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짐승들의 몸은 빛나는 금색의 털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외뿔은 하얀색이였다. 그들은 차가운 냇가의 흐름에 말굽을 씻고 가을의 붉은 나무의 열매를 찾아다녔다.


멋진 계절이 었다.


나는 서쪽 벽에 덧붙여 세워진 오래된 망루에 서서 오후 5시의 뿔피리소리를 기다린다. 뿔피리소리는 길게 1번, 짧게 3번, 그리고 끝이 난다. 부드러운 피리 소리가 거리모퉁이로 오래된 추억처럼 천천히 지나간다. 소리는 미세한 물방울이 되어, 푸르름을 더해가는 대기(大氣) 속으로 녹아들거나 혹은 낡은 보도블록에 빨려 들어갔다. 뿔피리를 부는것은 수천년 사이를 쉬지않고 반복되온 것이리라. 집집마다 석벽의 틈틈에도, 공원의 담장에 덧붙여만든 작은 돌상에도 그소리는 스며들어 있었다. 시간은 거리에 모퉁이마다 평온하게 고여있었다. 나의 손끝은 그들의 그같은 평온함을 부드럽게 더듬었다.


오후 5시 마치 끝이없는 책의 페이지를 반복하듯 뿔피리가 시간을 알리고 짐승들은 태고의 기억을 향해서 머리를 들었다. 어느 것은 금작화(金雀華)를 씹는 것을 멈추며, 어느 것은 자리에 앉은채 말굽을 툭툭 보도를 두드리던 것을 멈추고, 어느 것은 마지막 햇쌀속의 낮잠을 깨며, 그렇게들 머리를 들었다.


모두는 한순간 조각처럼 정지한다. 움직임이라고 한다면 바람에 날리는 그들의 부드러운 금색의 털, 그것뿐이였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보고있는 것일까. 각자의 생각하는 쪽으로 머리를 굽히고 가만히 우주를 바라보는 체, 짐승들은 조금도 움직임이 없다.

그리고 뿔피리의 소리가 귀를 울린다.


뿔피리의 마지막 소리가 엾어진 석양속에 사라질 때, 그들은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주문(呪文)은 풀리고, 그리고 나서 잠시뒤면 거리에 짐승들의 말굽소리가 울린다. 강물처럼 짐승들의 행렬은 하얀 보도블록 위를 흘렀다. 누군가 선두에 서는 일도 없다. 누군가 대열을 이끄는 것도 아니다. 짐승들은 눈을 내리고 어깨를 조금씩 좌우로 흔들며 그 침묵의 강물을 따라 내려갈 뿐이였다. 그래도 하나하나의 사이에는 눈으로는 볼수없지만 부정할수없는 친밀함으로 이어져 있는 것같았다.


석양이 그들의 위를 빛추고 있었다. 망루에서 내려보면 짐승들의 진행은 마치 전설의 황금의 강물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저기의 길에서부터 한 마리, 두마리씩 나타나서 무리를 이루어 그 수를 늘리는 것처럼 수량(水量)을 증가시키며 거리를 횡단하며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몇번인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 나는 짐승들의 걸음걸이와 빠르기가 엄밀하게 정해져 있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공원을 나오면 부자연하리만큼 좁은 첨탑을 가진 시계탑까지 걷고, 남으로 향해서 옛다리를 건너고 그대로 남으로 향한 운하를 건너 공장거리을 통과하여 동쪽숲으로 나무의 열매를 찾고 있던 일군(一群)을 주워담는다. 다음에 방향을 서쪽으로 향하고 주물공장의 지하도를 지나서, 서쪽의 언덕의 여백에 그 대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늙은 짐승들과 어린 짐승들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북으로 향해 방향을 바꿔 서쪽다리를 건너 문에 다다른다.


문은 정확하게 5분간만 문지기의 손으로 열린다. 두터운 철판으로 종횡으로 두드려져 만든 무거운 문이다. 문지기는 자신의 일에 굉장히 충실한 남자다. 뿔피리를 부는 것도 또한 그의 일이다. 그는 문지기의 집의 앞에서 약 2미터 정도의 높은 전망대에 올라 하늘을 향해서 뿔피리를 불었다. 이상한 광경이다. 이 남자의 도대체 어디에서 이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이 만들어져 나올까라고 나는 생각했다. 짐승들을 전부 통과시키면 그는 전망대에서 내려가 가볍게 문을 닫는다.


문밖에는 짐승들을 위한 장소이다. 짐승들은 그곳에서 자고 교미를 하고 자식을 낳는다. 넓은 땅이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숲이 있고 조그마한 강도 흐르고 있다. 그리고 정말 벽에 둘러쌓여져 있다. 1미터 정도의 낮은 벽이 있지만 짐승들이 그것을 넘을 수는 없다.


그 낮은 벽을 싸고 있는 것은 사과나무뿐이다. 나무들의 기묘한 생명감이 서쪽지역에 머물었고 벽이 그 파도를 막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벽을 나와서 숲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문지기 혼자뿐이였다.


서쪽벽에는 20미터정도의 높이의 망루가 지어져 있다. 망루는 후세에 벽에 덧붙여진 것같았다. 벽돌의 구조는 벽에 비하면 훨씬 약했고 나선형 계단은 여기저기 무너지고 떨어져 있었다. 상부(上部)에는 비를 막기위한 나무로된 지붕이 있고 벽의 외부로 내밀어진 창문부터는 화살을 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창에는 철로된 열쇠가 잠겨있었지만 그것이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가 탈출을 막기위한 것인가는 난 알수 없었다.


봄이 시작하는 1주간정도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곳에는 오를수 없어 라고 문지기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누구도 짐승들에게 흥미를 갖고 있지는 않으니까


봄이 시작하는 1주간만 짐승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기위해 사람들은 망루에 올랐다. 짐승들은 그때에는 상상할수 없이 난폭해지고 생명이 위험할 만큼 싸우고 피투성이가된 가운데 새로운 질서가 태어난다.


짐승들은 이처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 자신만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질서는 피로서 얻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4월의 비가 그 피를 대지에서 씻어 낼 때 쯤 다시 온화한 존재로 돌아간다.


가을의 짐승들은 그렇게 결정지어진 장소에서 조용히 웅크린 체, 금색의 털을 빛내고 있었다. 어둠이 주위를 덮을 때까지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마치 참선하는 승려와 같았다. 울음소리 하나 내지않고 사과나무 속에 태양이 저물어가기를 기다렸다. 그 수는 무려 1000마리를 믿돌았다. 나는 부족할 것이 없는 1000의 명상과 1000의 휘황함을 계속 바라보았다.


곧 해가 지고, 최초의 푸른 어둠이 흐를 때 짐승들은 눈을 감았다. 이렇게 해서 거리의 하루도 끝난다. 그리고 계절이 끝나고, 한해가 가고 시절이 끝난다.


나도 망루의 난간에 기대 눈을 감고 그 거리감이 없는 암흑을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여러 상념에 몸을 맡겼다. 다시한번 눈을 떴을 때 밤의 어둠은 이미 천마리의 짐승들을 그 안에 감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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