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상형문자 이야기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진경 옮김 / 예문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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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리스티앙 자크는 람세스로 만나 소설가로서의 인상이 너무나 컸다. 그에 대한 인상은 정말 특이한 시대를 잘 골라서 너무나 완벽한 자료조사로 글을 썼구나 하는 정도. 하지만 몇권의 이집트학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크리스티앙 자크는 내게 소설가가 아니라 이집트 학자로서 각인되어 있다. 그의 이집트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엄청난 지식.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직업상 최상급 형용사를 너무나 남발하기 때문에 그것에 질려서 난 어떤 책이나 사물을 놓고 개인적으로 최상급 형용사를 거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는 입이 딱 벌어진다는 표현을 그대로 쓰고 싶다.

책의 첫머리는 오리 그림(상형문자다)으로 시작한다. 아들과 딸을 상징하는 글자인 동시에 젊은이를 뜻하는 이 오리. 크리스티앙 자크를 비롯해 수많은 이집트 학자들을 물어뜯고 열정을 자극한 존재.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오리는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아닌가 싶다.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맛뵈기로 던져주는 상형문자에 쏙 빠져들면서 매 장 끝에 그가 낸 문제를 풀 때 희열감을 느끼며 더 알고 싶은 갈증을 느낀다.

크리스티앙 자크가 미리 얘기했듯이 이 책을 가지고 상형문자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그 상형문자의 세계를 문외한들에게 알려주는 아주 작은 겉핥기이다. 하지만 그 약간의 맛을 본것 만으로도 식욕이 엄청 자극된다. 여기서 그는 상형문자의 우수함에 대해 참 와닿는 표현을 썼다. 얼마나 과학적인 언이냐 하면 중요한 내용을 상형문자로 먼저 적어보고 그것을 프랑스어로 옮긴다는.... 한국말도 솔직히 버벅이는 나로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실력이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뭔가 요약을 할 때 길게 쓰기 싫은 명사와 동사 몇가지를, 기억하고 있는 상형문자로 휘갈길 때의 쾌감은 써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 같다. 내 글씨가 워낙 악필이라 그것만으로도 알아보기 쉽지 않겠지만 상형문자를 섞어쓴 그 메모는 그야말로 암호겠지. 나도 상황만 된다면 이 오리에게 물리고 싶다. 단 아마추어로. 그리고 늘 느끼는거지만....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쉽게 얘기한다. 자신의 오류와 무식을 거창한 수사학과 복잡한 문장으로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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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 - 조르주 상드에서 애거서 크리스티까지
로사 몬떼로 지음, 정창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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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나를 가진 사람은 하나의 고민이 있고 백개를 가진 사람은 백개의 고민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구절을 나도 모르게 떠올렸다. 이 책에 기록된 몇명의 여인들. 여자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오랜 남성위주의 문화 속에서 이런 비극의 주인공으로나마 이름을 남기기 위해 그녀들은 얼마나 처절하게 투쟁을 했을까?

차라리 평범했더라면 사회에 순응하면서 그 시대 나름의 행복을 얻을 수 있었던 여자들이 타고난 비범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시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운명때문에 마음이 갑갑했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행태로나마 그들의 삶과 투쟁(?)의 흔적을 남긴 그녀들은 행복하다는 생각도 얼핏 든다. 더 치열한 삶을 살았고 더 비범했지만 묻혀버린 수많은 여성들이 역사 속에는 수없이 많다.

악녀로 탕녀로 이름을 남긴 역사 속의 여성들... 그녀들을 더 파고 들어가면 바로 탁월함 때문에 완전히 매장시킬수 없었던 남성 사가들에 의해 악의 표상으로 남겨졌을 수도 있다. 그런 여성들의 역사를 찾아내고 발견하는 시발점으로 좋은 책이다. 숨어버린 여성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고, 가장 중요한 호기심과 흥미를 돋우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있다면 수많은 인문, 사회 서적들이 그렇듯 서양사 위주의 시각이다. 그나마 작가가 스페인 게통이었기 때문에 앵글로 색슨 중심의 시각보다는 넓다는 것이 행운이긴 하지만... 동양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의 인물에 대한 탐구가 있는 책이 나올 날은 언제일까? 아직도 전 세계의 역사는 서양의 역사이다.

그 역사라는 말에 동서양, 제3세계의 모든 것이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서술된 책을 보고 싶다. 동양과 제3세계의 여성들도 서양 여성들 못지 않게 비범했고 나름대로의 역사와 삶이 있었다는 것은 과연 누가 기억해서 이렇게 아쉬운대로나마 발굴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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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꼬 여숙(旅宿)
최요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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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서전류나 자신의 신변 잡기를 모아놓은 류의 책은 아~~~~주 싫어한다. 보고 싶은 책만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을 위해 가끔 누군가의 회고담이나 성공담 책을 잡을 때면 과연 이런 얘기를 위해 나무들이 베어지고 사람들이 매달려 책을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책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신변 잡기가 감동을 주는 경우도 아주 가끔은 만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사실 이 책에는 소위 모두가 본받고 싶어하는 대단한 사람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자식들을 줄줄이 서울대나 하버드로 보낸 부모의 교육 성공담도 아니고 온갖 고생을 다 이겨내고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이 사회에서 불쌍하다는 쪽에는 속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식들을 앉혀놓고 본받으라고 온 나라 부모들이 부추기고 싶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어찌보면 가장 바보스런 퍼주는 삶을 사는 사람과 그의 이웃들의 이야기.

이 저자가 자신의 그런 삶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랑스럽게 '나는 이런 대단한 일을 사회를 위해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난 이 책에 대한 서평조차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썼지만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그냥 조용히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 서로 만나고 부딪치고 그러면서 함께 변화하는 그 모습을 잔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머리가 복잡하고 다 귀찮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나쁜 x으로 보일 때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책. 이 세상에 아직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고 희망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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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멜리사 리틀필드 애플게이트 지음, 최용훈 옮김 / 해바라기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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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글자 크기와 간격을 넓혀 종이를 낭비하는 요즘 책들에 불만이 많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도판이 아니면서도 컬러 그림이 가득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변화인듯. 요즘 그런 책만 골라서 그런지 책들마다 컬러링이며 인쇄 상태가 정말 예전과 비교할 수가 없다. ^^

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 제목만큼 신화가 아주 많지는 않다. 하지만 신들의 계보를 체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벽화를 통해 이집트인들의 사상과 생활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활과 따로 뗄 수 없는 신들의 이야기로 대표되는 신화와, 고대 이집트인들의 죽음, 삶에 대한 내용들이 그림과 함께 설명된다.

그냥 무심히 큰 덩어리만 보고 넘기던 벽화 속에 등장하는 그 모습(포즈, 인물)의 의미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던 소품들이 그 나름으로 의미를 가진 배치라는 것이 흥미롭고. 따겨보면 벽화그리기라는 귀찮고 손 많이 가는 작업을 하면서 쓸데없는 것을 그리는데 할애할 시간은 없었을테니 당연한 얘기겠지...

또 하나. 여기서도 내내 언급되는 요가. 요가는 인도에만 있는줄 알고 살았는데 요즘 만나는 책들마다 (고대사나 문명 관련책들을 내리 읽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의도하지 않게 요가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신비주의나 수련, 사후 세계에 관한 어떤 공통된 연결고리가 인도-이집트-티벳에 있는 것 같다. 깊이 들어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얼핏얼핏 비치는 것들이 비슷하게 보임.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하고 비슷하다고 하면 질색하는 것처럼 각 나라의 신비주의자나 학자들도 이 얘기를 들으면 무식하다고 구박하겠지만. ^^;

요즘 왕창 사다 읽고 있는 이집트와 오리엔트 고대사에 관한 책들 중 세번째로 잡은 책인데 기초부터 이집트학 책을 시작하니까 앞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연결되서 진행하기가 편하다. 책읽기 조차도 기초가 필요한 모양. 지금 크리스티앙 자크의 상형문자에 관한 책을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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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신화 - The Legendary Past 세계 신화 시리즈 5
헨리에타 맥컬 지음, 임웅 옮김 / 범우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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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를 읽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는... 전체를 통찰하는 내용을 보고 싶어서 골랐는데.... 대영 박물관 신화 총서라는 것을 너무 믿은듯. 흑백이지만 사진 자료도 풍부하고 사진이 흑백인 것이 아까울만큼 종이질이 무~지 좋은 책인데 내용은 기대만큼 풍부하거나 깊지는 않은 것 같다.

역사는 수메르~ 는 주제별로 짧게 끊어가긴 하지만 각 장의 내용은 상당히 깊이가 있었는데 지면이 한정된 탓인지 내용도 그렇게 심도 있는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기대하던, 전체를 뚫는 큰 그림도 아니다. 그냥 메소포타미아 신화 전반에 대해 가볍게 알고 싶은 사람들은 좋을듯. 활자도 크고 내용도 가벼워서 빨리 읽힌다. 마지막에 부록처럼 붙어있는 메소포타미아 연대기는 나름대로 유용할듯한데 역시 너무 짧고 간단해 허탈. 목차를 보면서 사실 이 연대기 때문에 책을 택하다시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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