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 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인문학 로드맵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강신주 (지음) 오월의봄 (펴냄)

26p. 자본주의의 진정한 목적은 소비하기 위해 또다시 노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데 있지요.

301p. 돈이 없으면 우울하고, 돈이 있으면 명랑해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산업자본이 우리의 욕망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분명한 징표입니다.

-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본문 중에서

TV 강연을 즐겨보곤 하는 터라 무심코 돌리던 채널에서 '강신주의 장자 수업'을 하기에 돌리던 채널을 멈추고 집중하려던 순간, 아마도 내가 채널을 멈췄던 그 순간이 강의의 글라이 막스였던가 보다. 강신주 님이 꽤 흥분한 어조로 쇳소리에 가까운 큰 소리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앞뒤 내용을 모르고 멈췄던 나는 혼나는 기분이 들어 급히 채널을 돌렸었다. 그 후로도 몇 번 하필이면 채널이 멈춰 설 때마다 같은 상황이 일어났고 '장자 수업'은 궁금하면서도 그 강연을 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고전 문학에 대해 강연하는 지금보다는 젊은 날의 강신주 님을 보게 되었고 조곤조곤 정말 알기 쉽게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걸 보곤 유튜브로 장자 수업을 정주행 중이다. (이렇게 쉽고 친절하게 풀어주시는데 도대체 내가 봤었던 것은 어느 대목이었던가?)

오프라인 강연을 다녀온 친구들의 추천과 호평 일색으로 이제는 강신주 님이 쓴 저서들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강연이 좋았으니 교정과 검수를 거친 책들은 또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이유로 첫 선택을 하게 된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다. 역시는 역시였다. 처음부터 읽는 내내 단 한 대목도 동의하지 않을 곳이 없었다. 이토록 쉬운 설명이라니! 이토록 친절한 설명이라니!! 그간 읽어왔던 자본주의에 관한 도서들 중에 내게는 단연코 최고다.

인덱스를 붙여가며 읽노라니 '차라리 책표지에 굵고 큰 인덱스를 하나 통째로 붙여야 하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짐멜, 벤야민, 부르디외, 보드리야르, 페라리스' 인문 지성 5인이 자본주의에 대한 사유를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니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3장 부르디외의 자본주의적 아비투스'에서는 어렴풋하던 의혹과 의문들이 해결되는 시원함마저 있었다. 세대 차이라고 막연하게 느껴왔던 기성세대의 자본주의와 미래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자본주의와 전자본주의, 가능성의 미래와 잠재적 미래의 차이로 설명해 주었다.

노동자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억눌린 감정이 어째서 때로는 단순히 분노의 감정적 표출뿐인 반란이 되고, 어떤 때는 새로운 사회체제의 변화를 끌어내는 혁명이 되는지에 대한 이해도 쉬웠다. 이쯤 되면 자본주의 강의의 일타 강사라 할 만하지 않은가!

439p. 자본주의에서의 자유는 돈을 가진 자의 자유, 소비의 자유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소비의 지유란 결국 돈에 대한 복종의 이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본문 중에서

상업자본, 산업자본, 금융자본으로 세대를 거치며 성장한 자본주의 안에서 유행, 욕망, 버킷리스트 등 이름을 달리한 자본주의의 집어등은 호시탐탐 노동자를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 진화해왔다. 그리고 이제 소비자는 다큐미디어자본의 시대에 데이터를 남기며 자발적으로 생산수단에 자기 착취를 하게 되었다. "자기가치화가 자기착취와 함께 하는 과정"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에서 웹자본주의를 숙고했던 페라리스 부분을 새로 추가한 것은 탁월했다.

그 탁월함에 반해 강신주 님의 다른 저서들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직 강신주 님의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라면 <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부터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출판사 오월의 봄의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