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역사 한길크세주 15
피에르 푸케 외 지음, 정승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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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이 고루 갖춰진 균형있는 식단을 제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고단위 영양제가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그것이 힘든 현대인에게는 영양제의 존재가 필수품화 되고 있는데 지식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크세주 문고는 각자가 필요로 하는 영양을 아주 고단위로 농축시켜놓은 정제... 혹은 농축식량 같다. 참고서적 목록까지 포함해도 170쪽도 안된다.

한정된 지면 안에 이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알차게 깊이를 갖고 쑤셔넣기도 정말 쉽지 않을텐데... 그 정밀한 배열과 구색에 감탄이 나온다. 술이란 물질의 발생부터 역사적 영향과 인식, 그리고 그 식민주의와 알코올 중독의 폐해까지. 술과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실은 한번씩 다 짚고 지나갔다.

그것도 단순한 역사라기 보다는 과학부터 문학까지를 모두 포괄한 인문 사회 과학 서적으로. 프랑스의 책인 만큼 자료나 인용의 많은 부분이 프랑스 중심이긴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소위 제3 세계 국가의 자료까지 인용하는 성실함을 보였다는 데도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사실을 겉핥기 해주는데 그치는(나름대로 유용하긴 하지만) 디스커버리 문고와 차원이 다르다. 여기는 사실 외에 작가의 인식이 있다. -뭐 이 부분은 독자의 취향에 따라서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왔음- 이런 류의 책은 확실히 미국보다는 프랑스나 영국이 낫다는 생각을 굳혀준다. 우리는 언제 이 정도 통찰력과 광범위한 지식을 갖고 한가지 주제를 '쉽게' 끌어갈 수 있을까? 지금 교육체제로는....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암소가 달을 뛰어넘기를 기다리는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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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의 역사:고대 이집트에서 20세기까지 - 까치가정학 2
블랑쉬 페인 지음 / 까치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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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런 일에 더 이상 화낼 기운도 없지만 먼저 이것은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나처럼 제3 세계의 복식에 대한 소개 부분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의 제목은 복식의 역사지만 동양이나 소위 신대륙인 아메리카나 중동의 복식에 대해선 겉핥기로 지나가는 예의상의 언급도 전혀 없다. 고로 서양의 역사만을 다룬 책을 서구사로 이제 엄격하게 분리를 하듯 이 책도 서구 복식의 역사라는 제목이 적당할 듯 싶다. 언제가 되야 서양사가 세계사가 아니라는 자각을 출판사나 서구의 저자들이 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제목 선정에 대한 불만을 제외하곤 가격에 비해 두툼하고 내용도 괜찮은 편이다.

흑백이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내용에 따라 적절한 그림과 스케치, 도해들이 바로바로 배치되어 있어 꽤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가 쉬웠다. 저자가 머리말에도 밝혀놨지만 이 책을 위해 정말 연구와 여행, 자료 수집이 많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 단순히 몸을 가리고 추위와 더위를 가리는 것에서 출발한 의복이 서구 사회에서 시대별로 어떻게 발달되었고 그리고 각 시대의 유행과 그 배경을 일목요연하게 뜯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런 류의 패션이나 복식사에서 많이 생략되고 외면되던 고대 이집트부터 로마시대까지의 복식에 대해서도 꽤 많은 부분을 할당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동안 죽 만나왔던 중세 이후의 서구 복식에 대한 자료의 홍수 속에서 조금은 드물게 친절한 고대의 의상에 대한 연구를 만나봤다고 할까...?

그리고 각 시대를 상징하는 각각의 특징들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이후로는 그림이나 과거사를 다룬 영화 등을 볼때 시대에 대한 추측과 함께 고증에 대한 평가를 약간이나마 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즐거운 수확이라면 수확. 또 하나 딴지를 걸자면 책의 부제는 '고대 이집트부터 20세기까지' 인데 이 책은 19세기 말로 마무리를 짓고 있어서 20세기의 복식에 대해 기대하며 다음 장을 넘길 때 조금은 황당하다.

옷의 세부 구조나 바느질에 흥미가 전혀 없는 나로선 마지막 부분에 부록처럼 친절하게 배치된 각종 옷본 도해들이 무용지물이지만 이쪽 방면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그것들도 나름대로 크게 쓰임새가 있지 않을까 싶다. 두툼하니 책장에 꽂아놔도 뿌듯하고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가 부담이 간다면 중간중간 그림과 사진들을 보면서 왔다갔다 읽어도 나쁘진 않을듯 하다.

그림이 가물에 콩나듯 나오는 우리 고대 복식사에 관한 책과 좀 비교가 됐다. 자료가 될만한 것들을 전쟁으로 몽땅 태워먹고 그나마 벽화가 있는 땅은 다 빼앗긴 먼 조상들과 너무나 알뜰해 옷의 마지막 순간까지 재활용했던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조상들을 탓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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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기업을 위한 창조경영
강충인 지음 / 프리치(북공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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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라는 단어는 좋아하지만 일단 경쟁이나 일류니 하는 얘기가 나오면 기본적으로 거부반응을 많이 느끼는 관계로... 아마 일 때문에 아니었다면 평생 쳐다볼 일도 없었을 책. 역시 먹고 사는 문제는 사람에게 싫은 일 마저도 기꺼이 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나보다. 개인적인 취행을 제쳐놓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성취 욕구가 불타는 직장인이라면, 혹은 회사나 개인의 발전에 목숨걸고 있는 기업가라면 아마 이 책에 꽤나 감동받고 자극을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이제 낡은 실천 방식과 이론의 시대는 갔다! 조직에 안주하는 직장인, 상하 구조가 철저한 개념의 조직은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 사는 방식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그 창조적인 생각을 흡수해 발전시켜주는 개인과 조직만이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

어찌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뻔한 얘기이긴 한데... 예로 든 다양한 사례들과 저자가 나름대로 정리한 변화와 생각을 위한 방식(공식이라고 해야하나?) 덕분에 통속성을 탈피했다는 느낌. 이런 종류의 책들이 주로 화두만 던지고 용두사미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여기서는 실천 방법(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과 방향까지 제시했다는 것이 특이하다는 특이한듯... 날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런 분야의 책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재미와 감동(?)을 받으며 읽을 수 있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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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나귀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시와사회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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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여, 나는 이 글로서 당신에게 밀레투스 식의 몇몇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나일강의 여린 나무 줄기에 씌어진 이 파피루를를 읽을 마음이 있다면 나는 당신의 청각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유혹할 것을 약속합니다. 당신은 한 인간이 동물로 변하고 후에 많은 모험을 거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경탄해마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황금 당나귀의 저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출어내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시작한다. 이걸 세계 최초의 소설로 보고 있다는데 (최소한 라틴어로선 최초의 산문소설이겠지만 최초의 소설이라는 주장에는...글쎄. 정확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지 이보다 앞선 소설이 아시아권에 얼마나 많았는데...) 고대의 이야기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밀한 피카레스트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 서기 100년대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로마판 아라비안 나이트 같기도 하고... 또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 소설의 내용은, 뒷날 많은 문학 작품이나 동화에서 등장하는 (로마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실수나 호기심으로 인해 동물이 된 인간의 모험담이다.

그리스 영웅들은 신과 함께 험난한 모험 여행을 떠나 신화와 서사시를 남기지만 현실적인 로마인들은 가장 가까운 동물과 떠나고 소설을 남기는 모양. ^^; 하지만 어찌되었던 이것 역시 모험 소설임은 사실이고 결말은 역시 인간이 아니라 신에 의해 맺어진다.

당나귀가 되어 인간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각과 모험담이 정말 재미있었다. 1인칭이었는데 틀림없이 소설이란 것을 알면서도 흡사 작가 자신의 진짜 경험담을 듣는 듯한 현실감도 느껴졌고. 주인공의 모험담은 픽션으로 제쳐두더라도 주인공의 이름과 배경은 작가와 똑같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황금 당나귀 자체가 갖고 있는 재미 외에 고개를 끄덕이며 발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훗날 유럽의 고전이라는 작품에 인용되는 얘기들의 원전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학은 교묘한 표절의 역사란 얘기를 누군가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인듯... 이걸 보면서 후세에 많은 작가들이 -세익스피어나 보카치오도 포함해서- 정말 많은 텍스트와 소재를 여기서 표절해갔다는걸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 얘기들의 근원지가 여기였단 얘기인데... 아폴레이우스는 어디서 표절해 왔을까...? 아니면 이곳은 정말 서양 문학이라는 거대한 강이 솟아난 수원지 중 하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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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한국인의 먹거리
주영하 지음 / 공간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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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가였기 때문에 나중에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료 수집 차원에서 잡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던 책이다. 문화 사대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인문학 류의 책에선 저자가 한국인이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과거에 제목과 리뷰에 홀려 시도한 몇번의 선택에서 좀 처참한(?) 결과를 얻은 다음부터 글쓴이가 한국인이면 그 수준에 대해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그런 나의 나쁜 경험들을 많이 해소시켜주는 선택이었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썩은줄 알았는데 잡은 사과가 의외로 멀쩡하니 맛있었다고 할까... 읽어나갈 수록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김치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는 기회가 됐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특별히 새롭거나 대단한 깊이나 고찰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조사하고 엮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감사해야 할듯. 그리고 다른 단편적인 기획 기사나 논문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던(이 책이 나오고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아마 그 부분은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많이 해소가 됐겠지만) 김치와 비슷한 염장 식품류에 대한 국제적인 비교도 적으나마 할당이 되어 있었고.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김치와 젓갈로 대표되는 발효 저장식품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래서 지식은 계속 호기심을 부른다고 하나보다. 음식도 유행이 있다고 하는데... 확실히 맞는 모양. 여기에 등장한 많은 김치와 염장 식품들이 이제는 문서로만 남아 있는 것 같고 몇개의 대표 식품을 제외하고는 사라지는 추세란 생각이 든다. 당장 내 기억만을 더듬어봐도 어릴 때 어렴풋이 맛보거나 하다못해 보고 들은 기억이 있는 음식들이 벌써 많이 사라졌으니.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이름과 맛이 혀끝에서 다시 되살아나 감도는 경험도 했는데... 더 늦기 전에 좀 더 심화된 연구서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 시간에도 손맛을 내던 사람들과 그들의 특이한 식품들은 사라져가고 있는데 보존과 기록은 그것을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덧붙여지고 지금 독자의 취향에 맞는 시각 자료가 다양하게 포함된 증보개정판의 발행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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