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흔히들 말하는 '과학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과학'이지 과학은 정말이지 광대한 학문입니다(어느 학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입니다). 이론과학부터 응용과학 그리고 더욱 세분화된 공학까지. 공학은 그 자체로 경제, 경영분야의 한 챕터로 두어도 무방합니다. 반대로 스펙트럼을 넓히다 보면 인문 분야로까지 걸치게 되고, 인문 분야의 바탕인 철학(과학철학 혹은 과학사)까지 확장됩니다. 철학 이전에 과학사라는 역사가 있고 역사를 보려면 마찬가지로 과학사에 얼굴을 내밀었던 인물들 또한 알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과학은 '우리들이 거쳐간 그 모든 것'이지요. 물론 앞으로 '거쳐갈 것'조차도 범주에 넣을 수 있고, 이것은 미래학과도 연계됩니다. 엄밀히 말해 미래학 자체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인문,사회,경제학이 섞여 있습니다. 과학에서 미래학은 윤리학(특히 생명윤리 관련)과 먼저 손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겠지요. 과거의 과학은 오히려 문학속에서 많이 등장했습니다. 과학이 자체로 지식이었던 시절, 또 철학의 한 분야에 머무르던 시절에 말입니다. 우주를 이야기할 때, 시인의 상상력이 먼저 그 포문을 열었고 과학을 노래한 시 중에서 그것의 운율속에 (시인이 의도했던지 않았든지 간에) 논리가 압축되어져 숨겨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과학이라는 학문은 꼭 이렇다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수 있는 학문은 아닙니다. 그만큼 과학이 차지하는 반경은 무궁무진하게 넓다는 의미로 짧은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과학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우주? 나노 기술? 뇌? 우주선? SF? 외계인? DNA? 시간여행? ..... 과학과 연계된 키워드는 쉽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키워드들은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나열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거미줄의 모양새처럼 서로서로 엮여 있다고나 할까요? 서로서로 얽혀있습니다.

현대의 과학은 크기의 과학입니다. 점점 더 큰 것을 향해 가는 것과 동시에 점점 더 작은 것을 향해 갑니다. 대표적인 크기의 과학은 천문학과 입자물리가 있겠지요. 이러한 크기의 과학은 단순히 물리적(물질적), 공간적 차원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공간을 다룸과 동시에 시간도 다룹니다. 우주를 연구하다 보면 엄청난 숫자의 시간과도 대면해야 하며, 입자를 다루다보면 찰나의 순간과도 마주칩니다. 모든 것은 시간에 묶여있으니까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젠 과학책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과학'이라는 장르가 너무나 방대해서 몇가지 범주로 나눠보겠습니다.

단순히 '천, 지, 인'으로 구분하여 보겠습니다. 별 의미는 없습니다만 이렇게 구분한 이유는 온 만물을 소개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소개하기도 편할 듯 싶구요.

먼저, '천'이 있습니다.  '천'은 하늘이고, 우주이지요. 또한 빛이고 공간이며 이에 날줄과 실줄처럼 엮여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범주에 포함되는 분야는 간단히 말해 물리학이라는 큰 범주에 집어 넣을 수 있겠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우주 관련 교양 서적으로는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 '브라이언 그린'의 <엘리건트 유니버스>,  또 같은 저자의 <우주의 구조>라는 책을 뽑을 수 있습니다. 이 책들은 현대물리에 기반한 책들이며, 양자역학의 기초가 되는 이야기를 그나마 쉽게 풀어서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한차원 깊숙히 들어간다면 '미치오 가쿠'의 <초공간>과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가 있습니다. 이 책들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차원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또 양자물리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면 '안톤 차일링거'의 <아인슈타인의 베일>과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의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라는 책이 있습니다. 한발 더 깊숙히 내딛는다면 '세스 로이드'의 <프로그래밍 유니버스>가 있습니다. 또 입자물리에 관해 알고 싶다면 '이종필'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라는 책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다음으로 '지'가 있습니다. '지'는 땅이고 또한 물질입니다. 우리가 발 디디고 서있는 지구의 역사도 품습니다. 지구의 역사는 그 먼 옛날 지구의 주인의 흔적들인 화석에 대한 이야기부터 원소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방대하니 풀어놓습니다. 이것의 범주는 지구과학과 화학정도로 묶을 수 있습니다.

화학관련 책으로는 '필립 볼'의 <화학의 시대>와 역시 같은 저자의 <자연의 재료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또 '마이클 J. 벤턴'의 <대멸종>은 진화사와 관련한 책이긴 하지만 지구의 연대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나 '닉 레인'의 <산소>는 역시나 진화론과 엮어서 지구의 상태 변화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산소>는 아쉽게도 절판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이 있습니다. '인'은 곧 사람이며, 사람을 가리키는 과학의 대표적 범주는 바로 생물학입니다. 또 근래 들어 뇌과학에도 관심이 많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진화론에 관련된 많은 책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제임스 D. 왓슨'의 <이중나선>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만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안 읽은 사람도 꽤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물론 저도 안 읽었습니다. 항상 읽을 예정인 책 중의 한 권이지요. 오히려 '조너던 와이너'의 <핀치의 부리>나 <초파리의 기억>은 생소할 듯 싶지만 읽으신 분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권장책입니다('핀치의 부리'는 아직 읽어보질 않았습니다만...). <초파리의 기억>은 물리학에서 생물학으로 보직 변경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여담입니다만 '이매뉴얼 더만'의 <퀀트>는 물리학에서 금융학으로 보직 변경한 과학자 이야기를,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의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는 물리학자에서 소설가로 보직 변경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대 생물이 사람이라는 진화사 정점(현재까지는)에 이르는 생명의 복잡성을 '변이'를 통해 설명하는 '닐 슈빈'의 <내 안의 물고기>와 '마크 W. 커슈너'와 '존 C. 게하트'의 <생명의 개연성>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또 생명의 시작이자 완성이라는 입장에서 박테리아와 미토콘드리아를 기술한 책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도 추천하는 책입니다. 인간의 마이크로적 메커니즘인 호흡과 노화, 생식을 통해 생명의 위대함과 경외로움을 보여주는 그런 책입니다. 미시세계를 이루는 것들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화론 관련 다른 책들중에는 책보다는 오히려 저자를 말하면 와 닿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리처드 도킨스'인데요. 많은 책들을 있지만 최근에 출간한 <지상 최대의 쇼>를 도킨스의 저서 대표로 리스트에 올려 놓습니다. 이 책은 진화론을 떠받치는 증거를 선보인다고 할까요? 다양한 선례를 선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지상 최대의 쇼>의 내용 중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 비교를 통한 연대측정 부분에 흥미를 느껴 역시 최근에 나온 '매튜 헤드만'의 <모든 것의 나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작년(2009)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150주년이었지요. 그래서 리스트에 다윈의 평전 한 권을 올려 놓습니다.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의 <다윈 평전>입니다. 

또 뇌과학과 관련해서 예전에 BBC 다큐멘터리에서도 방영한 바 있는 '수전 그린필드'의 <브레인 스토리>가 유명하지요. 뇌과학은 짧은 시기에 책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는지라 저도 사실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표 뇌과학 도서로 '조지프 루드'의 <시냅스와 자아>를 추천하지만 읽기는 그리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문호'의 <뇌, 생각의 출현>은 뇌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물리적 모든 현상을 하나 하나 생각하다가 뇌로 집적시켜버리는 그런 책이므로 순수 뇌관련 책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자의 다양한 과학책 읽기를 통해 네트워크 구도를 지닌 자연과학 분야를 소개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의 뇌과학은 물리적 혹은 해부학적이라기 보다는 인지과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뇌보다는 마음인데요. 대표적 도서로는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전파를 탔던 <마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것 또한 추천 도서입니다. 인지과학 분야에서 유명한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이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어렵지만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간단히 몇 권의 과학도서를 소개했습니다만 이외에도 많은 과학 서적들이 있습니다. 소개한 책들보다 당연히 소개하지 않은 좋은 책들이 믾이 있습니다. 물론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들입니다. 위의 책들은 잘 알려진 보편적인 책들이니 몇 권 더 소개할까 합니다. 가령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과학의 탄생>, '션 B. 캐럴'의 <이보디보>, '로돌포 R. 아나스'의 <꿈꾸는 기계의 진화>, '에릭 R. 캔델'의 <기억을 찾아서>, '제임스 E. 매클렐란 3세'와 '헤럴드 도른'의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존 캐리'의 <지식의 원전>, '로버트 M. 헤이즌'의 <제너시스>, '장대익'의 <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한때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과학 칼럼을 묶은 '최무영'의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와 같은 책들도 기회되시면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조금씩 읽는 것이 질리지 않고 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PS.

1. 위에 있는 책들 중에 읽은 것도 있지만 읽지 않은 책도 있습니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최소한 한 번씩은 빌려다 놓고 떠들어 보기라도 했으니 무턱대고 소개한 것은 아님을 알아주세요.

2. 혹시나 제가 소개한 책들 말고 다른 책들도 소개받고 싶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따로 링크를 걸겠습니다. 이 블로거분들은 저보다 훨씬 많이 알기 때문에 더욱 직접적인 도움(제 생각이긴 하지만요...)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링크 : 블로그 'Null Model'의 '아이츄판다'님

링크 : 블로그 '급진적 생물학자'의 '김우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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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와 자아- 신경세포의 연결 방식이 어떻게 자아를 결정하는가, new humanist classic 5
조지프 르두 지음, 강봉균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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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박문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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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이영돈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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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본능-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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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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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탄생- 자력과 중력의 발견, 그 위대한 힘의 역사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이영기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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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션 B. 캐럴 지음, 김명남 옮김 / 지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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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기계의 진화- 뇌과학으로 보는 철학 명제
로돌포 R. 이나스 지음, 김미선 옮김 / 북센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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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찾아서- 노벨상을 수상한 위대한 천재 과학자 에릭 캔델의 삶을 통해 보는 뇌와 기억의 과학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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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제임스 E. 매클렐란 3세.해럴드 도른 지음, 전대호 옮김 / 모티브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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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원전- 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인류 지성사를 빛낸 원전 기록들
존 캐리 엮음, 이광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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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시스-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로버트 M. 헤이즌 지음, 고문주 옮김 / 한승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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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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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해학과 재치가 어루러진 생생한 과학이야기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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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0-10-2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인사 드리며, 좋은 책을 많이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빈서판>이 안 보입니다.)

쿼크 2010-10-28 18:42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반갑습니다 ^^... '빈서판'을 추천도서에서 뺀 이유는 제가 읽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천도서에 있는 책들 대부분이 제가 읽었거나, 읽다만 책들(도서관에 대여한 책...)입니다.. 저도 기회되면 보고 싶지만, 언제 읽게될지는 모르겠네요ㅜㅜ... 참..읽다만 책들 중에는 쭉 훑어만 본 경우도 있답니다..그러니 참고는 하시되, 꼭 확인해보고 구매하셨음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