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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999년 세계가 기다려왔던 영화 한 편이 개봉을 했으니, 이 영화의 이름은『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협 The Phantom Menace』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 영화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인 'A long time ago 어쩌고 저쩌고,...' 라는 영화 도입부의 자막 설명이 화면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간 후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거창한 이 시리즈의 첫 관문은 바로 은하계 공화국과 무역연합의 세금(관세)과 관련된 분쟁이었다. 사실, 무역 연합은 '관세'로 위장된 분쟁을 초래하여 은하계 공화국과의 갈등을 야기시키려는 시스 로드인 '다스 시디어스'의 하위 세력이자 위장 세력이다. 아무튼 언제가 될 지 모를 먼 미래에도 분명 '관세'는 그것이 주가 되었든, 부가 되었든 각 세력간의 충분한 분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당시나, 지금이나 무역과 교역은 세상의 이데올로기를 녹여버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기에 현 시대를 반영하여 이러한 소재를 차용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스타워즈라는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얼마 전에 읽었던,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 부키 2007』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두가지 냄새가 풍긴다. 하나는 나쁘다라는 이미지를 풍기는 갈취 세력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마리아인이라는 기독교적 선한 조력자의 이미지이다. 이 두가지 이미지는 서로 상반되며, 공존할 수 없는 모순을 나타낸다. 그런데 모순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한가지가 개념이 있는데, 비록 그들이 행한 일은 선한 듯 보이지만, 그러한 행위 이면에는 얄팍하고 계산되어진 숨겨진 나쁜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겉과 속이 다르다라고 말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나, 자신들의 나라(선진화된 서구 세력)에 대해서나 이중의 양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이중의 양식이란 가난한 나라와 자신들의 나라가 아주 유사한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가정했을 때, 이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내리는 처방이 극과 극에 있다는 의미이다. 선진화된 서구 세력의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한 경고는 저자의 논리적 설명에 맞추어 많은 부분 공감이 된다.
과연, 경제란 무엇일까? 경제라는 인간 고유의 행동양식에는 다양한 수식어와 정의들이 뒤따를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가지는 계는 이미 복잡성을 이룬 계이다. 몇가지 요인의 조정으로 최선의 경제를 꽃피우게 하는 결정론적 성향은 이미 지나간 개념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의 인식론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러한 경제를 구축하고, 경제 자체의 변화를 야기시키는 인자(factor)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를 인간 고유의 또 다른 행동양식인 정치에 대입해보면, 경제가 가지는 불확실성보다는 결정론적 경제론이 더욱 우세하고 있다는 것에대해 부인 하지 못할 것이다. 현실의 정치란 먼 미래의 긍정적 성향을 이룩하기 위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고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조준된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 세력에 가장 큰 힘을 쏟게 해주는 경제에 관한 목표 제시는 미시 경제보다는 거시 경제에 맞추어지며, 이는 다양하고 자잘한 욕구나 바람에 특화된 것이 아닌, 거칠고 뚜렷한 보편적 성향에 맞추어지므로, 경제는 정치의 흐름을 탄다.
그래서 복잡하고 오묘한 현재의 경제는 정치를 등에 업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저자의 견해에 공감이 간다. 현대의 정치는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많이 가시긴 하였지만, 이제는 종교적, 문화적, 지역적 세를 업은 경제 블록으로 나뉘다보니, 끊임없는 조약과 그에 따른 독소조항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글로벌화된 경제 블록들끼라의 조약은 또 다시 그 블록안의 각각의 개체들과의 또 다른 조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세분화되고 복잡해질수록, 그에 따르는 조약들도 더욱더 세밀히 검토되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나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제도의 이면성'이 그것인데, 이를 쉽게 표현한다면, '꼼수'일 듯 싶다. 여러 조약들이 가지는 무서움은 바로 그것의 해석의 차이에서 보여질 수 있으며, 이것은 완벽한 논리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완벽한 듯 싶지만, 정제된 논리로 살펴보면 '시스템의 back-door'를 마련해 놓는 것과 같은 이치일 듯 싶다. 누가? 바로 선진화된 서구 국가들이다. 그들만의 강요되고 강제된 논리로 약소국을 쉽게 주무른다(컴퓨터 시스템에서는 관리자와 같은 권한을 가지며 쉽게 드나든다는 의미).
이는 자원의 독점적 성향에 가까운 개발에서도 나타나며, 여러 경제 블록, 특히, 경제적 자립도가 거의 전무한 가난한 개체(국가)나 이들이 포함된 경제 블록들과 체결한 조약서의 행간에서도 나타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FTA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FTA와 관련된 많은 말들을 살펴보면, 중요한 것은 FTA 체결이냐 철폐냐가 아니라 이 조약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균형적인 조항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뉘어질 듯 하다. 마셜 플랜이든, 대처리즘이든, 신자유주의든 이것이 표방하는 의의나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쩌면 대세일 수 있으며, 하나의 정부가 이런 경제적 이념을 뒤엎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나라든 국가간 정치 세력에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을 것이며, 이는 국민 개개인이 싫든 좋든 따라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좀 더 정직한 방향으로, 원활한 소통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경제 체계속에서 힘없이 쳇바퀴를 구르며 살고 있는 힘없는 개인들이 원하는 바람일 것이다.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것을 꼭 찝는다.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는 좀 더 관용적이고, 섬세한 경제 원리들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내 생각도 저자의 멋진 논리에 감화되어 정말 동감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펴는 저자의 생각에 비해서 이 책은 너무 얇다. 책이 얇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와 현재의 지구적 경제 활동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앞으로의 선진국이든, 개발 도상국이든, 후진국이 추구해야 할 경제 활동에 대한 비책이랄까, 대책은 너무나 희박하다. 평평한 세상보다는 기울어진 세상에 관한 세심한 관심 표명과는 달리 그 뒷 이야기는 너무나 거칠다고 분량이 적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착한 성품에 기대해보겠다니, 저자의 안목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애꿎은 책의 두께에만 성토를 하게 된다.
경제 분야는 나에겐 정말 생소한 분야이다. 이공계통이라 그런지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스템'에 관심이 있다보니 사람이 만든 이 system이란 것이 그게 그거일 만큼 분야를 넘어서서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쪽 경제분야도 강건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서도 책을 붙잡을 수 있게 된 듯 한데, 예전에 봤던 책 한권이 떠오른다.
예전에 봤던 책, 이 책은 '제프리 D. 삭스'의 『빈곤의 종말 The End OF Poverty 21세기 북스 2006』이다. 이 책과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에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물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바로 '사다리'이다. '장하준'은 가난한 국가들이 선진국처럼 도약할 수 없도록 선진국들에 의한 '사다리 걷어차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제프리 D. 삭스'는 극빈의 국가들이 어느정도 자립하여 먹고 살 수 있게끔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부실한 원조로는 '사다리'를 올라가기는 커녕, 사다리를 놓을 힘도 없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저자에서 '사다리'는 매우 중요하게 보인다. 또한 비슷한 듯 보이지만, 조금은 차이가 있다. 앞의 사다리는 선진국 혹은 개발 도상국으로의 일보 전진을 위한 사다리라면, 뒤의 사다리는 극빈국에서 보편의 가난한 국가로 올라서게 하는 사다리라는 점이 그렇다.
이 두 사다리를 놓고 보았을때 어쩌면 우리 세계가 추구하는 경제는 진정으로 사다리를 얼마만큼 올라갔느냐 하는 단순한 지수 혹은 수치로 표현되어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사다리 타기는 잠재되어있든 이미 보이든간에 한 국가의 역량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각 개개인 그러니까 국민들의 의지와 그들이 소속된 국가의 시스템의 역량, 그리고 외부 세계(선진국)의 원활하고 관대한 조력이 서로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가야만 진정한 사다리를 타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책 한 권을 끄집어 내겠다.'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사악한 삼총사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WTO, IMF, 세계은행이라는 세가지의 것을 말하는데, 이 글 제일 처음에 나왔던 '스타워즈'라는 영화에서 악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다스 시디어스'의 위장 세력인 무역 연합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들 사악한 삼총사는 원조라는 도움을 통해 가난한 국가를 도우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의 싹을 짓밟고 있다고 '장하준'은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 삼총사의 'Phantom Menace 보이지 않는 위협'가 될 것이다. 얼마전에 이들 삼총사 이야기에 관한 책이 한권 더 나왔다. 이것은 『불경한 삼위일체 Unholy Trinity 삼인 2007』라는 책이다. '장하준'의 책에서는 이 삼총사에 대한 활약이 그리 분명치많은 않은데, 만약 이 분야에 관심과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이 책도 참조하면 될 듯 싶다.
<덧붙임>
1.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엮어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읽고 있거나, 읽었거나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
첫번째 책은 앞서 소개했던바와 같이 사악한 삼총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
불경한 삼위일체 Unholy Trinity 삼인 2007』
두번재 책 역시 이야기한바 있는 '제프리 D. 삭스'의 『빈곤의 종말 The End of Poverty 21t세기북스 2006』
세번째 책은 경제의 진화를 과학적으로 풀어쓴 『부의 기원 The Origin of Wealth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네번째 책은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슬럼, 지구를 뒤엎다 Planet of Slums 돌베개 2007』
다섯번과 여섯번째 책은『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장하준'이 반론을 펴게 되는 계기가 된 두 책.
'토머스 L. 프리드만'의 『세계는 평평하다 The World is Flat 창해 2006』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창해 2003』
2. 예전에 올렸던『빈곤의 종말』과 관련된 포스트 !! ('제프리 삭스' 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