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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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곳은 아마존 사이트였다. 새로 출간된 과학관련 책들은 뭐가 있는지 궁금하면 가끔 들러서 이리저리 눈팅을 하곤 한다. 2008년 1월이던가..2월이던가... 암튼 그때 책 제목을 처음 접하고 정말 읽고 싶어졌다. 알라딘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원서로 구매할 수가 있었다. 그때 당시 2000원짜리 쿠폰까지 하면 2만원에 살 수 있었는데, 어차피 바로 읽을 수도 없고 해서 미루게 된 것이 몇 달 지나니까 환율의 변동땜시 수직상승을 하더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4만원 근처까지 올라갔던적이 있었다(아마도...). 미친척하고 살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그때 그 기분이란...무슨 앓던 이 빠진 기분이랄까? (구매를 2009년 6월에 했으니 꽤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한껏 고조된 구매의욕이 순식간에 꺾여버리게 되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책 표지 때문이었다. 나름 표지에 신경쓰는 타입도 아니고, 오타나 탈자나 뭐 그런것에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 자신 조차도 모르는 트리거 영역(내내 명랑하니 있다가 어느 영역 혹은 어느 수준을 건들면 금세 분노로 바뀌는)이 설정되어 있지 않나 싶다.

먼저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전혀 다른 일러스트레이션이 떡 하니 아니 어지러히 인쇄되어 있었다. 미취학 아동이 까까 사 먹고 모아놓은 별 이상한 동물 스티커들을 아빠의 양장본 표지에 무차별로 붙인거 마냥 테러해 놓은 표지였다.(비약이 심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첫인상이 그랬으니까...) 





 

 

 

 

 

 

 

  

암튼 그랬다.

내용 자체는 책 제목에 너무도 잘 압축되어 있다. 다만 이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본 것은 '닐 슈빈'의 환원주의적 접근에 대한 방식이었다. 나도 이러한 과학적 접근 방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설명하기 그렇지만, 이 책에 드러나지 않은 것이 드러난 것 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가령 파충류의 턱뼈들은 인간에게 와서는 퇴화되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기능을 하는 뼈로 대체되었으며, 이는 인간의 귓속의 뼈들로 대체되었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필요한 부속을 무로부터 창조하지 않고, 기존 불필요한 것을 끄집어 올려(이 경우에 있어서 턱뼈에서 귀쪽으로...) 새로운 부품으로 대용하게 했으니, 의외로 에너지 낭비없는 실용적인 설계인 것이다.

이런 것들야 말로 정말 '내 안의 물고기'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나를 보기 전에 물고기 부터 보라는 이 환원주의적 내용은 꼬리에 꼬리를 잇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과연 인간은 지구 생물 진화의 종착역인가 하는 물음으로 자연스레 이끈다.

진화 중심에서 봤을때, 당연히 아닐것이다. 지금까지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진화의 가지는 제일 최상층에 위치하지만 이는 언제든지 또 다른 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마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다음 물음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렇다면 진화는 연속적인가? 아님 불연속적인가? '라는 물음이다.  이에 대해 나로선 지식이 없어서 뭐라 할 수는 없다. 누구는 진화를 연속적으로 보고 있을 것이고 이는 지금도 아주 느리지만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진화는 불연속적이고, 이는 지금의 진화는 멈추워있거나, 거의 멈춰진 상태에 있다는 말이된다. 거대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 '내안의 물고기'에서는 진화를 어떤식으로 표현을 했을까?

저자인 '닐 슈빈'이 연구하고 있는 영역을 보면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는데, 저자는 고생물학자이면서 현재는 의대에서 해부학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라는 점이다. 그러니 이 책은 좀 더 거시적이다. 해부학적인 요소가 곳곳에 드러나 있는데, 어찌보면 '발생 그 이후'라는 의미에 더 가까울 듯 싶다. 여기서 주로 다루는 것들은 발생이라기보다는 발생 이후의 '변형'이다. '변이'라 할 수 있겠지만, '변이'는 곧 학문적 용어로서 쓰이므로 나로선 이미지만 얻을 뿐 자세한 것들은 알 수 없었다.

이 책의 전반적 이미지는 발생은 고생물에서 찾고, 변형(혹은 변이)은 현 의학안에서 그러니까 해부학이라는 영역에서 얻으려한다는 이미지이다. 그러다보니 진화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인간 이후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담겨있지 않다. 미래에 인간이라는 종이 어떻게 진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들어있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화에 대한 그의 상세한 의견이 들어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냥 보이는 것과 발견한 것의 조합쯤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에 대한 무수히 많은 사족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오직 발견한 것과 그에 대한 저자의 연구내지 학계의 연구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분명 환원적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인간의 팔과 다리, 두개골, 척추, 몸의 구조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설명가능하다는 이야기), '잃어버린 고리'라는 상당히 거대한 카테고리를 건들지 않고(진화론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찾아낸 고리'라는 단순한 몇 개의 샘플만을 취한듯 보이는 제한적인 카테고리만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꽤 직관적이다. 가령 지느러미가 이러이러한 과정을 겪어 인간의 손과 발이 되었다라는 식으로 굉장히 압축하여 설명해 놓았다. 진화론이 가지는 철학적인 부분은 과감히 삭제했고, 오직 현상과 관련한 이야기뿐이다.

이 책은 그러니까 감질나게 하는 면이 있다. 책도 얇다.

이 책만을 놓고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역부족이다. 분명 진화에 대한 예들로 가득 채워져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몇가지 진화 패턴이 정말 우리 몸 전체에서 이루어져왔던 모든 패턴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아직 연구중이라 하면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래서 진화에 대해 확고한 입장, 혹은 전제로 이야기하지만 전체적으로 진화의 모습을 그리기가 쉽지는 않다.

예전에 읽은 책 하나가 언뜻 떠오른다.

과학자들이 외계인과 조우를 한다. 그 과학자들은 외계인이 지구에 떨어뜨린 거울('거울'이라고는 하지만 한마디로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음성도 주고 받을 수 있다)속 실시간 영상을 통해 외계인들과 대면한다. 자, 과학자들은 그 거울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사실, 처음엔 기껏 들여다보는 정도 일 것이다. 그러니까 '뭘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뭘 알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거울을 들여다본 후 맨 처음 알 수 있는 것은 유리면을 통해 보이는 외계인의 형체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생겼군.
그들(외계인)이 살고 있는 환경이 어떻하길래 이런 모양을 가지게 되었을까. 당연히 이런 생각도 들 것이다. 또 그들은 어떤 소리를 낼까.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어떤식으로 대화를 할까. 대화를 하긴 할까? 뭐 이런 호기심도 꼬리에 꼬리를 잇듯이 연달아 고개를 들 것이다. 소통을 생각했다면 음성 통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정보 전송에도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들의 문자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어떠한 기준이 있어야한다. 그 기준은 바로 '우리'가 된다. 그러니까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데, 거울 속에 비친 외계인의 모습은 이렇더라와 같은 기준말이다. 그러니까 외계인에 대한 모든 호기심은 바로 우리에 대한 연구이다. 우리가 우리를 모르고선 비교할 수도 대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를 하나의 해답으로 놓고 상대(여기에선 외계인)를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또 다른 해답을 얻는 것이다. 
   

이런것을 '변분법(calculus of variations)'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답을 가지고 그 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추측하거나 혹은 답이 변화하는 과정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해두자. 또 그 답이 나오기 까지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찾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이런 '변분법'은 양자역학의 기본이 되며, 또 창발성(혹은 복잡계)과도 연관되어진다고 한다. 양자역학의 경우엔 'NP 완전문제(NP-complete problem)'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즉, 패턴의 검색인데 'NP-완전문제'에 서 대표적인 예는 수십개의 섬과 다리가 있다고 가정했을때, 한 섬을 한번씩만 거치는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섬과 다리 숫자를 알고는 있지만, 조건(한번씩만 거친다는)에 따른 그 경로는 알 수 없다. 뭐.. 이런 것이 양자역학의 난관이 되는 문제이다. 한마디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확인해보려면 성능 좋은 컴퓨터로 빡시게 돌려야하는데, 기존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보통의 컴퓨팅으로는 불가능하다. 즉, 양자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의미.

암튼, 글이 길어졌다. 위에 설명한 외계인과 우리(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여러 단편 SF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중 앞서 얘기한 외계인과 인간의 조우에 관한 단편이 바로 <당신 인생의 이야기>이다. 책 뒤에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편 소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바로 '변분법'과 '창발성'을 바탕으로한 이야기라 한다.

'닐 슈빈'의 책 <내안의 물고기>와 왠지 제목이 유사하지 않은가? 다만 '닐 슈빈'은 오직 현상만 이야기했을 뿐이다.

PS.

1. 언제나 그렇지만,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머릿속에 몇가지 든 것들만 잇다보니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거나 아예 틀린 리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렇게라도 언급함.

2. <내안의 물고기>를 몇가지 변분법적 원리를 적용하고(이미 인간의 모습을 최대로 유지하고), 몇가지 변수를 조정하면 다음과 같은 새로운 종이 등장할 수도 있음...(그림속 생명체는 영화 '헬보이'에 등장하는 '에이브 사피엔'). 원래는 '에이브 사피엔'과 '자자 빙크스'를 가지고 리뷰쓰려고 했는데 좀 엉뚱하니 흘러 따로 쓰지는 않음...사실 별로 쓸 말도 없음...

  








    

 

  

 

3. 진화와 관련된 책은 읽기가 상당히 어렵다. 물론 어떤 책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필요한 분야는 의외로 철학분야가 될 듯.

4. 이 책('내안의 물고기')을 이야기하면서 '틱타알릭(Tiktaalik)'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의 중심이 되는 고대 생물의 화석이다. 그냥 유튜브 클립이 있기에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B9h1tR42QYA&feature=player_embedded  

5. 예전에 포스팅 해봤던 인간 2.0과 관련된 잡설 (별것 아님...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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