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
콘라트 로렌츠 지음, 유영미 옮김 / 한문화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동생이 이번에 구입한 책인데 재미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아주 조금이지만 내가 좀 착해지는 느낌 내지... 최소한 자연과 더불어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게 되니까 대체로 삭막한 내게는 바람직한 책.

내 돈 주고는 이렇게 사진 많고 얇은 책은 잘 안 샀을 텐데 동생의 컬렉션이 한번씩 내가 생각못한 부분들을 짚어주는 보물같은 책이 있다.

콘라트 로렌츠라는 동물행동학 학자가 야생 거위, 우리식으로 의역하자면 기러기를 연구한 책인데 학문적인 내용을 너무나 시적이고 재미있게 풀어놨다.

동물을 인간의 틀과 시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준 것이 오히려 재미있었음.

바람을 피면서도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기러기 부부. 자식 챙기기. 동성애 커플.. ㅋㅋ 글로 옮기기엔 좀 길어서 생략하지만 기러기 동성애 커플들의 생활은 배를 잡고 웃게 만든다.

그리고 산책 나갔을 때 자기들 페이스대로 움직이게 해주지 않으면 절대 안 따라나선단 부분에선 우리 집에 있는 저 게으른 멍멍이가 떠올랐음.  쟤는 나랑 산책 나가는 걸 벌로 생각한다. 왜냐면 내 동생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게 해주는데 난 내 페이스로 휙휙 끌고 갔다 오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데리고 나갈 때는 끌고 나가야 한다.  요즘 산책 데려나가서 말 안들으면 '이 기러기 같은 개야'라고 욕해주고 있다.  ^^

책의 제목은 1년이지만 1년이 아니라 수십년의 연구 결과가 농축되어 있어 얇은 두께와 많은 사진에도 불구하고 알차다.

다음에 오스트리아에 가면 잘쯔부르크고 뭐고 다 제쳐놓고 오버간슬바흐에 꼭 가보리라 결심.  

자연에 대해, 그리고 무심히 바라보던 내 주변의 동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후 이 작가에게 매료되어 그의 책은 모조리 사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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