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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문명은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게오르그 포이어스타인 외 지음, 정광식 옮김 / 사군자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란 책이 꽤 많이 팔렸나 보다. 그 책의 명성에 기대려는 심리가 너무나 엿보이는 제목... 나 또한 거기에 속은 독자중의 한명이니 그 전략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던듯. 수메르~가 상당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주장에 대한 어떤 반론이 나올까에 대한 기대로 이 책을 선택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내용과 제목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하는게 옳다.
표지에 쓰여진 저자의 소개에서 그가 요가학자란 부분을 봤을 때 짐작을 했어야 하건만... 두께도 엄청 두꺼워 가뜩이나 좁은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뒤쪽의 반은 떼서 요가에 심취한 누군가에게 선물(?)할까도 싶다. 역사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1부인 270쪽 까지만 읽으면 된다.
1부의 내용은 나름대로 흥미있다. 오랫동안 역사적 사실로 주장되어 온 인도의 아리안족 침입설이 이 책에서 논리적으로 반박되는 즐거움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건 누구도 확실히 모르니까) 이렇게 잘 정리된 논리를 보는 즐거움은 참 오랫만인듯. 그 설득의 정도가 어느 정도냐면... 난 이제 어디 가서든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아리안족의 침입설을 뭉개기로 결심.
1부는 (원하던 만큼의 수위는 아니었지만) 기대한대로 리그 베다를 비롯한 인도의 오래된 경전과 유적을 가지고 역사적인 편견과 사실을 차곡차곡 해부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문화적 유산과 영적 유산에 대한 다음 장을 기대하는 심리는 엄청 높았는데... 2부는... 요가 입문이라고 해야하나...? --; 1부와 2부가 과연 한권이어야 하는지도 약간은 의심스러웠음. 문화적 유산은 곁다리이고 '영'적 유산이 중심인 내용.
2부에서 볼때 1부의 의미는 요가가 아리안족 침입 이후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도 문명 발생과 함께 계속 이어진 가장 오랜 정신이라는 얘기를 하기 위한 서설에 불과. 1부에서 줄기차게 얘기되던 아리안족은 인도 토착민이고 침입은 없었다, 인도 역사는 유럽인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최소 2000년에서 4000년은 더 된다는 그 얘기들은 요가의 역사와 의미를 말하기 위한 기나긴 준비 작업. 장장 270쪽에 걸쳐서... --;
여기서 1부 내내 역사의 근거로 제시하던 베다 경전들 덕분에 한동안 누르고 있었던 리그 베다며 마하바라타 등등에 대한 독서욕구가 다시 뭉글뭉글 솟아 오르고 있으나... 지금 쌓아놓은 고대 문명사에 관한 책들을 어느 정도라도 좀 해치운 다음에도 책 사고 싶으면 그때 생각해야지.
나 나름의 결론을 얘기하자면... 역사적 사실과 연구 결과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한 책이 아닌듯 싶다. 좀 더 꼼꼼히 작가 소개며 목차, 리뷰 등을 보고 책을 골라야지. 영어로 된 원제목이라도 봤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