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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성의 여성사
해리엇 길버트 지음 / 까치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여성학이나 여성사와 관련된 책들이 갖기 쉬운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피하면서 (여기에 사회적, 역사적 관심을 갖는건 대부분 여자들이다 보니... 때에 따라선 좀 극단적인 남성 비하적이고 대립주의적인 사관을 만날 때가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사실과 주관을 잘 피력했다. 진정한 남녀 평등은 여성에 대한 이 정도 고찰과 이해의 글이 남성에 의해 쓰여지는 날에 이루어지는 거겠지.
어쨌든...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내용이 한개의 줄에 잘 꿰어져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견해가 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아마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여성들이 공감을 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입장에 서있는 사람들은 이 책의 내용 역시 패배주의적 입장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큰 깊이는 없지만 여성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 때 한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틴 로슈의 그림. 단순하면서 상징적이고, 참 재미있고 위트가 있는 그림이다.
서로가 살아온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징과 유머가 있었지만 그거야 피차 서로의 책임이 아니니까... 아쉬운 것이 있자면 출판 연도를 보니 87년의 글. 이론이나 예제가 약간 오래됐다는 느낌을 받아서 확인을 했더니 역시... 이 책이 쓰여진 이후 15년간 있었던 다양한 논의와 변화, 견해들이 흡수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아차 잘못하면 선정적이고 흥미거리가 될 수 있는 주제를 가볍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이 쏠쏠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듯.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지만 읽고 나서 허무하진 않은 책이다.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원할 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