럼 지조없이 구는 인사들보다는 중립을 지키는 자의 한마디가 더 큰 힘을 가질테니 말이다.

에라스무스의 뜻에 따르면 인문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 인간애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떠한 이데올로기와도 결탁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이념은 그만의 주장에 따라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 에라스무스 평전, 본문 130페이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이해하고 타협하는 삶. 분리가 아닌 결합을 장려하던 에라스무스였으니 서로 자기 편에 끌어들이려하는 난장판 속에서 그토록 추구했던 자유를 지키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신체적인 조건과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었던 루터와의 관계도 계속되서 거론된다.

루터에게 이 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종교였고, 에라스무스에게는 인간이었다.

- 에라스무스 평전, 본문 162페이지

평온을 원했던 에라스무스의 중립을 세상은 가만 놔두지 않았다. 공격하고 비난했다.

나치를 피해 망명을 해야했던 츠바이크가 에라스무스 평전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에라스무스의 중립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광기와 극단, 폭력 등에서 휩쓸리지 않은 에라스무스가 아니었을까. 그 혼돈의 시대에서도 평화와 화합을 바랬던 그를.

에라스무스의 시대에도 있었고, 츠바이크의 시대에도 존재했던 폭력과 혼돈이 과연 지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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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 스티븐 핑커의 역사 이론 및 폭력 이론에 대한 18가지 반박
필립 드와이어.마크 S. 미칼레 엮음, 김영서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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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 대립되는 주장은 마치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을 떠오르게 한다.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개인의 견해일 수도 있지만 주장의 근거를 조목조목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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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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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 군중 심리의 폭력성을 풍자한 국내초역의 소설이라니 제목만큼이나 기대감도 매력적으로 피어오른다. 소개글의 ‘변덕스러운 대중‘이란 말이 국민을 냄비라 부르던 어느 공직자를 떠올리게 한다. 완독후 느끼게 될 감상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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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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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 그리고 이를 되돌리려는 한 소설가의 평생에 걸친 지난한 속죄!

- 속죄, 표지글에서

어린이집에서 두 아이의 다툼끝에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의 이유를 물으니 자기가 친구를 때려서 (실수가 아님) 맞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맞은 친구가 "괜찮아"라고 해주지 않아 울었다는 것이다. 그림책 지도사로 어린이집에 봉사를 다니던 선생님께 들었던 실제 사례이다.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보다 가해자에게 면죄부처럼 주어지는 피해자의 용서가 강요되고 있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았는데 가해자는 "더 높은 분께 용서받았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있다. 피해자는 고통의 순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십 년 혹은 그보다 오랜 시간을 매분 매초 고통 속에서 죽음같은 삶을 사는데 가해자는 속죄를 통해 용서받았다며 평화를 얻는 모순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속죄의 두 연인, 세실리아와 로비의 비극은 브라이어니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갔다고 하지만 그 속죄는 누구를 위한 속죄일까. 결국은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고 싶은, 그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 않았을까.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 중에 증명하기 어려운 진실보다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 우기는 일들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남의 얘기이기만 할까.

브라이어니의 오해는 철없는 어린아이의 상상력이 보태어진 점도 있지만 자신이 속한 세계의 질서와 상황이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도 한 몫 했다. 사촌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연극 '아라벨라의 시련'의 주도권이 롤라에게 넘어가는 듯하자 연극을 없던 일로 해버리는 독단,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전해달라던 편지를 먼저 뜯어보는 일, 롤라가 당한 숲에서의 비극을 위로하며 느끼는 우월감 등이 브라이어니의 이런 성격을 드러낸다. 엄마 에밀리는 롤라에게서 그토록 혐오하는 여동생 허마이어니의 모습을 보았지만 어째서 브라이어니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일까.

브라이어니가 로비를 범인으로 몰아버린 자신의 죄를 속죄하겠다며 간호사가 된 일도 마냥 곱게 보아지지는 않았다. 속죄는 응당 피해자에게 가장 먼저 해야될 행동이 아닌가 말이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고 난 뒤 잃을 것이 거의 없을때 하는 속죄의 진정성을 믿어주어야 할까? 무거운 죄의식으로 남아있던 세실리아와 로비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자신의 상상력과 소설 안에서 이어놓고 덜어놓은 브라이어니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지 않다.

그는 그애를 용서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입은 영속적인 피해였다.

- 속죄, 본문 338페이지

평생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은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육체가 병드는 것보다 훨씬 깊은 상처로 정신과 영혼이 병들고 삶이 피폐해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로비의 인생은 외부로부터 베인 상처와 자신 내부의 비수로 베이는 결코 낫지 않을 상처를 가진채 살아가게 된 것이다.

모든 잘못에는 마땅히 반성과 속죄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 속죄에 용서가 반드시 주어져야 할까?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가 엉뚱한 사람인 로비를 가해자로 만들어버린 일은 로비의 인생 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영혼도 함께 파멸시켜 버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범인의 정체는 '헉!'하는 입틀막의 반전을 주었다. 그리고 그 반전을 뛰어넘는 또 한번의 반전도!

미투로 세상이 뜨거울때 너도나도 경쟁하듯 했던 미투로 억울한 가해자가 되었던 무고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요즘 출간되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신작들에 점점 기대감이 커진다. 감동과 재미, 소설과 현실의 접점이 빛나는 수작 <속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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