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한국인의 먹거리
주영하 지음 / 공간 / 1994년 6월
평점 :
품절


염가였기 때문에 나중에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료 수집 차원에서 잡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던 책이다. 문화 사대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인문학 류의 책에선 저자가 한국인이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과거에 제목과 리뷰에 홀려 시도한 몇번의 선택에서 좀 처참한(?) 결과를 얻은 다음부터 글쓴이가 한국인이면 그 수준에 대해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그런 나의 나쁜 경험들을 많이 해소시켜주는 선택이었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썩은줄 알았는데 잡은 사과가 의외로 멀쩡하니 맛있었다고 할까... 읽어나갈 수록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김치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는 기회가 됐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특별히 새롭거나 대단한 깊이나 고찰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조사하고 엮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감사해야 할듯. 그리고 다른 단편적인 기획 기사나 논문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던(이 책이 나오고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아마 그 부분은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많이 해소가 됐겠지만) 김치와 비슷한 염장 식품류에 대한 국제적인 비교도 적으나마 할당이 되어 있었고.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김치와 젓갈로 대표되는 발효 저장식품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래서 지식은 계속 호기심을 부른다고 하나보다. 음식도 유행이 있다고 하는데... 확실히 맞는 모양. 여기에 등장한 많은 김치와 염장 식품들이 이제는 문서로만 남아 있는 것 같고 몇개의 대표 식품을 제외하고는 사라지는 추세란 생각이 든다. 당장 내 기억만을 더듬어봐도 어릴 때 어렴풋이 맛보거나 하다못해 보고 들은 기억이 있는 음식들이 벌써 많이 사라졌으니.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이름과 맛이 혀끝에서 다시 되살아나 감도는 경험도 했는데... 더 늦기 전에 좀 더 심화된 연구서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 시간에도 손맛을 내던 사람들과 그들의 특이한 식품들은 사라져가고 있는데 보존과 기록은 그것을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덧붙여지고 지금 독자의 취향에 맞는 시각 자료가 다양하게 포함된 증보개정판의 발행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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