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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의 문명사 -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까지 화장실을 통해 보는 인류 문명사
줄리L.호란 지음, 남경태 옮김 / 푸른숲 / 1996년 12월
평점 :
품절
일 때문에 급하게 읽었던 책인데... 내용에 그다지 깊이는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워낙 없었던 덕분에 나름대로 재미있고 또 술술 읽혔다.
일단은 화장실이라는 섹스 만큼이나 금기시된 화제인... 이 분야에 대해 이 정도라도 고찰과 백과사전식 조사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 똑같이 금기시된 화제인데 섹스는 수많은 역사와 사회, 인류학적인 서적들이 있는 반면 이 분야는 정말 한심할 정도로 적은듯 싶다.
역사 소설에서 너무나 멋진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인물이 실제로는 엄청나게 지저분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이 있기에 가능한 체험이었다.
그런면에서 자료로서의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내내 느끼던 아쉬움은 아직은 이 책의 저자가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이지 이 화장실에 대한 깊은 고찰이나 어떤 사회적이건 철학적이건 의미는 찾지 못했다는 느낌.
음식으로 치자면 재료가 다 들어가긴 했지만 깊은 맛은 없는 요리를 먹는듯한... 넓게 세계 이곳저곳의 화장실 얘기를 훓는 것보다 조금은 뭔가 사회학적인 깊이나 고찰을 만나고 싶다면 이것과 함께 아주 드물게 화장실, 혹은 뒷간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는 한국인 저자가 쓴 자연을 꿈꾸는 뒷간쪽도 읽어보면 좋을듯.
언제나 그렇지만 이렇게 세계를 정리하는 류의 책에 항상 빠지는 우리나라. 중국이나 일본 못지않은 얘기거리가 될만한 화장실 문화가 있었건만... 제대로 홍보하지 못해 일찍 막을 내리는 비주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단순히 위생만을 생각하고 그 재앙은 생각지 않는 서양의 수세식 화장실을 진리로 생각하고 우리의 화장실에 주눅드는 사람들이 참 많다. 좀 당당하게 우리 화장실의 철학을 외국인에게 전하면서 세계적인 보편성과 동감을 끌어낼 책이 이 땅에서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