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SF 소설속, 그리고 이와 같은 장르의 영화속에는  보통 인간과는 다른 어느 특정화된 능력을 지닌 인간이 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러한 능력은 일상에서 지배받고 있는 거시적인 물리 법칙과 동떨어져 있을수록 우리의 말초를 거세게 흔든다. 이런 SF속 단골 인간들을 '메타휴먼(meta-human)'이라 부른다. 이와는 반대로 판타지 소설인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재밌는 단어가 있는데, 어떠한 마법도 부릴지 모르는 보통의 인간들을 '머글(muggle)'이라 부른다. 그러니까 '머글'들에게 있어서 '메타휴먼'은(머글과 메타휴먼이 부드럽게 조화되지는 않겠지만...) 말그대로 신에 가까운 초인간인것이다. (예전에 이런 초인간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진화적 형태로 발현한 인간들을 내 블로그를 통해 인간2.0 이라는 버전으로 붙여본 적이 있었다. 알맹이 있는 글은 아니다.)

:: 상상과 현실. 그 경계를 가르는 메타포어 ::

얼마전에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스티븐 굴드>의『점퍼 1』(까멜레옹, 2008) 을 손에 들었었다. 좀 작은 크기였지만, 분량은 상당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도 앞서 언급한 '메타휴먼'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데이비드 라이스'라는 소년인데 이 소년이 가진 능력은 '순간이동'이다. 우리들에게 '순간이동'이라는 단어는 보통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이라는 질문과 매우 잘 어울린다. '순간이동'은 이런 앞 질문에 내재된 인간의 욕구를 표현한 용어이다.  특히 '순간이동'은 별다른 시간 낭비 없이, 그리고 돈 낭비없이 공간을 넘어선다는 원초적 욕망을 넘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메타포어(은유)적인 상황을 물리적 실재성으로 바꿈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분출하는 SF에서 자주 등장하는 초현실적 창조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을 듯 싶다.

이 책에서 '순간이동'은 초이론적인 것을 바탕으로 한 물리적, 과학적 개념이 아니다. 그러니까 어떠한 물리적 과정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원인과 결과를 동반하지 않는다. 그냥 단순히 작가가 부여한 능력일 뿐이다. 주인공 '데이비드 라이스'의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조금 색다르게 묘사한 것이다. 또한 이 책의 장르가 SF보다는 단순한 문학소설로 읽혔다는 의미이다. 문학소설에서도 '성장소설'에 가깝다. 작가가 '순간이동'에 어떠한 의미를 두고 싶어했는지는 알 수 없다. 책에서는 어느 순간 이 능력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사용하는 것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불안한 정서를 지닌 주인공 소년과 '순간이동'은 공통적인 개념을 가지는데, 그것은 '일탈'이다. 평범한 일상(routine)을 벗어나는 행위. 시간에 속박당하고 있는 공간을 벗어나는 행위. 이 둘을 하나는 인물에게 그리고 하나는 그 인물의 능력에게 부여한 것이다.

:: 메타휴먼에 대한 적대성과 머글의 순수성 ::

내 개인적으로는 극한의 SF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책읽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싶어했던 이유는 얼마전에 상영했던 영화속 이야기를 책으로 먼저 접해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속 이야기와 다른 듯 싶다. 영화소개 페이지에서 설명한 내용 전개가 책과는 사뭇 다르다. 좀 찾아보니 영화는『점퍼 1』과 『점퍼 2』의  이야기를 섞어놓은 듯 하다. 이 두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서로 다르다.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메타휴먼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겠다.

만화책(미국에서는 코믹스)에서 등장하는 이러한 메타휴먼은 인류에 대한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 특이한 능력을 좀 더 크게 사용하는 것이다. 인류는 메타휴먼의 보은을 받지만, 사실 만화적 혹은 영화적 스토리와는 별개로 메타휴먼이 보통의 인간들과 섞이고 싶은 하나의 표현으로 생각되어진다. 그래서 비록 어설프나마 짧은 철학도 보인다. 하지만 메타휴먼에 적대성을 보이는 인간들도 등장한다. 그들과 메타휴먼들과의 충돌이 영화속 갈등으로 표현되는데, 사실 두개의 욕망이 오버랩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한쪽은 비록 특이한 능력을 지녔지만,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과, 다른 하나는 반대로 특이한 신체적 능력은 가지고 있진 않지만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특이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다. <슈퍼맨>이 그렇다.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는 다양한 전개를 수반으로 한다. 이제는 메타휴먼들이 대량으로 나오는 추세이며, 메타휴먼들속에서도 서로에게 적대감을 품는다. 하지만 순수성을 보장 받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미국 드라마 <뮤턴트 X>가 그렇고, 영화인 <X맨>이 그렇다. 또 다른 드라마 <히어로즈>가 그렇다.

머글들의 세상은 또다른 세상이다. 그들은 영화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 일상은 깨져서는 안되는 순수함을 갖는다. 그래서 물리 법칙을 무시하면서 살아가는 메타휴먼들이지만 머글들의 평온함과 순수함을 위해  세상 법도는 무시하지 않는다. 범죄는 저질러서는 안될 그들의 물리 법칙이다. 물론 다양한 머글에 적대적인 메타휴먼들은 가끔 이러한 것들을 깨부수려 하기도 한다. 머글은 순수성은 보장 받되 그들의 세상을 유지시키는 물리 법칙을 이기는 것들에게는 자연히 눈을 감는다. 보려 하지도 않고, 봐서도 안된다. 한마디로 무지하고, 단순하고, 순박한 엑스트라들이다. (물론, 국가정보기관이라든지, 세계 정복을 꿈꾸는 은둔형외톨이 박사나 갑부들은 제외...)

:: 공간을 넘어서다 ::

앞서 순간이동은 『점퍼 1』의 중요한 소재이다. 책에서는 어떠한 물리적 설명이 언급되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자.

순간이동은 오로지 공간만을 점유한다. 한마디로 공간이동이다. 시간이동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공간이동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SF인 <스타트랙>이 있다. 스타트랙에서의 공간이동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공간이동이고,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의 공간이동이다. 엔터프라이즈호의 공간이동은 시간의 영역과도 중첩된다. 이는 '워프'이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우주의 여러 시간축들 사이의 여행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의미없다. 물론 구성원들은 계속 시간이 흐르지만, 우주선이 도달하는 그 공간의 상태는 과거도 미래도 아니다. 그냥 현재인 것이다. '워프'의 공간이동은 양자 에너지의 활용으로 이루어진다.

승무원의 공간이동은 좀 더 현실적이다.  물리적 과정이 있다는 말인데, 인간의 몸 자체의 전송보다는 그것들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의 전송으로 보면 된다. 그러니까 적절한 분해와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현실에서도 입자의 전송은 실험실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바로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원자적 전송에는 두가지의 전송이 뒤따른다. 실재적인것과 그렇지 않은것 즉, 비실재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실재적인 것은 원자 혹은 입자 그 자체이며, 실재적이지 않은 것은 정보를 가리킨다. 정보는 전송 전과 전송 후의 원자들의 위치와 조합 형태를 품고 있다. 빔을 쏴서 전송하는 그 자체는 정보를 위한 스캐닝과 같으며, 그와 동시에 물체가 먼지와 같이 분해되어 입자의 전송이 이루어진다. 

현대에서 전송은 입자가 아니다. 우리가 통신하는 것도 빛에 실리어 날라지는 비트이다. 그러니까 결국 원자가 전송되어지는가 비트가 전송되어지는 가는 현재의 통신과 미래의 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현재의 통신은 실재적인 전송이 아니라, 비트라는 관념화된 덩어리들의 전송이다. 이것을 우리들의 터미널(집에 있는 PC와 같이...)에서 나름의 프로토콜로 해석되어 모니터에 보여지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에서는 비트와는 다른 '큐비트(qubit, Quntum bit)'를 전송한다. 큐비트는 기존의 비트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데, 이것의 장점은 전자의 스핀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품는다. 이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좀 더 공부해서 포스팅을 할 것이다.

별 다른 것은 없지만, 이것만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스타트랙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전송은 비실재적인 정보의 전송도 포함되어진다는 것. 원자들의 전송은 빛으로 전송되어질 것인데 지금 우리는 이 빛에 원자가 아닌 비트를 보낸다는 것. 이것은 앞서 말한 정보의 전송이라는 것.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 두가지 성질이 있는데, 지금은 입자성 보다는 파동성이 강하다는 것. 이는 주파수를 이용하는 우리의 통신이라는 것. 그리고 빛의 나머지 하나인 입자성을 연구하면 원자의 전송도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것. 대충 이렇게 될 듯 싶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라는 녹색 운석에 약점을 보인다면, '순간이동'을 하는『점퍼 1』의 주인공은 무엇이 약점일까. 이것은 좀 더 물리적인 내용이다. 우리가 편지를 보내면 주소가 있고, 컴퓨터로 통신을 하면 IP(Internet Protocol)가 있듯이 순간이동에도 주소가 있어야한다. 이 주소는 곧 공간의 좌표이다. 공간의 좌표 없이는 전송할 수도 없다. 정착하지 못하고, 공간에서 떠돈다면 귀신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주인공 소년은 항상 가본것이거나 눈에 보여야 하는 곳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사실 약점이라기 보다는 정말 귀찮은 부분이다. 그래도 나름 판타지성을 조금은 피하려면 이 논리를 채택할 수 밖에 없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X맨 2>에서 공간이동을 할 줄 아는 돌연변이도 그 나름의 좌표를 알아야 했을 것이다. <스타트랙>에서는 직접적으로 좌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 전에 미리 목적지를 스캐닝을 통해 알아놓는다. 이 목적지를 스캐닝 하는 작업의 목적은 목적지 주변 입자들에 대한 정보의 저장이다. 바람이 불고 평평하지만, 모래와 돌들로 뒤덮인 거친 땅과 같은 묘사적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거시적인 환경에 대한 정보로는 원자 혹은 압자를 전송할 수 없다. 전송되는 것이 입자라면, 전송되어지는 목적지 장소 또한 입자적 환경으로 봐야한다. 그래서 결국 이러한 전송은 전자기적 통신과 같은 전송이 아니라, 양자적 전송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약간 다르다. 실제몸은 현실에 있고, 정신은 가상에 있다. 전송되어지는 곳은 비트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러니까 매트릭스 세상은 곧 전자기적 정보(정확히는 코딩된 세계)로 이루어져있는 세상이다. 말 그대로 누군가의 프로그램속이다. 이는 지금 우리의 패러다임(전자기적 정보로 통신하는 현재) 그 자체가 양자적으로 바뀌지 않고 유지된 환경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네오의 정신은 가상의 몸에 전송된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다. 비트로 이루어져있지만, 정신을 전송하여 비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세상인 것이다. 비트는 살아있지만, 사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매트릭스>는 좀 더 철학적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정신이 죽으면, 현실의 육신이 죽는다. 가상 세계에서의 정신과 현실 세계의 육신의 링크가 깨져버리는 것이다. '유체이탈'의 좀 더 색다른 버전이다. 그래서 <매트릭스>속 공중전화가 울리고 이를 받으면, 정신은 현실의 육신과의 재접속을 하기 위한 자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매트릭스에서 중요한 것은 '자각'이다.

:: 환상속의 그대::

문학이든, 영화든, 그 무엇이든 비슷비슷한 정보를 다양한 해석으로 보여주는 것이 흥미롭다. 요즘 웹 2.0에서 말하는 플랫폼의 클래식 버전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위에 말한 것은 사실 환상을 품은 메타포어(은유)이다. 물리 법칙이 어떻고, 전송이 어떻고 하는 것들은 사실 어떤식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여러 작품들 속에서 이런 원초적인 욕망들을 메타포어로써 표현하고 이를 실재적으로 포장함으로써 좀 더 그럴듯한 세계를 이끄는 것 같다.

예전부터 이런 말들 하지 않는가. 상상이 곧 현실이 된다는.

:: 이 글 제목과 관련하여 ::

이 글의 제목인 <Beam me up.. NO!!! Gone with the wind..>는 과학과  기술로써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은유적인 상상으로써 이 책을 읽었다는 나의 이야기와 어울릴 듯 하여 그렇게 지어보았다.

"Beam me up, Scotty (스카티 나 좀 (우주선으로) 전송해줘..)" 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I'll be back"과 같이 <스타트랙>속 유명한 대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이와 비슷한 여러 표현으로 쓰였을 뿐이라 한다.

"Gone with the wind"는 그 유명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 원제목이다. 이 제목이 『점퍼 1』을 잘 표현한 듯 해 포함시켰다. 순간이동이라는 SF 소재를 다룬 책 보다는 좀 더 문학적인 책과 닮아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은 SF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


원래 앞에서 언급했던 것들, 정보니, 원자니, 빛이니 하는 것들은 '정보'와 관련된 포스팅에서 쓰려 했는데, 『점퍼 1』을 이야기하다보니, 이렇게 까지 주절주절 하게 됐다. 다음에는 좀 더 다듬어 '정보'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


<덧붙임>

1. SF보다는 문학소설(이것도 성장소설)과 비슷한 소설

<로버트 A. 하인라인>의『프라이데이』(시공사, 2005)  : 나의 리뷰 바로가기...







2. 앞서 '순간이동'에 대해 조금 언급했는데... 좀 더 물리적으로 본 책이 있다. 이 책은 예전에 봤었는데, 기회되면 다시 한번 읽고 싶다. 

<로렌스 M. 크라우스>의『스타트랙의 물리학』(영림카디널, 1996)
이외에... 같은 저자의 책... 『스타트랙을 넘어서』(영림카디널, 1998)라는 책은 여러 SF영화속에 쓰인 물리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두 책이 다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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