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올린 추석 손님에서 길고양이 세마리가 집에 들렀다고 하였는데, 역시나 추석이 지나고 음식 냄새가 사라지자 그 뒤로는 잠깐 잠깐씩 들린다. 그래도 멀리는 가지 않고 집 주변 어딘가에 기거하는 듯 보인다. 주말 같은 때 음식 냄새가 나면 이 녀석들 몰려 오진 않고 한 마리씩 온다. 그러다 조금 있으면 또 한마리가 오고, 나머지 한마리도 어느샌가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다(물론 세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올때도 있긴 하지만 드물다). 음식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주고 있는데(짜거나 매운것은 절대 주지 않는다), 집에 있는 식품을 주기엔 녀석들 건강 위험도 있고 또 많이는 먹지 않아도 이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집 먹을거리가 장난아니게 나가고 해서 마트가서 2kg짜리 사료를 사다놨다. 벌써 한 봉지 다 먹고 얼마 전에 또 사다놨다.

세 녀석 모두 지네들 장난칠 때 빼고는 끽소리 내지 않는다. 자기들끼리는 텔레파시로 말하는 모양. 그런데 얼마 전에 셋째 하록이가 처음 나한테 입을 열었다. 들릴락 말락한 울음소리를 냈는데, 냥~~ 냥~~ 거린다. 소리가 모기 소리이다. 배고픈듯 하여 사료를 주니 눈치를 슬슬 보며 먹는다. 첫째 랑이나 둘째 삼식이는 소리를 낸 적이 없다. 다만 맛있는 거, 특히 냄새가 나는먹을거리를 가져다주면 그르렁거린다. 빨리 주라는 듯, 앞발로 들고있는 든 접시를 치려는듯한 모양새다. 음식을 얘네들 밥그릇에 붓기도 전에 머리 디밀고 먹는데, 특히 랑이가 젤 빠르다. 다음 그릇에 부어주면 삼식이가 낼름 와서 먹고, 하록이는 뒤에서 한참 동안 멀거니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그릇을 하록이에게 밀어주면 그제서야 먹는다.

몇번 그런식으로 하록이는 제일 나중에 먹다보니 가장 먼저 먹은 랑이가 항상 하록이의 밥그릇을 노린다. 물론 맛있는 것을 먹을 경우에만. 이 녀석들 조금 관찰을 해보니 각기 성격이 조금씩 드러난다. 랑이가 가장 활발하지만, 먹을 것 주지 않는 이상 꽤 가까이 다가가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선 삼식이가 제일 느긋하다. 심하게 가까이 가면 삼식이도 물러나지만, 막내 하록이는 다가갈 기세만 보여도 이미 튈 곳을 알아보느라 두리번 거린다. 요즘은 꽤 많이 나아졌다. 조금 다가가도 움직이진 않지만 항상 나를 주시한다.


* 사진들은 클릭하면 커짐...

아래 사진은 랑이가 발로 목덜미를 긁는 것을 찍은 사진인데, 내가 무슨 순간 포착을 잘하여 이런 그림이 나왔냐하면 그렇지 않고 목덜미를 긁다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잠깐 멈짓 하였다. 옆에 하록이는 먹느라 여념이 없다.
          


나무에 올라가 있는 랑이. 나무를 타고 담장을 오를 수 있고 아무튼 어디를 가든지 나무를 탄다. 새 잡으려고 나무 타는 경우도 있는데 번번히 노려만 보고 끝난다.
           


하록이와 랑이. 서로 냄새를 맡으며 안부를 전함. 마치 뽀뽀 하는 것 같아서 찍었다.
            


앞에는 삼식이, 뒤에는 랑이. 밥 다먹고 난 뒤, 또 주라는 듯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다.
            


삼식이의 경우 밥 먹을때 사진 찍으면 잘 쳐다보지 않는데 한 손에 먹을것 들고 있으면 저렇게 쳐다본다.
            


물 먹을때 얘내들 혀에 적셔서 먹는 것이 아닌 혀로 물을 입안으로 퍼 나르듯 먹는다. 물 먹을때는 혀가 아이스크림 수저같이 좀 넓적하게 펴진다.
            


이 사진을 제일 좋아하는데, 삼식이 뒤에 있는 나뭇잎들이 마치 수채화로 그린듯한 인상을 준다. 삼식이가 나무에 오른 모습을 아래에서 찍었다. 위에서 보면 어떤 모습일까.
            


하록이는 랑이나 삼식이가 있으면 조금은 용감해진다. 가까이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하록이는 얼마전부터 찍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흔들린 사진 뿐이 없었다.
            


랑이가 빠끔히 쳐다보는 장면. 하록이가 잘하는 짓인데...
            


랑이가 물먹고 난 뒤, 찍은 사진.
            


개인적으로 삼식이를 가장 귀여워하는데, 표정도 다른 애들보다 조금 많고, 내가 긴 나뭇가지로 앞에서 알짱 거리면 항상 그거 잡으려고 애를 쓴다. 가끔 재미없는 듯, 뒤를 돌아 물러나가다 갑자기 뒤돌아 나뭇가지를 잡으려고 손살같이 앞으로 쭉 뻗는다.
             


하록이는 새색시 같다.
             
             
             


하록이도 나무를 타긴 하는데, 모험 하듯 타지는 않고, 그냥 두꺼운 나뭇가지에만 앉는다. 랑이와 삼식이는 새 잡으려고 조금 가는 나뭇가지에도 앉는데.
             


하품하는 하록이.
             


ps.
이 글을 올리기 방금 전, 애들 있나 마당에 나가보니, 하록이만 구석에 있다. 나머지는 어디 가고 혼자 있을까. 심심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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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0-1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카오스냥이는 저의 로망냥이.. 세 고양이들이 다 예쁘네요.
길고양이들에게 가장 필요한건 물이라고 이야기해주려고 했더니, 이미 물도 함께 주고 계시군요. 겨울 될 수록 물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물 주는 것이 좋아요. 고양이의 수명이 20년인데, 길고양이의 수명이 4-5년도 안 되는 것은 물 때문에 병에 많이 걸려서래요.

겨울 되니, 저도 집 주변의 고양이들 걱정되네요. 길고양이들 사료도 올 겨울 함께 장만해야겠어요.

쿼크 2010-10-17 18:30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저도 물에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근데 가끔 이 녀석들이 제가 놓은 물은 안먹고, 고인 물을 먹더라고요. 그것말고는 특히 신경쓸게 없네요.. 얼마전에 길고양이 로드킬 당한 것을 보고...얘네들 생각이 부쩍 나더라고요. 길가에는 나가지 말아야할텐데... 암튼...들려주셔서 감사~~~ 말로 이야기,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