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전미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트럼프가 대법관으로 지명한 Brett Kavanaugh가 고등학교 때 술 마시고 성폭행을 시도 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후 추가 폭로가 나오고 있음) 지난 목요일에 성폭행 시도를 폭로한 Dr. Ford와 Kavanaugh 의 청문회가 법사위에서 있었다. 법사위에는 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인준이 되면 상원의원으로 넘어가 표결을 하게 된다. 상원의원의 경우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51명이고 만약 공화당에서 1명의 이탈자가 있어 동수가 되는 경우는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가 되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통과되어 상원으로 간다면 Kavanaugh의 인준은 거의 확실시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어떻게 결정나는 지가 중요하다.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Jeff Flake의원은 청문회 후 Kavanaugh의 인준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발표하였다.Flake의원이 투표장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두 명의 여성이 따라와 그를 세웠다.



성폭행 피해자였던 두 명의 여성은 당신은 지금 미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너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네가 당한 일을 말하더라도 무시 당할 것이니  조용히 있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하며 당신은 누군가를 성폭행 한 사람을 대법관 자리에 앉히고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여성들이 얼마나 용감한지. 그리고 이렇게 격앙된 상태에서도 어쩜 저렇게 논리적으로 할말을 똑바로 잘하는지 들으면서 울컥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나를 똑바로 보세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당혹스러운 모습의 플레이크 의원은 투표장에 가서 찬성에 표를 던져 11:10으로 인준을 통과 시켰다. 하지만 그는 상원으로 가기 전에 FBI 의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결국 트럼프는 1주일간 FBI 조사를 지시하게 되었다. 사실 1주일동안 FBI가 얼마나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더군다나 30년도 넘은 사건이다) 증거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딘가! 이 모든 것이 오래 전 일이었지만 그런 사람이 대법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낸 포드 박사와 상원의원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를 내어 준 두 명의 여성 덕분이다. 피해자들이 드러내고 목소리를 낼 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Missoula의 결론이 떠올라 살짝 벅차기도 했다. (갑자기 UN에서 RM이 이야기한 #Speak Yourself 가 생각나네. 기승전BTS 라고, 나이 값도 못한다고 구박해도 어쩔 수 없다. 언젠가 BTS에 대한 나의 무한한 애정에 대해서도 한번 쓸 날이 오겠지)


과연 FBI 조사가 Kavanaugh의 인준이 무산될 정도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이후 여기저기서 그가 청문회에서 대답한 것과는 달리 술에 문제가 있으며, 취한 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두고 봐야지.


내가 좋아하는 맷 데이먼이 SNL에서 청문회에서의 Kavanaugh 모습을 흉내내었다. 청문회를 직접 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아니 실제로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하지? 하면서 4시간짜리 청문회를 직접 보았다. 세상에! 과장이 좀 있을 뿐 진짜 저렇게 했네? 나는 Kavanaugh가 심한 보수로 여성의 낙태도 반대, 이민도 반대하는 사람이라 그 사람이 종신직인 대법관이 된다는 게 싫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청문회를 보다 보니 이 사람은 인성 자체가 대법관이 되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는 사람이 민주당과 클린턴을 들먹이지를 않나, 오만하기가 이를 데가 없고 무엇보다 자기 통제가 안되는 사람인 것이다. 법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감정에 빠지지 않고 냉철하고 공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Kavanagh는 정반대로 자기 자신의 감정도 컨트롤 못해서 울먹였다가 소리지르기도 하고 심지어 비열하기까지 했다. 이 사람이 정말 대법관이 된다면 어찌 되려나 정말 걱정이다.


이건 맷 데이먼이 SNL 에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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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0-0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화당 지지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대법관 후보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를 봤습니다. 인지부조화의 전형
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중인격적인 캐버노의 면면이 연일 폭로
되고 있는 대법관 인준을 강행하는 공화당
의 모습에 어이가 없네요.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성향의 정당이 하나
있어 낯설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psyche 2018-10-04 02:21   좋아요 0 | URL
청문회 보면서 엄청 화나더라구요. 공화당 의원들의 모습이. 저들은 최소한의 양심이나 도덕도 없나 싶고, 저걸 보고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머리속이 어떤걸까 화나기고 하구요.
한국에서 많이 본 일들인데 미국도 똑같더군요. 아니 더하다고 해야하나... 참으로 한숨만 나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