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뇌 문학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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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뇌 문학

석영중 (지음) 열린책들 (펴냄)

"안구건조증을 앓으며 '본다, 보는 것'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글쓰기였노라" 저자인 석영중은 책의 서두에 밝히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겪는 안구건조증이지만 이렇게 앎에 대한 욕구로 번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역시 석영중 교수구나'하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고대 동굴 벽화 등에서는 눈으로 본 것 뿐만 아니라 상상으로 그려낸 머릿속의 모습마저도 표현해 내었다.

몸의 눈, 정신의 눈, 마음의 눈.

본다는 것은 흔히들 몸의 눈이 보는 것만을 생각하게 되지만 책에서는 몸의 눈이 보는 것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것을 일깨웠다. 우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 익숙한데도 말이다. 이에 더 나아가 본다는 행위는 다른 감각들과는 달리 비윤리적으로 타락할 수도 있는 윤리적 감각이며 시선만으로 타인을 향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뿐인가? 인간이 검색하는 주체인 동시에 데이터로써 검색당하는 현실 세계와 코로나로 인해 팬데믹 시대를 겪어내며 당면하게 받아들였던 타인의 시선과 감시들을 문학에서 예를 들어 설명하는 석영중 교수의 관점은 책장을 넘기며 챕터를 새로 열 때마다 감탄일 수밖에 없었다.


 

시각의 윤리에 대해 얘기하며 거론된 여러 디스토피아 문학들.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오웰의 <1984>와는 달리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먀틴의 <우리들>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둘러보면 온통 비관적인 뉴스와 현실에 작은 희망이라도 품어보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리라.

248p. (생략)이 불가능한 것을 지각하는 현상을 환각이라 부르는데, 인지 신경 과학에서는 두뇌가 망막에 등록되지 않는 시각적 특성까지도 그 지각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이를 설명한다.

환각, 환상은 눈으로는 보지 못하지만 뇌로는 보는 현상이다. 뇌전증 등의 질병을 앓는 이들이 보게 되는 환상이 그러하다.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뇌전증을 문학으로 어떻게 표현해 내고 승화시켰는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한편 이 모든 현상들을 문학에서 찾고 거론하며 하나로 아우르는 석영중 교수의 설명이 빛난다.

완전한 몰입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 시야를 완벽히 차단하는 가상 현실 또한 여러 감각을 자극하여 만드는 환상이다.


 

생명체의 눈은 물체를 지각하는 감각기관에 그치지 않는다. 눈동자의 움직임과 눈빛은 언어와 몸짓보다 더 많은 의미를 주기도 한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면 시각을 잃은 인류의 폭력과 혼란, 인류애 등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눈은 단순한 시각 기관에 그치지 않는다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간과해왔던 것 같다.

<눈 뇌 문학>을 통해 눈과 시야, 그 너머의 것들을 보는 것 등 과학적 지식을 딱딱한 정보 제공을 넘어 문학으로 풀어내는 탁월함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독서였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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