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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이트
비르기트 브란다우 외 지음, 장혜경 옮김, 조철수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1950년대에 쓰여진 히타이트 서적 하나만 오랫동안 한국을 지배(?)하다가 정말로 오랫만에 황송하게도 2000년대에 정리된 발굴 성과를 기록한 책이 나왔다. 나왔을 때 바로 샀어야 했는데 미루다가 황당하게 절판되는 바람에 빌려서 읽은 우여곡절의 책. (절판이란 것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청천벽력... ㅜ.ㅜ)
1차 세계대전이 어쩌고 2차 세계 대전때 어떤 발굴이 중단됐고 등등의 옛날 옛적 발굴 성과 얘기만 읽다가 1987년 등 가까운 숫자가 나오니 처음에는 정말 황송할 지경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의 혼란까진 아니지만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던 케케묵은 히타이트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달아나고 비워져있던 공간들도 많이 채워졌다고 보면 될듯.
일단 압도적이고 앞선 철기 무기로 주변 국가들을 지배하는 히타이트의 이미지가 하늘로 날아가 버렸고, 중동의 국가들이 그랬듯 남성 위주의 강력한 왕권 국가려니했던 히타이트가 매 시대마다 한번씩 출연하는 희귀종이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비어있었던 계보들도 확실히 정리되어 흐름 파악에 있어서도 만족.
수천년 전에 오히려 현대보다 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법 체계와 의사 참여체계, 그리고 여왕과의 공동 지배 형태가 존재했다는 것은 페미니즘쪽에서도 한번 접근해볼만한 연구 과제이지 싶다.
현대의 픽션에서 현대인이 갑자기 과거로 떨어지는 내용들이 자주 사용되는데, 만약 내가 고대의 어느 나라로 하나 떨어져야 한다면 예전에 고대 이집트가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히타이트도 넣어줘야할듯.
책의 내용 구성도 재미있는데 홀수인 장은 왕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사실, 짝수인 장은 그 시대의 사회상과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짜여져 있다. 각 장을 지그재그식으로 연결해 놓은건데 이런 인문 서적도 이제는 내용에 더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서구 출판계에서는 하고 있는 모양.
책이 다시 나온다면 소장하려고 마음 먹고 있고... 이름을 잊어버린 한국의 수메르어 학자가 쓴 '히타이트'라는 책도 한번 사볼까 생각중. 그런데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책과 이 책의 디자인이 너무 비슷해서 급하게 사는 사람은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히타이트 발굴이 제대로 진행이 되서 10년 안에 이 책에 있는 내용 모두를 뒤집을 새로운 내용으로 가득찬 책을 내고 싶다고 했는데 나도 그 책을 읽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