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탑은 다리의 정면의 광장의 중앙에서 높은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의 기념비(moment)같은 긴 석조탑이였다. 내부는 비어있었지만 어디에도 입구는 없었다. 필시 그것은 지하에 있겠지...

 

그 탑의 높이는 이상할 정도로 높아 문자판을 보기위해서는 강을 향한 언덕까지 가지않으면 안됐다. 반원형으로 된 광장을 둘러싼 석조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대체로 단층건물이였지만 낮은 삼각지붕이 눌린 것같은 지붕이 붙어있는 것도 몇개 있었다. 도서관도 그런 건물의 한 모퉁이에 있었다. 그곳이 도서관이라고 푯말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게시판의 안내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어느쪽이냐 하면 곡물창고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렸다. 두텁고 음산한 석벽, 좁은 처마, 천정에 닿을 만큼 위에 있는 조그만 창. 문지기가 상세한 지도를 그려주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찾는데만도 100년은 걸릴 것 같았다.

 

광장 주위에 강가를 따라서 그런 비슷한 모양의 까닭모를 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그 건물들의 하나하나 속에서 도대체 뭐를 하고 있을까? 나는 알수 없었다. 혹은 우편물을 잃어버린 우체국이고 시체를 읽어버린 시체안치소이고 광부를 잃어버린 광산사무소이고 그 어떤 것일지는 몰랐다. 입구는 닫혀있었고 빗장 위에 두터운 먼지가 쌓여있었다.

 

강변의 길은 아름다운 길이였다. 높고 곧은 가로등이 20보를 두고 늘어서 있고 그아래에 강은 동에서 서로 거리를 둘로 나누면서 노래처럼 듣기좋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삼면(三面)을 불어건너오는 바람은 모래섬의 버드나무가지를 흔들고 서쪽언덕으로 밀려갔다.

 

강은 동(東)에서 서(西)로 거리를 두개로 나누면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똑바로 흐르고 있었다. 강바닥에는 동쪽의 끄트머리부터 옮겨져온 미세한 모래가 펼쳐져 있었다. 여백을 소용돌이 치는 물은, 지금은 닫혀버린 동문(東門)의 옆으로 부터 거리에 흘러왔고 옛다리의 중심부의 주위에 몇개의 아름다운 모양을 한 모래섬을 만들어 놓고있었다. 그리고 옛다리를 빠져나가 좀더 똑바로 나아간뒤, 서쪽언덕의 기슭에서 급하게 남쪽으로 나눠져서 깊은 소용들이를 만들면서 흩어져가고 남쪽의 벽의 앞에서 깊은 웅덩이로 흘렀다. 강은 이곳에서 끝나고 있다. 웅덩이의 바닥에서는 몇개의 지하터널이 입구를 열고 있고 강은 그곳에 빨려들어가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남쪽에 넓은 광장이 있는 석회암의 황야의 지하를 지나서 이처럼 흘러서 이 어둠의 강이 다음에 어느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내가 도서관의 문을 연 것은 거리에 온지 3일째였다. 무거운 나무문은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안에는 복도가 곧 바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높은 천정에는 노란색 전구가 몇개달려 있을 뿐이였다. 말라버린 땀냄새같은 향기가 났다. 왠지모르게 나의 몸조차도 어딘가로 빨려들어가 버릴 정도로 얇은 빛이 복도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런 복도가 몇번이나 꺾여 어디까지인가 이어져 있었다. 전구의 빛이 더해져 변색되버린 듯 보이는 벽, 이런 복도가 몇번이나 갈라지고 구부러지면서 어딘가까지 이어졌다. 입구에 비해서 건물안의 복도는 꽤 길었다. 마치 땅밑으로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였다.

 

계속 걷다가, 이미 어딘가에 이르는 것도 돌아가는 것조차도 할 수 없을 것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입구가 나타났다. 세공한 유리가 들어간 화려한 문이였다. 나는 낡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내부는 사방 5미터의 정사각형 방이였다. 창문도 없고 장식도 없었다. 나무의자 한 개가 중앙에, 붉게 열이 오른 스토브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주전자가 하얀 수증기를 내고 있다. 주위에는 대출을 위한 카운터, 그 쪽을 향해 서고로 통하여 있는 듯한 문이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이곳이 도서관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나무의자에 앉아 불을 쬐며 누군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네가 방안 내부의 문으로 모습을 나타냈던 것은 30분이 지난 뒤였다.

 

'죄송합니다.' 너는 말했다.

 

'누군가 보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미소를 지었다.

 

'책을 잃어버리게 된 후로는 이곳에 오는 사람도 거의 없기때문에요'

 

주전자가 탁탁소리를 내면서 고양이처럼 조금씩 몸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용건은' 너는 물었다.

 

내가 찾는 것은 오래된 꿈이였다.

 

'오래된 꿈입니다.' 너는 불안한 미소를 보이며 나의 얼굴을 보았다.

 

물론 너는 나를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 나와 너를 이어주고 있던 것은 그림자나라에서 오래전에 일어났음직한 몇개의 불확실한 가능성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요 오래된 꿈입니다.' 라고 나는 대답했을 뿐이였다.

 

'기분이 상하시겠지만 오래된 꿈을 만질수 있는 것은 예언자뿐입니다.'

 

너는 미소를 띄운 채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나는 그만 두기로 했다. '당신에게 많이 닮은 자매가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너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다시 한번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도서관의 천정은 높았다. 그리고 심연(深淵)처럼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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