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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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을 나간 엄마가 마련한 새로운 집은 호은의 엄마 윤진이 자신의 존재를 성숙시켜가는 곳이자,

지난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장소이다.


어린 호은은 아빠가 배제된 집이 엄마에게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묵묵히 그곳에 속하기로 한다.

하지만 어린 호은에게 그것은 엄마라는 존재가 머무는 '집',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래서일까?

호은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기숙사로 들어간다.

엄마의 집이 같은 서울땅에 있음을 아는 친구는 없다.

그녀는 결핍된 실체로서의 자신이 속한 집을 스스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호은 앞에 나타난 아빠.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이복 동생을 맡기고 사라진다.

난감해진 호은은 엄마의 집에 동생을 데려간다.

어처구니없이 전남편의 아이를 맡게된 윤진은 전남편을 찾아 나서지만

아마도 시골로 들어갔을거라는 말만 전해 들을 뿐이다.

하는수없이 윤진은 자신의 집으로 아이를 데려간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된 기이한 동거가 호은으로 하여금 엄마의 집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


평범한 친척 아이처럼 전남편의 아이를 대하는 엄마,

아빠의 전처와 같이 살게 된 호은의 이복동생,

그리고 엄마와 동생과의 평범하지 않은 관계에 끼어버린 호은.

각각 다른 처지에 놓인 세 여자의 비범한 일상은 엄마의 집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찾아간다.

그리고 저마다 타의로 얽힌 관계의 실마리를 풀어가며 화해를 시도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의 집>은 물리적 공간의 의미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신적 공간의 역할까지도 더해 가면서 비로소 그들 각자에게 걸맞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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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문장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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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신춘문예 삼관왕의 영예를 안겨준 단편소설 세편이 모두 들어가 있는 소설집이다.

다른 작품까지 포함해 총 아홉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에 각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흔하디 흔한 일상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가장 주목할만한 특징은 불안감이다.

그것은 적극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얕은 바람에도 물결을 만드는 호수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들은 불안을 야기시키는 원초적 아픔을 치유받을 방법을 알지 못한다.

애시당초 치유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포기한 것인가.


그들의 아픔은 태생적으로 그들에게서 파생된 것이다.

물론 그 아픔을 확대시킨 것은 그들을 이질적으로 보는 타인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괴리감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당연히 속시원한 해피엔딩은 없다.


작가의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그녀의 짧고 간결한 문장은 주인공의 정서와 심리상태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그들의 불안정한 정신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제격이다.

그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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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꿈 -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2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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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반까지 흥미로움과 궁금증이 가파르게 고조되더니 순식간에 모든게 풀려 버린다.

엉킨 실타래를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가위로 뚝 끊어 놓는 느낌이랄까.

주인공인 메구미는 참 특이한 인물이다.
능력있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완벽한 남자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수다스럽고 익살맞은 코미디 배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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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리본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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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작가는 천성적으로 고독한 사람인가 보다.

그의 글 곳곳에서 생에 대한 외로움, 때로는 절망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고독한 상황을 감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에 관한 글이든지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작가가 되는 것을 인생의 지향점으로 삼게 하는 원동력이 되게 하기도 한다.


그도 이 책에서 분명히 말한다.

자신이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

그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는 철저한 사적 생활에 대한 명분, 몽상과 환상에 질서를 부여한 형태와 안식의 완성, 현실을 벗어난 사색의 시간과 책 읽을 시간에 대한 직업적인 권리 확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타인과의 은밀한 교감, 성가신 의무를 대신하는 삶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 스스로 선택한 진실과 윤리와 가치로써의 작품 세계의 형성화 (210쪽)를 위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 했다고 말한다.


그가 스스로 밝힌 이런 이유만으로도 작가는 고독한 존재일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며 고독한 존재가 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단지 그들의 고독이 알맹이없는 멋스러움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철저히 감내하여 일궈 낸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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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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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지식의 정도가 얼마이든 혹은 경험의 질이 어떠하든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물음이다. 작가는 그녀의 소설 [종의 기원]에서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진은 정신과 의사인 이모로부터 사이코패스 판정 받는다.

미국 브르크하멜국립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고통에 무감각하므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재범률도 높고 연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일반 범죄자들보다 높다.(출처:두산백과)'고 한다.

그러나 유진이 사이코패스라고해서 그의 즉흥적인 폭력성이나 존속 살인 행각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작가가 유진을 인격적 장애를 가진 이로 설정하기는 했지만 그는 살인행위를 벌이는 동안 자신에게 그러한 장애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러니 사이코패스라는 병리적인 진단명은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연속적인 살인 행각에 대해 즉각적인 개연성을 부여하고 악인으로서의 인간의 진화를 구체화하기 위한 장치이며 실상은 유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심연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주된 의도이다.

우리 사회는 인간의 유해한 본성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없이 그것을 규제하기에 급급하다. 마치 유진의 이모가 간질약이라고 속이고 알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말이다. 약을 처방하는 행위는 마치 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선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를 유해한 반인격적 존재로 낙인찍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런 존재에게 주체적인 선택이나 인간적인 선처따위는 없다. 또한 악한 본성을 드러낸 인간은 선한 존재로 선택된 인간의 제재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묵인한다. 이 또한 인간의 악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쯤되니 인간은 마치 악한 것으로 똘똘 뭉쳐진 존재같다. 게다가 악이란 생각보다 치밀한 것이어서 선한 것으로 둔갑하는 것쯤은 식은죽 먹기다. 이 책에 따르면 선한 본성이 악한 본성을 제압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다. 그러니 악에게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그의 화를 돋구지 말아야 한다. 참으로 섬뜩한 결론이다.


'도로는 한적하고, 12월의 밤은 스산하고, 바다는 부옇게 젖어 있었다. 저 앞 흐릿한 안개 속에선 누군가 걸어가고 있었다.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려왔다. 짠 바람을 타고 피 냄새가 훅, 밀려왔다.(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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