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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표지는 꽤 매혹적이다. 표지를 보자마자 나는 빨리 읽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책이 도착하기 무섭게 책을들었다. 외모에 관한한 한치의 흠도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소녀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녀의 이름은 엘리지아, 나이는 열여섯. 금발에 완벽한 몸매와 매끄러운 피부, 복숭아와 크림 빛깔을 섞은 듯한 안색과 아몬드 모양의 눈, 그리고 길고 풍성한 갈색 속눈썹을 가졌다. 그런데 엘리지아는 태어난지 얼마 안된다. 아니 더 정확히는 불과 몇 주 전에 출시되었다.

그러니까 엘리지아는 인간이 아니다. 모체가 죽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복제인간이고, 그 중에서도 시험판 청소년 제품인 베타 클론이다. 모체를 기반으로 태어났지만 클론에게는 영혼이 없다. 그런데도 엘리지아는 베타 친구와 헤어질 때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옴을 느꼈다. 엘리지아가 팔려 간 곳은 드메인 섬의 총독네 집이다. 총독 부인 브래턴은 자신의 큰딸 애스트리드를 대신하길 원해 십대 베타인 엘리지아를 사왔다.
‘나는 네 거야, 지.’
내 시조와 그 물의 신에게 소유란 다른 개념이었을 것이다. 여기 드메인에서 클론 일꾼을 소유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나도 그들이 느낀 열정을 느끼고 싶다. 재생된 남의 기억이 아니라 내 경험을 갖고 싶다. 재생된 그 기억은 지의 것이다.
원래 대로라면 엘리지아는 별다른 맛도, 감정도 느끼지 못해야 했다. 그런데 초콜렛이 달콤하는 걸 알았고, 총독이 자신의 몸을 더듬을 때 걱정이란 감정을 알게 됐다. 엘리지아는 자신에게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엘리지아는 인간들이 우려하는 고장난 클론 디펙트인 것이다. 디펙트가 되면 클론은 폐기된다. 엘리지아는 자신과 같은 디펙트인 잰스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그 즈음 엘리지아가 마음을 주고 있던 타힐의 부모가 일 주일간 엘리지아를 대여해 간다. 서핑 사고로 몸을 크게 다쳤다던 타힐 또한 클론이었다. 타힐의 부모는 같은 베타끼리 있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엘리지아를 데려온 것이다. 타힐과 시간을 함께 하던 중 엘리지아는 베타의 수명이 짧다는 말을 듣고 분노한다. 엘리지아와 타힐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유를 찾기 위해 섬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선 엘리지아가 총독네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총독이 주최하는 무도회에서 엘리지아는 총독 부인이 패션 리더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눈요깃거리가 된다. 그곳에서 타힐은 시조가 일으켰던 말썽과 연관돼 싸움을 벌이게 되고 정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한다. 타힐의 부모는 부랴부랴 섬을 떠나고 엘리지아는 타힐을 만나기 위해 아이반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이반은 타힐과 엘리지아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엘리지아를 성폭행한다. 엘리지아는 애스트리드가 왜 이 집을 나갔는지, 왜 총독 부인이 아이반이 리젤을 재우지 못하게 했는지를 알게된다. 엘리지아는 총독 부인에게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리게 되고 디펙트임이 발각된다. 이 사실을 알고 흥분한 아이반이 엘리지아를 죽이려다 오히려 죽임을 당한다.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엘리지아를 누군가 구해냈다. 시조의 연인 아퀸, 알렉산더 블랙번이다. 엘리지아는 현재 임신중이란다. 엘리지아는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엘리지아의 시조 즈하라의 연인이었던 알렉산더는 엘리지아와 짝을 이루려한다. 알렉산더는 클론 노예 반대 운동에 관여하고 있고 즈하라의 아버지 또한 가담하고 있다. 엘리지아와 알렉산더가 사랑을 키워가고 있을 무렵 한 소녀가 나타난다. 엘리지아와 똑같이 생긴 소녀다. 그러니까 즈하라는 죽은 적이 없었고, 엘리지아에겐 영혼이 있다.
무척이나 충격적인 마무리다. 상상도 못했던 반전이었다.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려고 결말을 이리 지었는지 작가의 의중이 궁금하다. 내가 나로 존재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대리라면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이 이 책의 핵심이다. 누군가로부터 파생되어진 클론을 인간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냐를 선행하지 않고는 건널 수 없다. 인간들보다 더 순박하고 더 진지한 클론을 통해 작가는 다시금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만 하는지를 묻고 있다. 청소년용 SF로맨스물이라는 부담없고 사랑스러운 장르속에서 묻어나는 진지한 물음은 그랬기 때문에 좀 슬펐고 더 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