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한국은 보통 늦게 자는 편에 속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잠에 드는 새벽 시간이다.

내 작은 원룸에 들어와 문을 닫고 전날이나 아침의 내가 남겨 놓은 흔적을 나홀로 맞이한다.

보통 집에 오면 바로 저녁을 먹는 편이다.

오늘은 냉장고에 있었던 남은 음식을 데워 먹었다.

여름에는 해가 무척이나 긴 이곳의 밖은 아직도 환한데 한국의 시간은 다음날 새벽 3시, 4시.

평소보다 유독 외로운 날이면 유튜브에서 남산타워 실시간 라이브 영상과 실시간 서울 한강 라이브캠을 켜고 지금 이미 미래에 있는 서울을 바라본다.남산 타워 영상은 그때그때 카메라가 달라지는데,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방향을 비춰줄 때도 있고, 남산타워 팔각정 쪽을 비쳐줄 때도 있고 남산공원의 야외 생활 운동 기구 시설 쪽을 비춰줄 때도 있다. 

늦은 시간에도 간혹 운동기구에 올라타 다리를 크게 휘적휘적 거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이고, 늦은 강아지 산책에 나온 사람도 보이고, 아니면 저 멀리자동차들의 전조등 불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한강 다리도 보인다.


서울 한강 라이브캠은 언제나 같은 장소를 비춘다. 반포대교의 측면을 보여주는데 이 시간에도 어딘가로 가기 위해 다리 위를 지나는 자동차들이 한 둘 지나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 얼마 전 비가 많이 왔을 때는 잠수교와 한강공원이 침수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가장 외로운 시간은 내가 떠나온 곳의 시차를 따라간다. 깊은 잠에 빠진 서울과 평생선을 달리는 파리의 늦은 오후에서 이른 저녁에 이르는 시간. 이 시간엔 모처럼 오랜만에 보고싶은 한국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수도, 집에 계신 부모님께 마망이 사진을 보내달라고 대뜸 메세지를 보낼 수도 없는 시간.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다. 유기견 보호 센터에서 임신한 상태로 구조되어 보호 센터에서 새끼를 낳아, 보호소에서 불어로 엄마, 라는 뜻인 '마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우리가 입양했을 때 마망이는 이미 자신의 이름을 마망이로 알고 있는 상태여서 구태여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사실 이 시간에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인데, 이상하게 이 시간엔 책도 잘 읽히지 않는다. 어쩌면 평일에 유일하게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 이 시간 뿐인데, 도통 이 시간을 알차게 쓸 마음이 잘 내키지 않는다. 센치하고 싶진 않은데 뭐랄까, 촥 가라앉는다고 해야할까? 책을 꺼내 읽어도 도통 눈이 활자를 잘 좇아가질 못한다.
















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1/6정도? 읽은 것 같다. 여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릴러물을 좋아한다. 아직까지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다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근데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남자때문에 발목잡힌 여자들만 죄다 나온다. 하... 여성 서사 중심의 스릴러물이 한창 인기를 끌던 2010년대 중후반?(지극히 내 주관적 기준이다ㅋㅋㅋ 내가 이때쯤에 이런 류의 스릴러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 걸 수도 있음... 약간 걸 온 더 트레인 이런 소설이 유행할 때 있었잖아요.)까지만 해도 이런 소재 설정이 너무 흥미로웠는데 이제 이런 이야기를 내가 좋아한 나머지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젠 약간 좀 다른 여성 캐릭터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 본다. 근데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읽어보고 판단하는 걸로... 암튼 여기 나오는 여자들은 다 똑똑한데 남자들은 역시 다 멍청하다...


<행복의 약속>은 영 진도가 안 나간다. 정말 모든 문장을 꼭꼭 씹어 읽기 때문에 ㅋㅋㅋㅋ

파리에 사는 한국인들과 같이 독서모임 같은 거 하면서 읽으면서 공부하고 싶다. 문장을 하나 하나 읽을 때 마다 머릿 속에서 막 엄청난 소용돌이가 치면서 느낌표와 물음표가 휘모리장단을 쳐대는데, 글로 생각을 정리를 할 수 있으려면 누군가와 먼저 대화를 나눠서 공부를 해야지 조금 더 명료해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누군가가 나한테 해외살이 중 무엇이 제일 힘드냐고 묻는다면, 둘째는 한식, 첫째는 책에 대한 갈증과 공유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나마 알라딘 서재라는 공간을 늦게나마 알게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읽을 진 모르지만 혼잣말이라도 이렇게 찌끄려대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다.


지금 한국은 다음날 4시 14분, 서울 날씨는 현재 흐림, 23도.

아, 고독한 시간. 이곳은 전날 밤 9시 16분.

https://www.youtube.com/live/-JhoMGoAfFc?feature=share

https://www.youtube.com/live/JBdzesI-ul4?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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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21 0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알라딘 서재는 점말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여기 오래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어려운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 2018년 말부터 이곳에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건 아니어도 매달 같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적어보자고요. 그렇게하니 제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 정리도 되고 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걸 다른 분들의 글로 알게 되기도 해서 너무 좋았어요. 그 먼 곳에 계신 달자 님께 알라딘이 조금이나마 갈증을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주 오세요, 달자 님! 우리 자주 만나 아야기해요! :)

잠자냥 2023-07-21 07:1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은 먹는 이야기하잖아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1 10:10   좋아요 2 | URL
네? ( ˝)

난티나무 2023-08-07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빠리에 사시는군요!!! 저는 디종 아래 삽니다.^^ 독서모임 저도 하고 싶어요 그러나 여기는 시골이라…ㅠㅠ 달자님 반갑습니다!!!!

달자 2023-08-07 21:15   좋아요 0 | URL
디종 근교에 사시는 군요!! 정말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