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아랍인
사니아하마디 / 큰산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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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9.11 사건 이후 유행처럼 아랍 읽기와 아랍 알기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관련 서적들이 갑자기 떠오르고 또 그 시류를 타고 만들어진 책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런 아랍 읽기의 와중에 왜 이 책은 그렇게 조용히 수면에 있었을까 의구심이 생긴다. 이것 만큼 아랍인에 대해 거의 모든 방면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준 책도 드문 것 같은데...

이 책의 저자는 아랍인이다. 서구에서 교육받고 활동했기 때문에 빈 라덴이나 호메이니같은 시각에서 보면 역시 정통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각에서 그는 아랍인이고 자신의 민족에 대해 나름대로 객관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아랍 아랍인에서 아랍인에 대한 이러네, 저러네 식의 뭉뚱그림이나 한마디나 하나의 사상으로 전체를 묶어버리려는 화려한 논리와 수사적 재주는 발견할 수 없다. 왜 이들이 9.11 사건을 일으키고 내내 중동을 화약고로 만드는지에 대해 글쓴이가 그럴듯하게 만들어 던지는 명쾌한 해답도 없다.

어찌보면 건조할 수 있는 내용들. 아랍인은 누구인가라는 큰 명제 아래 그들의 생각과 감정, 생활, 의식을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묶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내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랍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제일 먼저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 한 사회를 알고 싶을 때는 저자가 갖고 있는 편견(시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을 배우기 전에 일단 건조하고 비교적 객관적인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하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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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계약
헬렌 피셔 지음, 박매영 옮김 / 정신세계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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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미리 밝히고 들어가자면 나는 인문학이나 사회학에서도 제대로된 증거를 가진 논리를 요구하는 독자이다. 아니면 나를 속여 혹하게 할만큼 상상력을 발휘해 근사한 거짓말을 창조해내던가. 여기서 찔끔 여기서 찔끔 어설픈 짜집기만큼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없다.

이 책은 학문적인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된 자기만의 논리를 가진 내용이다. 흔히 배워왔듯이 생존을 위한 진화가 아니라 진화의 수레바퀴를 돌린 힘의 원동력으로 성을 과감하게 끌어들였고 현대를 사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 관계며 결혼 제도까지 그 행동양식의 기원을 먼 과거로 끌고 가고 있다.

헬렌 피셔 자신도 인정했듯이 그녀가 근거로 내건 손에 잡히는 학문적인 증거는 아주 미미하다. 인류의 기원과 발전에 관한 내용을 고리 개념으로 본다면 여긴 두가닥 이상 연결되는 고리가 거의 없을 정도. 하지만 그녀가 펼쳐내는 소설 형식의 얘기들은 그림이 생생하게 그려며 재미있게 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상당수를 믿고 싶을만큼 재미도 있다.

학문적으로 이 성의 계약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저자의 학문적 상상력을 만나는 것을 즐거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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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창해ABC북 1
기유메트 앙드뢰 외 지음, 옥승혜 옮김 / 창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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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이게 뭐야!;하는 허탈함이 한순간 스쳐갔다. 이렇게 얇을 수가... 하는 황당함도 약간은 있었고. 하지만 작은 고추가 뱁다는 말을 증명하는 책, 이집트에 대해 막 알기 시작하고 기본부터 배우고 싶은... 첫걸음을 떼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는,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는 너무 겉핥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입문서로는 완벽할 정도로 다방면을 다 고 지나가고 있다.

큰 그림은 시대순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안의 내용은 사회, 풍습, 종교, 유적지와 예술작품까지 이집트에 관해 알거나 생각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이미지가 한번씩은 언급되어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한명이 아니라 세명의 이집트 학자가 자신의 분야에 따라 짤막짤막한 (원고지로 따지면 대체로 10장 내외의 분량일듯) 글로 하나씩의 주제를 다루고 있어 내용의 치우침도 적은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풍부한 컬러 사진들. 막연히 설명의 나열이면 겉돌 수 있는 내용인데 내용과 연결되는 풍부한 사진 자료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은 이집트에 대해 발끝을 담그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 발을 더 숙 밀어넣고 온 몸이 잠겨들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 '고대 이집트'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남녀 평등적인 사회상... 이집트에서 여성들의 위치며 생활을 다룬 책들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나무랄 데 없는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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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문명은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게오르그 포이어스타인 외 지음, 정광식 옮김 / 사군자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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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란 책이 꽤 많이 팔렸나 보다. 그 책의 명성에 기대려는 심리가 너무나 엿보이는 제목... 나 또한 거기에 속은 독자중의 한명이니 그 전략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던듯. 수메르~가 상당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주장에 대한 어떤 반론이 나올까에 대한 기대로 이 책을 선택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내용과 제목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하는게 옳다.

표지에 쓰여진 저자의 소개에서 그가 요가학자란 부분을 봤을 때 짐작을 했어야 하건만... 두께도 엄청 두꺼워 가뜩이나 좁은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뒤쪽의 반은 떼서 요가에 심취한 누군가에게 선물(?)할까도 싶다. 역사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1부인 270쪽 까지만 읽으면 된다.

1부의 내용은 나름대로 흥미있다. 오랫동안 역사적 사실로 주장되어 온 인도의 아리안족 침입설이 이 책에서 논리적으로 반박되는 즐거움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건 누구도 확실히 모르니까) 이렇게 잘 정리된 논리를 보는 즐거움은 참 오랫만인듯. 그 설득의 정도가 어느 정도냐면... 난 이제 어디 가서든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아리안족의 침입설을 뭉개기로 결심.

1부는 (원하던 만큼의 수위는 아니었지만) 기대한대로 리그 베다를 비롯한 인도의 오래된 경전과 유적을 가지고 역사적인 편견과 사실을 차곡차곡 해부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문화적 유산과 영적 유산에 대한 다음 장을 기대하는 심리는 엄청 높았는데... 2부는... 요가 입문이라고 해야하나...? --; 1부와 2부가 과연 한권이어야 하는지도 약간은 의심스러웠음. 문화적 유산은 곁다리이고 '영'적 유산이 중심인 내용.

2부에서 볼때 1부의 의미는 요가가 아리안족 침입 이후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도 문명 발생과 함께 계속 이어진 가장 오랜 정신이라는 얘기를 하기 위한 서설에 불과. 1부에서 줄기차게 얘기되던 아리안족은 인도 토착민이고 침입은 없었다, 인도 역사는 유럽인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최소 2000년에서 4000년은 더 된다는 그 얘기들은 요가의 역사와 의미를 말하기 위한 기나긴 준비 작업. 장장 270쪽에 걸쳐서... --;

여기서 1부 내내 역사의 근거로 제시하던 베다 경전들 덕분에 한동안 누르고 있었던 리그 베다며 마하바라타 등등에 대한 독서욕구가 다시 뭉글뭉글 솟아 오르고 있으나... 지금 쌓아놓은 고대 문명사에 관한 책들을 어느 정도라도 좀 해치운 다음에도 책 사고 싶으면 그때 생각해야지.

나 나름의 결론을 얘기하자면... 역사적 사실과 연구 결과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한 책이 아닌듯 싶다. 좀 더 꼼꼼히 작가 소개며 목차, 리뷰 등을 보고 책을 골라야지. 영어로 된 원제목이라도 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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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성의 여성사
해리엇 길버트 지음 / 까치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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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이나 여성사와 관련된 책들이 갖기 쉬운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피하면서 (여기에 사회적, 역사적 관심을 갖는건 대부분 여자들이다 보니... 때에 따라선 좀 극단적인 남성 비하적이고 대립주의적인 사관을 만날 때가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사실과 주관을 잘 피력했다. 진정한 남녀 평등은 여성에 대한 이 정도 고찰과 이해의 글이 남성에 의해 쓰여지는 날에 이루어지는 거겠지.

어쨌든...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내용이 한개의 줄에 잘 꿰어져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견해가 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아마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여성들이 공감을 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입장에 서있는 사람들은 이 책의 내용 역시 패배주의적 입장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큰 깊이는 없지만 여성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 때 한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틴 로슈의 그림. 단순하면서 상징적이고, 참 재미있고 위트가 있는 그림이다.

서로가 살아온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징과 유머가 있었지만 그거야 피차 서로의 책임이 아니니까... 아쉬운 것이 있자면 출판 연도를 보니 87년의 글. 이론이나 예제가 약간 오래됐다는 느낌을 받아서 확인을 했더니 역시... 이 책이 쓰여진 이후 15년간 있었던 다양한 논의와 변화, 견해들이 흡수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아차 잘못하면 선정적이고 흥미거리가 될 수 있는 주제를 가볍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이 쏠쏠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듯.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지만 읽고 나서 허무하진 않은 책이다.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원할 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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