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의 눈 Dear 그림책
아르투르 스크리아빈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혜진 옮김 / 사계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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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이라는 나라를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알았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프리카 서부의 작은 나라. 그 작은 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여, 그 전 우승자였던 프랑스를 꺾었던 충격과 감동의 순간으로 그 나라를 기억한다. 뜨거운 열정과 선수들의 눈물겨운 드라마의 나라.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궁금증이 일었다. 적도 근처의 더운 나라인데 눈이라니? 그러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던 세네갈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다. 차분한 회색톤의 배경과 세밀한 색연필 묘사, 단조로운 색과 적은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과 글에 무게가 있다면 이 책은 분명 눈처럼 가벼울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은 좋게 말해 시적이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림책 치고 난해하다.


보통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상호보완적이라, 글이 어려우면 그림이, 그림이 어려우면 글이 다른 한 쪽을 설명해주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글과 그림이 합쳐져 하나의 시와 같다. 세네갈에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그림에는 눈인지 잎사귀인지 모를 무언가가 흩날린다. 엄마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시에 울고 있는 존재인데, 우는 이유도 노래의 내용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우리는 이 책의 색감과 나열된 이미지로부터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언제 우리가 정답을 바라며 시를 읽었던가. 이유를 찾고, 해석하려는 욕심을 멈추고 나서야 이 책을 즐길 수 있다. 8월에 세네갈에서 내리는 눈 같은 엄마. 빛바랜 추억들과 무언가를 회상하는 모습들은 그 자체로 쓸쓸하고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문구와 그림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다만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인상이 강한 그림책 특성 상 적절한 독자층을 찾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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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성평등 교실 - 박스 열고 나와, 진짜 나 찾기 슬기로운 사회생활 1
아웃박스 지음, 정재윤 그림 / 파란자전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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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웃박스는 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위해 활동하는 교사 연구회로, 평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곳이다. 다양한 활동이 눈에 띄어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책을 냈다고 하니 가슴이 자연히 뛰었다.

보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유명한 맛집에 줄을 서서 먹고나면 '이렇게까지 줄을 서서 먹어야하나?' 싶어지지 않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도 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먹을 것 많은 잔치였다.

책은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학년의 흐름에 따라 매 달 하나의 주제를 소개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성별의 차이와 젠더박스, 경계 존중, 성 역할 등 최근의 사회적, 교육적 흐름을 반영한 주제부터 연애, 외모 강박 등 오늘날 학생들이 부딪히는 문제(놀랍게도 저학년도 연애를 한다!)싸지 다양한 주제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지고 안내한다. 매 주제 마지막에는 학생들이 글을 쓰거나 실천하는 등 스스로 해볼만한 거리도 던져준다.

이 책은 서문에서 사춘기를 맞은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사들이 직접 쓴 만큼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기 좋은 주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예시 자료들도 실제 학생들의 대답이나 활동지를 제시해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을 것 같다. 한 장의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수업시간에 다같이 읽어봄직해서, 읽는 내내 고학년 담이을 할 때 활용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성교육과 젠더교육을 시작하는 담임교사, 학부모들은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어느 정도로 설명해주어야 할까?' 라는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교사는 사회의 시선과 다양한 학부모의 요구로 인해 더 어려움이 크다. 이 책과 함께라면 그러한 고민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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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잘 다니는 법 자신만만 생활책
이기규 지음, 유경화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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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현장에 있다보면 매해 입학식마다 학교 가는게 무서워서 대성통곡을 하며 들어오는 아이를 한두명씩은 보게된다. 이 책을 찾는 독자들도 주로 그렇게 입학을 앞둔 어린이 또는 그 보호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지민이는 2학년이다. 1학년을 엉망진창으로 보냈지만, 2학년은 잘 다녀보겠다는 새 학년의 다짐을 한 주인공. 하지만 몸에 익은 습관들 그대로 생활하며 1학년때와 같은 어려움들을 겪는다. 그 옆을 지키는 강아지 똘똘이가 지민이의 생활습관을 하나하나 고쳐나간다.


 매 장은 지민이의 실수와 지민이가 생각한 해결방법과 실패, 똘똘이의 도움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구조이다. 어찌보면 실수하고 잔소리하는 뻔한 내용일 수 있지만 중간에 지민이가 생각해내는(우리 어린이 독자들도 생각할법한) 황당무계한 해결방법들과 삽화들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다루는 소재를 살펴보면 지각, 알림장, 준비물, 친구랑 싸웠을 때, 등교 첫 날 친구를 사귀고 싶을 때 등등 학생들이 학교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로 꾸려져 있다. 너무 뻔한 대답이 아닌, 아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답변들이 쏠쏠하다.(친구에게 말을 쉽게 거는 법으로 지우개를 빌리라고 하다니!)


 학교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어린이들 또는 새 학년이 두려운 어린이들에게 매우 추천한다. 단점이 있다면 독자층에 비해 내용이 은근 많아서 보호자가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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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라임 주니어 스쿨 5
스테파니 뒤발 외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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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 및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는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화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이 화두에 있어 후발주자인 편이다.) 이러한 세계의 흐름에 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성평등 교육 연구가 시작되고, 교육 자료 및 도서나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한 자료의 장점은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맞는 자료로 활용하기 좋다는 점이고, 단점은 이러한 화두 이전의 우리나라의 교육을 받아온 사람이 만드는 것으로 생각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프랑스 저자가 아이들에게 성평등에 대해 설명하는 책으로,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설명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예를 들어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다' 라는 명제에 대한 설명으로, 단순히 생물학적으로는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평균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개개인의 특성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탈모에 대해서도 생물학적 이유와 통계적인 내용을 가지고 풀어내는 방식이 색달랐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남학생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는 점이었다. 남학생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고정관념(맨 박스 등)에 대해서도 풀어주고, 여학생들이 주로 직면하는 차별적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도 괄호나 삽화를 통해 남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화학을 좋아하는 여자아이 옆에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난 난 무용을 배우고 싶어!"라고 대답하는 위트있는 장면이 그 예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을 통해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이것을 차별이라 생각하는지 그 맥락을 알려주는 점도 단순히 '남자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았다.


반면 이 책으로 지도를 할 경우 오늘날, 우리나라에선 조금 힘들 것 같다고 느낀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예를 들어 성정체성에 관한 언급은 우리 사회에서 교사에게 상당히 부담이 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트렌스젠더 개념을 설명하며 '남자와 여자의 행동양식'에 따라 정체성을 구별한다는 설명은 이 책 전반의 흐름과 조금 맞지 않다고 느꼈다.


한국이 아닌 유럽 사회의, 외국인 저자의 시선에서 우리는 좋은 점은 취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하며 우리 사회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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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아이들을 바꿔 드립니다! 꿈터 어린이 31
스티브 콜 지음, 팀 아치볼드 그림, 김선희 옮김 / 꿈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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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작가 '로알드 달'의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뻔하지 않고 강한 흡입력을 가진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이번에 '고약한 아이들을 바꿔 드립니다'를 접했을 때, "아! 로알드 달같은 영국 작가가 또 등장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고약한 아이들을 바꿔 드립니다'는 마녀 라나가 여러 고약한 아이들을 소개하고 바꾸는 이야기이다.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각각의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어주기에 좋다. 이 책의 고약한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라 친숙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그 흔하고 못된 행동을 극단적으로 해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만화같은 상상력으로 묘사되는 못된 행동들에 적절한 삽화가 함께해서 좋다.(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는 책이라, 낭독을 듣기 보다는 직접 지면으로 보는 것이 더 재밌다.) 만화는 좋아하지만 동화책 등 줄글을 읽는 것에 아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라나라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에, 번역서다보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이 가끔 있어 아쉬움을 느꼈다. 초등 고학년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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