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일본사를 만든 일본인 이야기
고미 후미히코 지음, 한유희 옮김 / 이손(구 아세아미디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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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디어 다 읽었다. ㅠ.ㅠ

만만하게 시작했다가 피 본 케이스. 나무의 신화와 함께 쉽게 덤볐다가 가장 고생한 책 리스트 수위에 올려놔야할 것 같다. 아니.... 어찌보면 일본에 대해 아는 것 없는 내 무식이 만만한 책을 엄청 버겁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인물에 관한 책들을 보면 대충 아는 사람들이 70-80%인데 이 책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 각주 다 찾아보고 앞으로 돌렸다 뒤로 갔다 하면서 연결 고리를 맞추느라 더 힘들었음.

일본사 전체를 훑는 서적을 보기 전에 사전 지식을 얻자는 의미에서 먼저 잡았는데 실수였던 것 같다. 일단 일본사를 한번 다 본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보면 달리 보일 책으로 느껴짐.

제목은 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보이지만 여기 선정된 101명의 일본인들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에 나름대로 족적을 남기고 후대와 연결되는 영향을 줬던 인물들이다. 그런데 고대와 중세에서는 비교적 눈에 익은 이름들이 보였지만 근세를 넘어 근대로 오면서는 몇몇 천황과 쇼군들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다 생소한 인명들. -_-;;;

일본사에 대해 아주 무식하지는 않다고 자부했던 내 착각을 여지없이 깨뜨려주는 구성. 아마도 신화 위주라 역사서로서 가치가 적은 일본서기가 거의 유일한 지식 베이스인 내게 작가가 밝혔듯이 확실한 역사적 기록과 족적이 있는 인물 위주인 이 책은 낯설 수 있겠다.

바로 이 점이 '2천년 일본사를 만든 일본인 이야기'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 같다. 사학자들과 가장 사이가 나빠야할 고고학자들까지 사학자들의 가설을 억지로라도 증명해주기 위해 날조까지 하며 나서는 나라. 일본 역사학계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도쿄대. 나머지는 쌀밥에 잡곡 정도의 비율. ^^;;;) 신화적 내용들에 도취되고 싶은 그 유혹을 잘 떨쳐버리고 있다.

일견 건조하다고나 할까... 자국의 전쟁을 보도하는 BBC 방송의 뉴스 같다는 느낌. 내가 민족주의적 성향이 투철한 일본인이라면 이 책의 역사관이나 서술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일본인이 쓴 역사서 치고 이 정도의 객관성을 갖고 국수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난 것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이건 솔직히 신뢰할 수 없는 단정임. 일본에 대해 내가 가진 건 단편적인 지식과 일본서기. 그 일본서기를 너무나 조악하게 풀어서 쓴 000 일본사라는 욕이 절로 나오는 최악의 유치찬란한 책, 그리고 노래하는 역사 시리즈 정도니까. 지금 쌓아놓은 일본사 책들을 다 읽고나면 객관적 기준일 설 것 같음.

구성도 굉장히 공이 들어있고 세심하다. 시대를 크게 나눠서 인물론에 대해 들어가기 전에 인물들을 선정하게 된 배경과 근거를 간단하게 밝히고 고맙게도 그 시대의 지도까지 올려놓았다. 또 짧지만 시대 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 소개를 하는데 이게 읽을만 하다. 특히 일본 근대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일본이 서구 열강의 식민지라는 비극적 운명을 피하게 된 원인을 그 똑똑한 메이지 천황이 아니라 일본의 위치와 국제 정세에 입각해서 파악하고 있다는데 놀랐음.

동아시아 해역과 북서 태평양의 해상 교통로에 흥미를 가진 국가에게 일본의 위치는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한 국가로서 독립을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영국 제국의 해상 교통로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중립을 유지하고 분할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일본 역사학자의 소견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는 정도의 정세 판단이라고 해야하나... 결국 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지정학적인 위치 덕을 톡톡히 본거겠지. 우리나라의 자리가 좋았다면 지금 태국에서 라마 5세, 일본에서 메이지 천황이 받는 그런 존경과 칭송을 고종 황제 역시 받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자랑하는 (도대체 왜 자랑하는지 이해 불가능이지만) 이 지정학적 위치란 것이 사실상 우리만의 착각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조금.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범국인 일본은 자치권을 줬으면 정작 우리는 직접 지배를 하려던 미국을 보건데 해상과 대륙을 잇는 반도보다는 태평양으로 가는 마지막 기지인 일본의 지정학적 위치가 국제적으로 볼 때 더 중요한 것 같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자세한 일대기를 기대하면 비추. 각 인물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과 간단한 출신 설명 정도로 요약된다. 그야말로 황금기의 엑기스만 모아놨다고 보면 됨.

내게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위에 얘기했듯 각 시대의 지도와 (의외로 지도 구하기가 쉽지 않음. -_-;;;) 마지막에 아주~ 자세히 나와있는 일본 역사 연표. 잘 써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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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여자
하성란 지음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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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게 하는 흡입력은 확실히 인정한다.  모든 소설들을 일일이 다 쓰긴 그렇고 가장 인상깊었던 곰팡이 꽃 하나만 놓고 몇줄 끄적이자면...

누가 그냥 읽으라고 했다면... (거의 절대 읽지도 않았겠지만) 이상의 날개를 능가하는군 하고 말았을 소설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인지... 시간이 모호하게 의식 위주로 왔다갔다 흐르는 이 오묘한 진행은 과연 무엇인고...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소설의 대부분이 남자 주인공이 몰래 가져온 2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 속의 내용물을 분석하고 있다. 내가 다행히 별로 비위가 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망정이지 엽기에 가까운 엄청난 묘사라고 하고 싶음. 하긴 그것도 작가의 능력이겠지.

여하튼 이 작품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쓰레기 봉투 속의 내용물들 뿐이었다. 그림으로 표현을 하자면 쓰레기 봉투속 내용물들만 핀트가 제대로 맞은 컬러 화면이고 나머지는 포커스가 나가서 흐릿하게 번진 흑백이나 홀로그램 같다는 느낌.

이 작품을 갖고 보여줄 수 있는 그림.... 이런 집착에 가까운 관찰과 광기를 불러오게 한 사회상에 대한 고찰. 동시대 작가들의 성향과 이 작가의 스타일 비교가 되어 생각은 많이 하게 했다. 

도대체 하성란. 그녀는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쓴걸까?  평론가들이 분석해놓은 내용이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는 곰팡이꽃의 실체가 궁금하다.

여하튼 난 정말로 고전의 범주를 벗어난 순수 문학이 체질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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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모는 여자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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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90년대 이후에 등장한 여류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나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

서정적이고 미시적으로 개인의 내면을 파고드는 문학은 나처럼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고 분석하기 싫어하는 헐랭이에겐 버겁다. 역시 난 서사적인 것이 좋아~를 다시 한번 외치면서.... 그러나 일이란 놈이 취향을 허락하는 것은 아니기에 억지로 봤는데 나름대로 글재주가 있는 작가로구나는 실감,

그러나 언론에서 찬사하는 귀기와 깊은 고찰, 세상과 생에 대한 열망은 못느끼겠음.

그냥 염소, 미소란 여자, 검정 박쥐 우산을 든 남자. 그 두 인간과 한 동물의 어떤 공통점을 강요하지 않고 글을 통해 스스로 느끼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솔직히 감탄했다. 자기 생각을 글로 온전히 풀어낼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는 고로 더더욱 그 감탄의 강도가 높았음.

소도시 아파트 촌에 살고 있는 32살의 여자 윤미소. 한때 운동권이었고 또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걸로 의심되는, 애정은 사라지고 타성만 남은 남편. 허무와 권태 속에 엄마로 아내로 가정을 지키고 있는 그녀에게 까만 염소와 그 염소를 맡긴 청년은 자신의 동격이 아니었을까.

청년은 정신병원으로, 미소는 염소를 끌고 가정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나름대로 멋진 그리고 타당성이 느껴지는 결말이었다.

물론... 이제는 낭만이나 환상보다는 현실적인 군더더기에 더 집중하는 이 30대 후반의 여자는 저렇게 옷가방 하나 달랑 들고 몸만 나온 저 여자가 염소까지 데리고 과연 어디 살 곳이나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혼자 해봤음.

그러나 소설 안에서 과외 교습이란 부업을 쏠쏠히 했던 윤미소의 능력을 볼 때 덕지덕지 깨어진 가정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더 낫겠지라고 혼자 앞날까지 다 예측해놨다.

근데.... 훌훌 떠나버린 그녀가 남기고 간 딸은? 

전경린 작가의 특징인지... 얼마 읽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주인공들은 모성보다 자아를 더 중시하는 면이 있다. 모성이란 핑계로 질질거리고 질척거리는 여자들을 질색하는 내 입장에선 상당히 마음에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으니 애들이 무슨 죄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하는 수 없다.

단편 소설에서 너무 엉뚱한 부분까지 혼자 비약해서 상상한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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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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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급하게 마구 읽은 책 중 하나.

나란 인간은 서정보다는 서사를 선호하는 관계로 자신의 의식이나 내적 탐구, 혹은 주변의 미세한 변화에 집중하는 90년대 이후 작품과는 엄청 친하지 않다. 그래서 나의 글읽기는 조정래씨와 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과거에 집중되어 있는데 올해는 하는 수 없이 그쪽 책들을 쌓아놓고 한숨만 짓고 있다.

특히나 취미없는 386 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한 독후감 쓰기가 되는데 첫 타자는 조금은 읽을 만한 스토리 라인이 있는 작가라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

어린 시절 식모 언니에 대한 기억. 그리고 성인이 되어 스쳐간 그 봉순이 언니와의 만남.

지독히도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났다고밖에 할 수 없는 봉순이 언니. 어릴 때는 의붓 아버지에게 도망쳐나와 친척에게 창경원 벚꽃놀이에서 버림받고. 주인공인 짱아네 집에선 도둑 누명을 쓰고 세탁소 총각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남자의 표상-과 야반도주 했다가 만삭이 되어 돌아와 아이를 떼고 홀아비의 재취로. 그리고 그 남편을 잃고 남은 자식과 계속 스쳐가는 남자들 사이에 성이 다른 네명의 아이를 가진 여자.

기구란 단어를 붙이기에도 버거운 운명의 언니의 얘기가 잔잔하고 건조했기에 비교적 마음에 다가왔음. 아마도 어린 시절 우리 집에도 이름 모를 언니들과 성숙이 언니란 이름을 남긴, 서캐가 가득 있어 우리 자매들에게 이를 옮겼던 언니가 있어서 내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나 역시 00이 언니와 함께하던 1년여 간 엄마가 아니라 그녀와 함께 자곤 했었으니까.

그리고 수제비란 단어와 그 맛을 내게 각인시켜 준것도 그녀였던 것 같다. 난로불에 끓여먹던 수제비.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걸 내가 엄청 좋아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함. 그래서 지금도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나만 수제비를 좋아한다. 나를 위해 직접 반죽해 끓여먹는 수고를 할 정도로.   그동안 그 언니의 존재는 잊고 수제비만 남았는데 이제는 수제비를 반죽하고 끓일 때마다 봉순이 언니와 나의 00이 언니도 떠오를 것 같다.

저 아래 깊이 묻혀서 생각도 나지 않던 추억의 사람들을 끄집어낸 소설. 봉순이 언니는 내게 그렇게 기억이 될 것 같다.

갓 국민학교에 들어간 나보다 한살 많았던 나이로 내 사촌을 업어서 키웠던 이름조차 잊은 언니와 지금 생각해보면 기껏해서 13-4살이었을 00이 언니. 둘 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때 우리보다 더 자란 아이들의 엄마로 잘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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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
콘라트 로렌츠 지음, 유영미 옮김 / 한문화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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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이번에 구입한 책인데 재미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아주 조금이지만 내가 좀 착해지는 느낌 내지... 최소한 자연과 더불어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게 되니까 대체로 삭막한 내게는 바람직한 책.

내 돈 주고는 이렇게 사진 많고 얇은 책은 잘 안 샀을 텐데 동생의 컬렉션이 한번씩 내가 생각못한 부분들을 짚어주는 보물같은 책이 있다.

콘라트 로렌츠라는 동물행동학 학자가 야생 거위, 우리식으로 의역하자면 기러기를 연구한 책인데 학문적인 내용을 너무나 시적이고 재미있게 풀어놨다.

동물을 인간의 틀과 시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준 것이 오히려 재미있었음.

바람을 피면서도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기러기 부부. 자식 챙기기. 동성애 커플.. ㅋㅋ 글로 옮기기엔 좀 길어서 생략하지만 기러기 동성애 커플들의 생활은 배를 잡고 웃게 만든다.

그리고 산책 나갔을 때 자기들 페이스대로 움직이게 해주지 않으면 절대 안 따라나선단 부분에선 우리 집에 있는 저 게으른 멍멍이가 떠올랐음.  쟤는 나랑 산책 나가는 걸 벌로 생각한다. 왜냐면 내 동생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게 해주는데 난 내 페이스로 휙휙 끌고 갔다 오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데리고 나갈 때는 끌고 나가야 한다.  요즘 산책 데려나가서 말 안들으면 '이 기러기 같은 개야'라고 욕해주고 있다.  ^^

책의 제목은 1년이지만 1년이 아니라 수십년의 연구 결과가 농축되어 있어 얇은 두께와 많은 사진에도 불구하고 알차다.

다음에 오스트리아에 가면 잘쯔부르크고 뭐고 다 제쳐놓고 오버간슬바흐에 꼭 가보리라 결심.  

자연에 대해, 그리고 무심히 바라보던 내 주변의 동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후 이 작가에게 매료되어 그의 책은 모조리 사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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