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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
에바 일루즈 지음, 강주헌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해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여자> '오프라 윈프리'를 가리켜 지칭한 말로 이 책의 소제목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그녀의 성공은 미국내에서도 독보적이다. 여자로서 흑인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녀가 저 밑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그 과정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이 책은 그녀의 자수성가해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오프라'의 자전적 성격을 띠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그녀의 쇼, 바로 <오프라 윈프리 쇼>가 가진 매력과 토크쇼의 진행자로서 '오프라 윈프리'를 분석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에바 일루즈'는 일면 가벼울 수 있는 토크쇼를 미국인들의 삶의 한 부분으로 승화시킨 오프라와 그녀의 쇼를 문화적으로 일일이 해부하며 보여준다. 물론 쉽게 풀어썼다고는 생각진 않는다. 한편의 평론서이자 논문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문화를 생산하며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 쇼의 청중들, 쇼에 출연한 게스트들, 그리고 쇼의 주인인 '오프라 윈프리'에 대한 저자의 심리적 분석을 통한 접근도 돋보인다. 이 쇼는 미국을 넘어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하나의 공감대로 묶어주는 것을 포함하여 그들 모두 '자아'라는 정체성을 가진 인간들이 엮어내는 한편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기에 특히 인간들의 생활양식인 문화 이면에 깔린 심리적 접근은 왜 이 쇼가 그렇게 인기가 있고, 또 사람들은 열광을 하는지 충분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솔직히...충분하다 못해 넘친다..약간은 지루할 정도로...)
저자인 '에바 일루즈'는 쇼의 중심이 사회자이자 혹은 호스트일 수 있는 '오프라 윈프리'에 쏠려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녀 또한 이 토크쇼의 객체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어느때는 호스트로서, 또 어느때는 게스트의 입장으로서 쇼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바로바로 풀어놓음으로써 청중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프라'의 진솔함일 수 있고, 전략적인 면일 수 있는 어쩌면 두 개다일 수 있는 그녀의 무대에서의 호스트에서 게스트로의 위치변화는 매우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또한 토크쇼의 게스트로 나온 '불행한 사람들'은 곧 쇼의 호스트이자 무대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어, 청중들을 포함한 '오프라 윈프리'까지 모두 다 공감대를 이룸으로써 게스트들이 얼마나 유명한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각자 일관성있는 감정들을 가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프라 윈프리 쇼'의 독특한 색깔이자 무기인 것이다.
저자는 이와같은 청중(시청자를 포함한)과 무대위의 인물들과의 동질감 혹은 어울림을 매우 독특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오프라 윈프리 쇼'가 TV밖을 넘어선 대중적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만들었다고 저술하였다.
이 쇼를 보고 난 사람들의 동질감은 바로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통해 위안을 느끼는 것이 아닌, 나 자신도 저렇게 뜻하지 않는 '불행한 위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포한 동질의식이다. 보통의 통속적인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욱 현실감있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선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오프라' 그녀 또한 '불행한 위치'를 겪었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오프라를 유명한 여성 스타로 보는 것이 아닌 비운의 시기를 겪은 인물로 본 다는 것이다.
오프라는 자신을 포함하여 이러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중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치유'라는 담론적 형태로 제공하였으며,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내제되어 있는 고통이라는 하나의 경험적 의식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의도'된 치유를 하기 시작했다. 즉, 자신이 분명 가지고 있지만, 애써 자아라는 자신의 중심원안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 문제점 혹은 고통들을 다시금 끌어안으며 해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건강한 자아로 회복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기 계발이라는 것과도 관계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자신의 언약이기도 한 것이다.
비록, 오프라의 토크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토크쇼들 또한 관음증적이고 오락적인 면모를 분명 가지고는 있지만, 오프라의 쇼는 각자의 숨겨진 세상을 공론화시키고 또 그럼으로써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분명한 인식을 갖지 못했던 공통된 사람들끼리 보이지 않는 동질성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공통의 목적과 의도를 지니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오프라의 과거 경험에 따르는 하나의 치유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치유적 담론들을 시청자들과 게스트들은 똑같이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작가는 오프라의 팬이다. 그리고 오프라 쇼에 대한 여러 형태의 비판들 혹은 비난들, 예를들어 사회적 저급 문화의 확산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토크쇼가 보여주는 관음증적인 태도, 그리고 가정의 일탈(이 가정의 일탈은 오프라가 말하는 하나의 치유의 형태이다)등.. 무수히 쏟아지는 이러한 비난과 비판들을 저자 특유의 방대한 문화적, 자본주의적 세계관을 통해 방어를 한다. 이러한 저자의 방어적 태도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오프라 쇼가 가지는 문제점 뿐만 아니라 작은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텔레비젼 토크쇼들이 만들어내는 상업적, 오락적인 의도 또한 곁가지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오프라는 분명 어딘가에 속하지 않는 자유적 행태를 지향하는 듯 하다. 그녀가 결혼이라는 세속적 경험을 하지 않았다는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만의 자유로운 생각이나 행동들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통과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 볼때 사람들은 왜 그녀를 닮고 싶어하는 지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녀는 종교적, 인종적, 그리고 성적인 고통을 감내 하였으며 그것을 자기 성공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현대 사회를 사는 누구나 다 사회적 병폐속에 노출되어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기에 겉으로나마 이것을 계속 치유하려는 그녀의 행동은 분명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바이다.
오프라가 자주 말하는 "잘못되는 것은 없다. 교훈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그녀의 정신은 자신들의 고통에 너무 빠져들어 자칫 자아를 잃을 수 있는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을 하나의 치료약일 수는 있다. 하지만 동양적인 나의 시각으로 봤을때 그녀의 생각에서는 희생이라는 면모는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오프라의 삶이 희생과는 거리가 먼 고통의 연속이었고 어느 일면으로는 피해자로서의 삶이긴 하지만,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에 자기 계발에 대한 오프라의 주장만 있고, 희생이라는 감성적인 제외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인격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생이라는 면을 부여 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은 씁쓸하다. 물론 희생이라는 측면을 강조한다면 결코 치유적 형태로의 담론이 될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이야기들이 오프라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 연구를 통한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이기에, 저자 또한 충분히 그녀를 해부학적인 통찰력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다 일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덧붙임>
개인적으로 3주라는 꽤 긴 시간동안 책을 읽었는데...상당부분 용어 자체가 어렵기도 했지만, 단어에 있어서 추상적인 개념이 많이 내포되어 있어서 더 힘들었던 책인것 같습니다. 하나 예로 든다면... '의도'라는 단어 역시 꽤 어려운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인문서적은 쉽게 읽히지가 않는군요...
하지만 미디어쪽 전공자나 관련 분들이 한번 쯤은 읽을 만한 책인거는 분명한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