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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ㅣ 박완서 소설전집 7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새로 맡은 일 때문에 나의 가장 비선호 분야인 순수 문학을 열심히 읽게 됐고 있는데 그중에 포함된 책.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만 미친듯이 팔 때 읽어둔 것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다행히 봐야할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당시에 명작 작가 포함되지 않았던 박완서 등 70-80년대 이후 작가들의 것은 고스란히 숙제가 됐다.
이 박완서씨의 경우는 지나친 비극과 꼬임이 없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고통이기 때문에 박경리 선생 말고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이란 형용사를 붙여주는 작가라서 이 단편은 쉽게 읽었음.
3편으로 연결된 연작 단편 엄마의 말뚝은 자전적인 내용이다.
남편을 잃은 아내가 시골에서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받을 수 있는 보호를 떨쳐버리고 자식들을 데리고 서울에 올라와 서울에 소위 말뚝으로 상징되는 자기 자리를 잡아 가는 그 치열한 과정이 어린 딸의 눈에 비춰진 부분이 엄마의 말뚝 첫번째 이야기이다. 6.25 때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기억이 수술과 맞물려 등장하는 부분이 두번째 이야기, 그리고 죽음까지의 그후 7년과 매장의 과정이 세번째 이야기이다.
연결된 2편과 3편은 독자 입장에선 없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그 부분은 작가 자신을 위해, 자기 정화와 정리를 위해서 꼭 필요했던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야 할 것은 이 엄마의 말뚝 뿐이었지만 그냥 잡은 김에 다른 단편들도 읽었는데 여성만이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의 세계를 쓸데없는 자아 도취나 페미니즘 고취 의식없이 담담하게, 그리고 그 글이 쓰여지던 시대가 은밀한 가운데 세밀하게 묘사되는 것이 박완서씨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하수체에 뇌종양이 생긴 환자한테 "이왕 생겨야할 뇌종양이라면 최고로 좋은 자리에 생긴겁니다"라고 한다던데 이왕 읽어야할 소설이라면 이거라서 다행이었다 싶음.
경험은 공유하지 못해도 감정의 공감대는 세대를 뛰어넘는 것 같다. 단 수준이 있는 작품의 경우에만.
팔자에 없는 늙은 문학 소녀(?)로서의 시간도 때로 나쁘지는 않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