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연 2 - 완결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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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로서는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그래도 탄탄하게 재미의 요소들을 꽉꽉 채운, 책 두께만큼이나 빵빵한 내용을 가진 책.  

그런데... 도대체 교정을 보긴 본 건지, 편집자는 원고를 그냥 필름에 얹는 것 말고 뭘 했는지에 대한 의문문을 갖게 하는 책. 읽는 내내 알아서 자체 교정을 하면서 읽어야 했다.

아마도 초고 때 이 주인공은 황제의 조카였던 모양이다. 수정을 하면서 동생으로 바꾼 것 같은데 초중반까지는 그래도 한두번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꼼꼼하게 동생으로 바뀌어 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조카와 동생이 거의 반반, 후반에는 아마도 조카가 더 많았던듯. --;  

이렇게 설정 바꿨을 때 호칭이나 이름 고치는 게 별 거 아니게 보여도 엄청 골치 아프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편집자와 교정자가 한번씩만 더 봐줬어도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을 듯. 나중에는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 남주의 조카인 황태자의 나이와 황후와 남주가 만났을 때 나이에 관한 설정도 어느 부분은 고치고 어느 부분은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황태자가 11살로 나왔다가 8살로 나왔다가 하는데 어떤 부분은 11살이 맞고, 또 다른 설명을 보면 8살이어야 하는데?가 역시나 반복.

정말 괜찮을 수 있었던 작품이 작가, 편집자, 교정자의 게으름으로 문제투성이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예. 만약 재판이 된다면 꼭 고쳐서 나오길. 그러면 소장하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 아무리 재미있어도 자체 교정하면서 읽는 건 원치 않아. 

정말 괜찮은 책이 교정 때문에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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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석을 읽다 - 과학자가 들려주는 명화 속의 보석 이야기
원종옥 지음 / 이다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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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서적이라고 돈은 비싸게 받으면서 가장 중요한 도판은 절반 이상 흑백으로 넣거나 (대표적인 게 시공사 -_-+++), 표지만 하드로 두껍게 만들고 종이만 비싼 거 쓰고는 정작 내용은 얇거나 인쇄 상태가 메롱인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돈을 쓸 곳에 제대로 쓰면서 잘 만들었다.

저자가 화학자라는 아주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수준 높은 미술 매니아로서의 역량에다 자신의 전공인 과학을 접목해 아주 흥미진진하게 정리를 잘 해놨다. 보석에 대한 내용을 뽑아낼 정도가 되려면 그 아이디어를 떠올릴 정도로 그림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소리인데 전반적으로 미술 분야에 대한 상당한 공력이 있을 거라는 짐작을 들게 한다.

화학자이긴 하지만 책 내용에 어려운 화학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각 챕터마다 말미에 해당 보석에 관한 과학적인 설명과 보관, 세척법 같은 실용적인 정보들이 망라되어 있다. 탄생석 외에도 금, 은, 제트 같은 몇가지 귀금속에 대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각 나라 별로 탄생석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명화 속에서 보던 액세서리에 사용된 보석들이 무엇인지 그 정체 파악은 정말 흥미로웠다. 아예 알아볼 생각조차도 않았었던 내용들을 파헤쳐주니까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느낌? 역시 아는 만큼 더 많이, 깊이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새로운 방향이나 지식적인 측면과 상관없이 눈요기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보석 애호가로 유명했던 리즈 테일러며 나폴레옹의 두 황후들을 포함한 유럽 황실의 휘황찬란한 보석 콜렉션은 비록 그림 속의 떡이지만 눈호강에 배가 부르는 느낌.

한 마디로 돈값을 하는 눈요기 + 재미있는 보석 입문서 + 보석을 중심으로 본 유럽 명화 감상 시간이었다.

본론과 별 상관없는 얘기로 그냥 내 느낌인데... 앵그르는 초상화를 그릴 때 사람은 배경이고 그녀가 입은 옷과 보석을 정성을 다 해 그렸던 것 같다. 유명한 오달리스크 시리즈는 인간이 주인공이지만 초상화들은 왠지 그런 느낌. ^^;  

이 저자가 기운을 내서 다시 이런 양질의 통섭적인 작업을 또 해주면 좋겠음.... 이라고 쓰고 나서  이 http://blog.daum.net/film-art/13742871를 발견했다.  사실이라면 흠..... -_-a 이래서 재고 털려고 갑자기 반액 세일 들어간 건가 싶기도 하고.... 기분이 묘해지네.  아직 가부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관계로 일단 이 글과 내가 읽은 느낌에 대한 평점은 그냥 두려고 한다.  결과가 나오면 이 감상문과 평점은 수정하던가 유지하던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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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녹음현장 - 카라얀, 굴드, 음반 프로듀서
이사카 히로시 지음, 최연희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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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은 향수를 자극하는 책.

내가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저기 등장한 인물들이 다 죽은 뒤 아주 나중에 알았을지 몰라도 대부분 별 의미없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행운이랄지 그래도 카라얀이나 첼리비다케, 솔티는 몇년 정도는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그들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등장한 레코딩의 상당수는 지구 레코드나 성음 레코드에서 라이센싱한 LP로 또 몇개는 원판으로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돈을 쪼개서 LP나 CD를 사서 음악을 듣고, 저 멀리서 절대 오지 않는 저 명장들의 연주를 그리워했던 경험이 있는 세대들에겐 특별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 두근거리며 들었던 그 음반 뒤에 어떤 얘기가 있었고 그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결코 초대되지 않았던 그 무대 뒤로 들어가서 현장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적인 즐거움을 준다.

카라얀의 나르시시즘과 비즈니스적 마인드며 굴드의 기행은 그들의 살아 생전부터 워낙 유명하다 못해 거의 전설적인 수준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첼리비다케가 그렇게 물을 먹은 줄은 몰랐었네. 하지만 카라얀을 선택한 베를린 필 주자들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게... 그렇게 날마다 튜닝에 목숨을 걸면 정말 출근하기가 싫었을 것 같다. 그리고 솔티가 빈 필에 와서 쩔쩔 매는 모습도.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 넘치는 영감님의 연주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했던 음반 구입에 대한 욕구를 다시 스멀스멀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구입할 기회가 있었는데, 음향이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후배에게 양보했던 솔티의 링 전집 LP가 갑자기 아까워지는 것은 무엇인지. ㅋㅋ 아서라. 갖고 있는 카라얀 거랑 푸르트뱅글러 전집도 아직 다 완파 못한 주제에. 근데 칼 뵘 것은 내 살아 생전에 구할 수 있으려나.

조연으로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오이스트라흐, 리히테르 등 그리운 거장들의 이름들도 속속 등장하는 등. 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계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다.

내용도 매끄러운 번역도 다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다면 곡 이름 같이 중요한 고유 명사에 간혹 오타가 보인다. 예를 들어 발퀴레의 '비'행인데 발퀴레의 '기'행, 이런 식으로. (바그너가 작곡한 발퀴레의 기행이란 곡이 있다면 내가 무식한 것이니 사과하겠음.) 해당 분야에 지식이 없는 번역자일 경우에 종종 일어나는 실수지만 번역자 프로필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교정이 섬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 때문에 갑자기 음악이 마구 땡기고 있는데 일착으로 카라얀의 나르시시즘의 극대화라는 베를린 필의 연주 영상을 한번 돌려봐 줘야겠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정말 앵글이 지휘자에게 엄청나게 몰려 있었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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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정부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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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Vita con Gio.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면 뜻을 알겠지만 귀찮아서 생략. ^^;

신부님과 읍장 시리즈로 나를 포함해 전 세계에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조반니노 과레스끼 버전의 가족 이야기의 후편이다, 그의 살아 생전에는 책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몇년 전에 책으로 묶여 나왔다고 한다. 그게 또 한국에 번역까지 된 모양. 이름만 보고 책을 사는 작가가 내게도 두엇 있는데 조반니노 과레스끼가 바로 그 한 명인 터라 잽싸게 구입.

독자들이 과레스끼 하면 기대하는 대로 이 책도 꽤 유쾌하다. 그리고 같은 반도라 그런지 나쁜 점에 있어서는 우리와 정말 지긋지긋하게 닮은 (그래서 일그러진 모습을 비추는 거울 보는 것 같은) 이태리 사람들, 특히 북부인들의 삶의 일면이나 생각에 관해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날 것 그대로의 비판이라면 굳이 이태리 책까지 찾아볼 필요가 없지만 과레스끼 특유의 유머 감각과 애정 섞인 비판을 한번 거치면 즐거운 자기 성찰 내지 유머가 된다.

이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분명 번역으로는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았을, 그만의 말장난 등 언어 유희를 함께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솟게 되는데 이번 책은 번역자가 상당히 점잖게 번역을 했는지 아니면 말년이라 그의 펜대도 좀 무뎌졌는지 신부님 시리즈에서의 포복절도의 강도는 별반... 40년 넘은 글인데도 이 시점에서 공감이 가는 걸 보면 정말 좋은 글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저작권과 상관없던 시절, 해적판으로 많은 신부님~ 시리즈가 번역이 되고 출간이 되었는데, 나중에 저작료 주고 힘들게 번역을 해 출간한 출판사들에게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이 작가 작품의 번역은 김명곤씨가 최고인듯. 번역은 제 2의 창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해주는 참 감칠맛 나는 단어 선택과 표현을 썼는데... 이 책도 그가 번역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편 격인 가족 이야기도 있다는데 걔도 구입을 할까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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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수다 - 차도르를 벗어던진 이란 여성들의 아찔한 음담!
마르잔 사트라피 글 그림, 정재곤.정유진 옮김 / 휴머니스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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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이후 팬이 된 이란 여류 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책이다.

페르세폴리스에서 보여주던 그 솔직대범함이 이 책에서는 여성들의 수다를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정말 20세기 이슬람 문화권(이란인들은 자신들을 이슬람으로 묶는 걸 아주 싫어하지만 다른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음)의 여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온, 3번의 결혼경력을 가진 할머니, 이란 혁명 당시에 혁명에 앞장 섰고, 호메이니를 필두로 한 신권 정치에도 힘껏 저항했던 서구적인 어머니 외에도 보수적인 이란에도 저런 여성들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용기있고 개방적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모임에 당시의 인습과 사회적인 굴레에 순응해 살아가는 여성들도 그 수다에 끼어있기는 하지만 그녀들 역시 마음까진 굴레에 들어가지는 않아 있다.

식사 후에 마르잔이 사모바르에 끓인 차 (사모바르에 차를 끓이는 데 45분 정도 걸린다는 걸 처음 알았음. 우리는 게 아니라 끓이는 차는 어떤 맛일지. ㅌ님과 함께 불타올랐던 사모바르에 대한 욕망이 다시 나를 태우고 있음.)를 나눠 마시면서 자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인습 안에서 꿋꿋이 견뎌내거나, 아니면 어리석은 (때때로 동정의 여지가 없는 한심한 주변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이웃들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눈다,

밖으로 드러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뒷담화들이 많기 때문에 그녀들은 비밀의 맹세를 하고 있고, 그걸 어기지 않았기에 그 대화 모임이 유지되긴 했겠지만... 이제 마르잔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공개가 되어버렸다. ^^; 물론 어느 정도는 윤색도 시켰을 테고 이름도 바꾸는 등의 작업을 거치긴 했겠지만 부끄러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혹시라도 이 책 안에 등장한 자신을 보면 좀 창피하긴 할듯.

에밀리 소설책에서 주변 사람들이 에밀리의 책에 나쁜 모습으로 등장할까봐 그녀에게 아주 잘 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보면서 좀 오버다 싶었는데... 최소한 마르잔 사트라피의 주변 사람들은 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하다. ^^

후루룩 읽기 좋은 짧은 분량의 시원시원한 그림체의 이야기지만 폐쇄된 문화권에서 여성들의 삶과 가둘 수 없는 정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담장을 두르고 막는다고 결코 막아지지는 않는 게 생각의 자유이긴 한데... 그것은 어느 정도 삶에 여유가 있고 교육을 받은 이 여성들에게 한정이 된다는 게 참... 한 사회를 억누르고 망치려는 독재자들이 교육과 정보를 최소화하고 통제하려는 게 정말 이해가 되긴 된다. 아는 게 많으면 정말 생각도 많아지고 말도 많아질 수밖에 없거든. 그리고 말이 많아지다보면 자신이 하는 말이 X 팔려서라도 행동을 하는 인간들이 나오게 되는 법이고, 소수라도 늘어나고, 또 행동이 많아지면 변화는 필연적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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