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성서 - 성과 속을 넘나든 화가들, 아르테마 006
고종희 지음 / 한길아트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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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책은 그림이 너무 많거나 아니면 글에 나와있는 그림이 많이 빠져서 맥이 빠지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은데 일단 균형은 절묘하게 잘 지킨 것 같다.

중세 이후 미술의 주요 테마였단 성서를 그린 걸작들을 위주로 주제별로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새로운 시각에서의 그림 읽기란 점에서 만족.   성화란 것의 배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종교적인 설명도 빠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종교적인 색채나 성스러움 등 자기 종교를 강조하지 않아 타 종교인인 사람도 읽는데 거부감은 없다.

잘 알려진 보티첼리, 미켈란젤로니 라파엘로 같은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들은 물론이고 (이 또한 뒤에 숨어 있는 얘기들이 이채롭다면 이채롭다) 마사초, 안젤리코와 같이 그림은 유명하나 이름은 감춰진 화가들의 그림을 자세한 설명과 당시 시각에 맞춘 눈높이로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엘 그레코의 그림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브뤼겔과 함께 나의 2대 사랑인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 설명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그 대담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그림이 성서 이야기에 모티브를 둔 성화였다니...

보스가 어떤 경건한 마음으로 그 그림들을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봐도 그의 그림은 브뤼겔처럼 자신의 시대를 뛰어넘는 이방인 기질이 넘친다.  아마도 그래서 환타지성 창작물이나 요상한 종교 비슷한 사이비 쪽에서 보스를 놓고 우주인 내지 이계에서 온 존재, 혹은 이계를 경험한 존재로 자주 써먹는거겠지.

중세부터 근세까지에서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었던 내용을 현대까지 끌어 와서 만추라는 이름을 알게 해준 것에도 이 책에 감사.  이래서 사람은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더 많이 책을 읽어야 하나보다.  또 로마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베드로 성당에 있는, 그가 만든 그 청동문을 꼭 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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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이트
비르기트 브란다우 외 지음, 장혜경 옮김, 조철수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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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50년대에 쓰여진 히타이트 서적 하나만 오랫동안 한국을 지배(?)하다가 정말로 오랫만에 황송하게도 2000년대에 정리된 발굴 성과를 기록한 책이 나왔다.   나왔을 때 바로 샀어야 했는데 미루다가 황당하게 절판되는 바람에 빌려서 읽은 우여곡절의 책.  (절판이란 것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청천벽력... ㅜ.ㅜ)

1차 세계대전이 어쩌고 2차 세계 대전때 어떤 발굴이 중단됐고 등등의 옛날 옛적 발굴 성과 얘기만 읽다가 1987년 등 가까운 숫자가 나오니 처음에는 정말 황송할 지경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의 혼란까진 아니지만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던 케케묵은 히타이트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달아나고 비워져있던 공간들도 많이 채워졌다고 보면 될듯.

일단 압도적이고 앞선 철기 무기로 주변 국가들을 지배하는 히타이트의 이미지가 하늘로 날아가 버렸고, 중동의 국가들이 그랬듯 남성 위주의 강력한 왕권 국가려니했던 히타이트가 매 시대마다 한번씩 출연하는 희귀종이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비어있었던 계보들도 확실히 정리되어 흐름 파악에 있어서도 만족.

수천년 전에 오히려 현대보다 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법 체계와 의사 참여체계, 그리고 여왕과의 공동 지배 형태가 존재했다는 것은 페미니즘쪽에서도 한번 접근해볼만한 연구 과제이지 싶다.   

현대의 픽션에서 현대인이 갑자기 과거로 떨어지는 내용들이 자주 사용되는데, 만약 내가 고대의 어느 나라로 하나 떨어져야 한다면 예전에 고대 이집트가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히타이트도 넣어줘야할듯.

책의 내용 구성도 재미있는데 홀수인 장은 왕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사실, 짝수인 장은 그 시대의 사회상과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짜여져 있다.   각 장을 지그재그식으로 연결해 놓은건데 이런 인문 서적도 이제는 내용에 더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서구 출판계에서는 하고 있는 모양.

책이 다시 나온다면 소장하려고 마음 먹고 있고... 이름을 잊어버린 한국의 수메르어 학자가 쓴 '히타이트'라는 책도 한번 사볼까 생각중.   그런데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책과 이 책의 디자인이 너무 비슷해서 급하게 사는 사람은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히타이트 발굴이 제대로 진행이 되서 10년 안에 이 책에 있는 내용 모두를 뒤집을 새로운 내용으로 가득찬 책을 내고 싶다고 했는데 나도 그 책을 읽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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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박완서 소설전집 7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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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맡은 일 때문에 나의 가장 비선호 분야인 순수 문학을 열심히 읽게 됐고 있는데 그중에 포함된 책.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만 미친듯이 팔 때 읽어둔 것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다행히 봐야할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당시에 명작 작가 포함되지 않았던 박완서 등 70-80년대 이후 작가들의 것은 고스란히 숙제가 됐다.

이 박완서씨의 경우는 지나친 비극과 꼬임이 없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고통이기 때문에 박경리 선생 말고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이란 형용사를 붙여주는 작가라서 이 단편은 쉽게 읽었음.

3편으로 연결된 연작 단편 엄마의 말뚝은 자전적인 내용이다.

남편을 잃은 아내가 시골에서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받을 수 있는 보호를 떨쳐버리고 자식들을 데리고 서울에 올라와 서울에 소위 말뚝으로 상징되는 자기 자리를 잡아 가는 그 치열한 과정이 어린 딸의 눈에 비춰진 부분이 엄마의 말뚝 첫번째 이야기이다.  6.25 때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기억이 수술과 맞물려 등장하는 부분이 두번째 이야기, 그리고 죽음까지의 그후 7년과 매장의 과정이 세번째 이야기이다.

연결된 2편과 3편은 독자 입장에선 없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그 부분은 작가 자신을 위해, 자기 정화와 정리를 위해서 꼭 필요했던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야 할 것은 이 엄마의 말뚝 뿐이었지만 그냥 잡은 김에 다른 단편들도 읽었는데 여성만이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의 세계를 쓸데없는 자아 도취나 페미니즘 고취 의식없이 담담하게, 그리고 그 글이 쓰여지던 시대가 은밀한 가운데 세밀하게 묘사되는 것이 박완서씨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하수체에 뇌종양이 생긴 환자한테 "이왕 생겨야할 뇌종양이라면 최고로 좋은 자리에 생긴겁니다"라고 한다던데 이왕 읽어야할 소설이라면 이거라서 다행이었다 싶음.  

경험은 공유하지 못해도 감정의 공감대는 세대를 뛰어넘는 것 같다.   단 수준이 있는 작품의 경우에만. 

팔자에 없는 늙은 문학 소녀(?)로서의 시간도 때로 나쁘지는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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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 - 삶, 신화 그리고 예술
줄리에트 우드 지음, 이연희 옮김 / 들녘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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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그리스 신화에 싫증낸 사람들이 북구로 시선을 돌렸고 그 가운데 현대 문학이나 예술에서 주류로 등장하기 시작했던 켈트.   하지만 한국에선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에 늘 갈증을 느끼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덥석 집었다.

부제가 삶, 신화 그리고 예술이라 켈트 신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기대했건만... 결론을 얘기하자면 화보집 수준의 컬러링과 종이질을 가진 아주 예쁜 켈트에 관한 그림책이다.

켈트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작해 그들의 자연숭배 사상, 종교의 변화에 거기에 따른 예술의 변화, 전투적인 생활이 그림과 사진 위주로 아주 짤막짤막하게 묘사되고 있다.

켈트인에 대한 간단한 개요나 큰 그림을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이지만 보통 켈트하면 떠오르는 드루이드 교며 자연 숭배적인 신비주의 켈트 신앙에 대해 알고 싶었던 나로서는 본전 생각이 좀 많이 나는 책이다.

다만...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고대에만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던 이 켈트인들의 문화가 그리스 로마 문화과 대등하게 유럽 전역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천년 가까이 존속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작은 성과.

눈높이를 낮춰서 내놓았다는 것은 알겠지만 브리태니커에서 예전에 나온 각 문명권에 관한 하드커버 다이제스트 백과 사전보다 좀 못하다.    이제는 인터넷 구매에도 이골이 쌓여서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데 이건 오랫만에 실패작.  

좋은 책인 것은 알겠지만 그 좋다는 의미가 내용보다는 책의 편집과 종이, 사진의 질에 편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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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케치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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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이던가... 니꼴라 시리즈가 나왔을 때 그의 위트 있는 얘기와 그림에 푹 빠져서 없는 돈에 그 시리즈를 다 사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 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때 받았던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동생의 책장에 꽂힌 이 책을 꽤 오랫동안 노리고 있다가 오늘 잡아서 읽었는데 그의 위트와 대상의 특징을 잡아내는 그림체는 여전하지만 과연 책 한권이 될 소재인가에 대해선 솔직히 의문.

뉴욕에 잠시 살러 온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본 미국인들, 특히 뉴욕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생각, 프랑스와의 차이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좀 함량 미달이란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는지도 그렇게 다가오지 않고.  (뭐 이 부분은 나의 능력이 작가 말하려는 것을 잡아낼 정도로 높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권의 책으로 묶여 판매되기에는 조금 이상으로 본전 생각이 나는 책.

내 돈을 주고 내가 샀다면 후회를 무지 했을테지만 동생의 투자였기 때문에 기분좋게 읽었다.  장 자크 상빼의 그림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교보문고에 가서 서서 읽고 오는게 가장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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