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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꼬 여숙(旅宿)
최요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자서전류나 자신의 신변 잡기를 모아놓은 류의 책은 아~~~~주 싫어한다. 보고 싶은 책만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을 위해 가끔 누군가의 회고담이나 성공담 책을 잡을 때면 과연 이런 얘기를 위해 나무들이 베어지고 사람들이 매달려 책을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책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신변 잡기가 감동을 주는 경우도 아주 가끔은 만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사실 이 책에는 소위 모두가 본받고 싶어하는 대단한 사람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자식들을 줄줄이 서울대나 하버드로 보낸 부모의 교육 성공담도 아니고 온갖 고생을 다 이겨내고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이 사회에서 불쌍하다는 쪽에는 속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식들을 앉혀놓고 본받으라고 온 나라 부모들이 부추기고 싶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어찌보면 가장 바보스런 퍼주는 삶을 사는 사람과 그의 이웃들의 이야기.
이 저자가 자신의 그런 삶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랑스럽게 '나는 이런 대단한 일을 사회를 위해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난 이 책에 대한 서평조차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썼지만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그냥 조용히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 서로 만나고 부딪치고 그러면서 함께 변화하는 그 모습을 잔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머리가 복잡하고 다 귀찮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나쁜 x으로 보일 때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책. 이 세상에 아직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고 희망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