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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나귀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시와사회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독자여, 나는 이 글로서 당신에게 밀레투스 식의 몇몇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나일강의 여린 나무 줄기에 씌어진 이 파피루를를 읽을 마음이 있다면 나는 당신의 청각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유혹할 것을 약속합니다. 당신은 한 인간이 동물로 변하고 후에 많은 모험을 거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경탄해마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황금 당나귀의 저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출어내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시작한다. 이걸 세계 최초의 소설로 보고 있다는데 (최소한 라틴어로선 최초의 산문소설이겠지만 최초의 소설이라는 주장에는...글쎄. 정확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지 이보다 앞선 소설이 아시아권에 얼마나 많았는데...) 고대의 이야기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밀한 피카레스트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 서기 100년대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로마판 아라비안 나이트 같기도 하고... 또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 소설의 내용은, 뒷날 많은 문학 작품이나 동화에서 등장하는 (로마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실수나 호기심으로 인해 동물이 된 인간의 모험담이다.
그리스 영웅들은 신과 함께 험난한 모험 여행을 떠나 신화와 서사시를 남기지만 현실적인 로마인들은 가장 가까운 동물과 떠나고 소설을 남기는 모양. ^^; 하지만 어찌되었던 이것 역시 모험 소설임은 사실이고 결말은 역시 인간이 아니라 신에 의해 맺어진다.
당나귀가 되어 인간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각과 모험담이 정말 재미있었다. 1인칭이었는데 틀림없이 소설이란 것을 알면서도 흡사 작가 자신의 진짜 경험담을 듣는 듯한 현실감도 느껴졌고. 주인공의 모험담은 픽션으로 제쳐두더라도 주인공의 이름과 배경은 작가와 똑같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황금 당나귀 자체가 갖고 있는 재미 외에 고개를 끄덕이며 발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훗날 유럽의 고전이라는 작품에 인용되는 얘기들의 원전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학은 교묘한 표절의 역사란 얘기를 누군가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인듯... 이걸 보면서 후세에 많은 작가들이 -세익스피어나 보카치오도 포함해서- 정말 많은 텍스트와 소재를 여기서 표절해갔다는걸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 얘기들의 근원지가 여기였단 얘기인데... 아폴레이우스는 어디서 표절해 왔을까...? 아니면 이곳은 정말 서양 문학이라는 거대한 강이 솟아난 수원지 중 하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