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여자
하성란 지음 / 창비 / 199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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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게 하는 흡입력은 확실히 인정한다.  모든 소설들을 일일이 다 쓰긴 그렇고 가장 인상깊었던 곰팡이 꽃 하나만 놓고 몇줄 끄적이자면...

누가 그냥 읽으라고 했다면... (거의 절대 읽지도 않았겠지만) 이상의 날개를 능가하는군 하고 말았을 소설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인지... 시간이 모호하게 의식 위주로 왔다갔다 흐르는 이 오묘한 진행은 과연 무엇인고...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소설의 대부분이 남자 주인공이 몰래 가져온 2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 속의 내용물을 분석하고 있다. 내가 다행히 별로 비위가 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망정이지 엽기에 가까운 엄청난 묘사라고 하고 싶음. 하긴 그것도 작가의 능력이겠지.

여하튼 이 작품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쓰레기 봉투 속의 내용물들 뿐이었다. 그림으로 표현을 하자면 쓰레기 봉투속 내용물들만 핀트가 제대로 맞은 컬러 화면이고 나머지는 포커스가 나가서 흐릿하게 번진 흑백이나 홀로그램 같다는 느낌.

이 작품을 갖고 보여줄 수 있는 그림.... 이런 집착에 가까운 관찰과 광기를 불러오게 한 사회상에 대한 고찰. 동시대 작가들의 성향과 이 작가의 스타일 비교가 되어 생각은 많이 하게 했다. 

도대체 하성란. 그녀는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쓴걸까?  평론가들이 분석해놓은 내용이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는 곰팡이꽃의 실체가 궁금하다.

여하튼 난 정말로 고전의 범주를 벗어난 순수 문학이 체질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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