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작은 불꽃 두근두근 어린이 성장 동화 9
프랑수아 다비드 지음, 앙리 갈레론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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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수용소(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에서 한 여자가 잠에 들지 못하는 소녀에게 매일 밤 이야기를 해주는, 수용소 판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형식이다. 이야기들은 모두 각자 다른 독재자와 절망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열 두 가지 이야기의 배경이 모두 다른 데 하나같이 절망적인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느껴진다. 각 이야기에서 약자들은 부당한 상황에 대해 용기를 내고 재치로, 민중의 힘 또는 신비한 힘으로 저항한다. (혁명의 나라답다고나 할까.) 그 과정과 방법이 너무나도 기상천외해서 좀처럼 예측되지 않아서 오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 초등학교 권장도서라고 하지만, 성인이 읽어도 될 만큼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느꼈다. 이야기는 짧지만 여러 독재자의 모습들이 현실을 반영한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통괘한 이야기를 넘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삽화 또한 흑백에 사람은 모두 머리카락을 생략하는 등 최대한 단순하게 그리며 다양성에 대한 여지를 남기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다만 아동문학은 아동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너무 어두운 표현 및 내용은 자제가 필요하다. 미적 또는 비유적 표현을 위한 내용이더라도 아동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두려움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 적어도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 이 책을 제대로 맛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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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노동을 즐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9
이승윤 지음, 소경섭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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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1학기 사회는 한국전쟁 후 대한민국의 역사로 시작하여, 격변하는 시기에 새롭게 만들어간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 등에 대해 다룬다. 일반 사회 내용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시점인데, 아이들과 할만한 활동이 그리 다양하지 않아 몇 번을 수업 해도 재미있게 설명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이러한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애초에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못 가진 교사 나부랭이가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도 참 웃긴데...)


이 책은 모두가 존중, 행복, 안전, 사회보장, 약자 보호와 관련된 5개 챕터, 총 34개의 주제를 통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노동을 살펴본다. 단순히 직업으로 노동을 바라보는게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 빈곤, 인권 등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 어려울지 모르지만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모든 아이들은 커서 사회의 구성원, 노동자가 된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 노동 시장과 자신의 권리 등을 알고 현명한 선택으로 미래를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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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경제도 파나요? - 백냥이의 냠냠 수첩 똑똑교양 8
정연숙 지음, 고양이다방 그림 / 책읽는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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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경제 책을 싫어한다. 대부분 재미가 없고, 제시되는 개념들은 헷갈리고, 실전은 어렵고, 나의 망한 재테크가 계속 떠오르기 때문이다. 경제 동화라고 무엇이 다를까.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의 책을 읽노라면 차라리 동화가 아닌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그렇다고 동화가 아닌 책을 읽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경제 수업 또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때 열심히 들었던 경제 강의는 C+로 마무리 되었다. 이러한 내가 경제 수업을 해야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싫어해도 내 학생들이 싫어하면 안 되는 것을. 그래서 한 가닥 도움을 받아보려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표지대로 어린 고양이, 백냥이다. 편의점에서 군것질을 쏠쏠하게 하는 백냥이의 모습은 요즘 초등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용돈을 여기저기에 다 털어써서, 막상 꼭 사고 싶은 것은 못 사는 점까지 비슷하다. 이 책은 이런 백냥이가 편의점 사장님과 친해지며, 편의점에 시즌 한정으로 나온 롤케이크를 사먹기 위해 경제 관념을 기르고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시중의 수많은 경제동화와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이 책은 몇 가지 차별점을 통해 더욱 신선하고 좋은 책이 된다. 우선 주인공이 고양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 백냥이가 사먹는 간식들이 고양이의 취향에 맞게 재미있는 상상력의 산물로 나온다. 연어 롤케이크라던지. 이러한 백냥이의 간식 수첩이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 게다가 아직 어린이인 백냥이가 편의점에서 경제를 배울 수 있게 일하는 부분도, 고양이 학교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두 번째 차별점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요즘 아이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이다. 농어촌 지역인 우리 학교 옆에도 편의점은 있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편의점의 모습 속에 숨겨져있는 경제를 찾아보며, 우리 일상과 경제의 연관성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 번째 차별점은 뭐니뭐니해도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개념을 억지로 우겨넣은 각종 ㅇㅇ동화 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동화는 동화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느껴야하는데 책을 읽는 중에서까지 공부를 시키는 것 같아, 아이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좋았다. 작품 속에서 교훈이나 배울 점을 제시하되 강요하지 않는 느낌이다. 


날이 갈수록 국내 동화책 작품들의 수준이 몰라보게 높아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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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뜰에서 작은 곰자리 64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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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손자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매일 아침 부모님의 출근길에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손자와 그를 챙겨주는 할머니. 두 사람 사이에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지만 평화롭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그렇게 다정한 상황의 묘사로만 끝나면 이 책은 무가치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환경의 변화라는 스토리를 부여한다. 환경이 변하고 할머니와 손자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하나하나 인물의 대사나 마음 속 이야기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상황과 장면을 묘사할 뿐이다. 투박한 붓터치로 그려진 그림은 장면마다 분위기를 더하지만 마찬가지로 상세한 정보를 전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림과 행간 사이사이에 숨은 것들을 읽어내려고 노력하고 몰입하게 된다.


빠른 시간에 자극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도파민에 절여진 뇌에 휴식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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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언니의 디지털 세탁소 - 디지털 발자국 디지털 리터러시 동화 2
우미옥 지음, 최도은 그림, 구본권 감수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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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발자국의 문제가 화두에 오른 것은 벌써 몇년이나 흘렀다. 당장 싸이월드가 다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흑역사'를 지우기 위해 달려가지 않았나. 경각심을 가진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sns를 삭제하고, sns에 신상을 올리지 않고, 바코드닉네임(iliiilllii와 같이 i와 l을 혼용하여 바코드 형태로 만들어 구분이 힘든 닉네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자의식을 뭉게뭉게 피워나가기 시작한 사춘기 청소년들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을 보이고, 전시하고 때론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멋모르고 남긴 디지털 발자국은 지우는게 거의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이 책은 로블록스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큰 관심사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배경으로, 디지털 발자국을 지우는 디지털 세탁소의 이야기이다. 아바타, 메타버스 등 호기심을 당기는 소재를 바탕으로 진짜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상식 이야기들도 들어있지만 결코 PPL처럼 억지스럽지 않고 설명도 친절하다. 특히 '동화책 답게 한 다리 건너 다 알고 지내네' 할 즈음 알고리즘 설명이 나오는 것은 무릎을 탁 칠만했다! 작가의 필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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