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고파도 영혼의 힘으로 예술을 만드는 그런 아방가르드 정신"을 위하여!
<88만원 세대>, <촌놈들의 제국주의>, <직선들의 대한민국>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우석훈 교수를 '이메일을 통해' 만나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남겨주신 댓글 질문에 대해 우석훈 교수는 과연 뭐라고 답글을 달아주었을까요? 20대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자, 지금부터 그 대답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블로그 독자들과 함께 시청 앞 촛불집회에 참가한 우석훈 교수의 모습.
* 알라딘 독자들이 묻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국가가 겪게 되는 일반 위기와 한국이라는 특수한 사회가 겪는 특수 위기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텐데, 제가 이 시리즈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외부적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가 겪게 되는 특수 위기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때 상한선과 하한선에서 생각해보게 될 것인데, 상한선이라고 한다면 멕시코 정도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 하한선이라고 한다면 전쟁에 의해서 겪게 되는 파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기 위기와 장기 위기라는 선에서 배치한 셈인데, 그 어떤 편으로 예상을 하더라도, 제가 계산해본 것에 의하면 20대의 삶은 부정적인 결과로 도출되었습니다. 힘들고 귀찮더라도, 적절한 변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문체 실험을 즐겨하는 편인데, 어떨 때에는 일부러 잘 읽히기 어렵게 하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단문 위주로 구성을 해보기도 합니다. 때때로 일부에서는 댓구 구조로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만약 편집자가 허용한다면, 훨씬 더 구어체를 많이 섞고, 속어도 많이 섞어넣는 그런 글도 한 번은 써보고는 싶은데, 우리 말의 문어체와 구어체 사이에서 극단적인 글을 만들어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물론 아직은 제가 편한대로 쓰면, 오랫동안 써왔던 논문체 글이 되어버리기는 합니다.
대체로 그보다는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권수가 문제가 아니라, 고전 텍스트의 권수가 줄어서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올 여름에는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에 대해서 쓴 책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했었는데,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튀르고 전집을 읽겠다고 2년 전부터 생각하면서 아직도 손을 못 대고 있기도 하고요. 18세기 책은 어느 정도 읽은 것 같은데, 17세기와 16세기 독서는, 20대 때에도 체계적으로 못했는데, 요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물가상승률이 10%까지 갈지는 모르겠는데, 성장률은 많이 떨어질 것 같고, 경제 내부의 이중적 흐름 같은 것들이 보다 심각한 지표가 될 것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 돈 쓰는 시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라는 것을 보면서, 2중경제로의 전환이 보다 가속화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합니다.
정규직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만, 정규직에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물론 이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장기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유리하지 않습니다. 아마 수 년 내에 극적인 반전이 벌어져서 일본의 경우처럼 전면적인 정규직 체계로의 전환이 벌어지기는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지배층들이 경제를 살펴서 사회적 타협의 결과가 될지, 아니면 국민경제가 한 번 완전히 붕괴하고, 리부팅하는 과정에서의 변화가 될지, 그 차이점이 실질적 차이점이 아닐까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금융기법이라고는 하지만 원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고, 특히 국제금융에서의 기본 원리가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서양의 금융적 지배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제대로 된 질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원시장과 같은 분야에서의 한국 금융에 문제가 많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큰 규모의 금융거래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초보적 폐쇄성에 대해서는, 저도 가끔 혀를 차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환시장에의 개입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편이구요. 그런데 그게 금융 관련된 전문인력을 키운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고, 국민경제에 대한 건전한 이해 같은 게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직업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직업에 대한 소득 배정 혹은 분배에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막말로, 돈만 많이 번다면, 우리나라에서 직업에 귀천 의식이 생길까요? 후진 직업= 돈 조금 받는 직업, 이렇게 된 셈인데, 이걸 문화적 의식으로 해결하는 나라들이 있고, 실질적인 최저임금 보장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나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혀 해결을 못 하고 있지요. 직업의식 이전에,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고, 그런 생각으로 '사람들의 손'에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변화가 생기는 것이 곧 선진국일 것 같습니다.
어려운 문제인데, 아직 덜 고통을 받아서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20대의 불행 혹은 '다음 세대'의 불행은, 한국에서 아직 제대로 뚜껑이 열리지도 않은 것이고, 앞으로 3~4년 후에 정말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해결하는 것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학계나 정치권에서 해결하는 것이겠지만, 실제로는 이 고통이 더 심화되어 20대 당사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몇 년 후의 일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어려운 문제인데, 철학이나 사회적인 지식 같은 것들은 순환론적인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행도 마찬가지이구요. 결국 한 가지를 계속 하다보면 트랙의 한 바퀴를 뒤쳐졌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날 1등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게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인들에게, 무조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대세를 따르지 말고, 특히 광고에서 시키는 것 혹은 종이신문에서 시키는 것은 무조건 하지 말라고 되지요. 제 경우는, 남들 하는 것은 10대 때부터, 무조건 안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광고가 시키는 것은 무조건 안할 생각입니다.
최소한의 자기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면 그 경우가 성공의 확률도 높습니다. 경쟁 조건과 유행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합쳐보면, 그렇게 계산이 나옵니다.
20대에 대한 실체적 본질에 관한 얘기를 더 할 생각은 없고요, '20대 3대 권리'와 같은 것들을 경제 이론적으로 더 규명하는 작업은 좀 했는데, 출판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원래 올 6월에 계획했던 것이 있기는 했는데, 같이 작업하던 사람들의 작업이 좀 미진해서 뒤로 미루어놓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대들의 교육문제와 사회적 교육과 같은 주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최근 스페인의 20대 운동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과는 양상이 좀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운동 없이 경제적 소수가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킬 가능성이 아주 희박해보이기는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주말마다 문화집회 형식으로 다양한 집회가 벌어지는데, 당사자 운동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지지의 일반화'라는 측면에서,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쓰는 많은 책들은, 대부분 수 년 전부터 출간하려고 했다가 "상업성 없음"으로 출간에 실패한 것들을 프레임을 다시 잡으면서 재출간하는 것들입니다. 작년에 책들의 출간이 밀리지 않았으면, 올 초까지 전부 출간하고 마흔이 되면 멋지게 은퇴하려고 했던 계획이 있었는데, 좀 늦어져서 아직까지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올해 안에는 대충 정리를 하고, 은퇴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남은 것들에 대한 '처리'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부에 대해서는 종종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철학과 수학 두 가지가 모든 공부의 출발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역사학과 인류학이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문을 하든지, 이런 기반이 필요할 것이고, 개별 학문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라는 게 제가 학문을 보는 눈입니다.
아마 10대라면, 문학에서 출발해서 예술 쪽으로 가는 관심이 한 다리, 그리고 개별 학문에 대한 관심으로 가는 또 다른 다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들을 모으는 한 단어는 '난독'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여간 '오거서'라는 표현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10대 때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질문은 큰 질문이라서 쉽게 말하기는 어려운데,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모델로 선진화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리고 미국 경제권 앞마당에서 달러 연동경제를 실험하던 중남미의 80~90년대 실패가, 이를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대안의 방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플러를 싫어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토플러를 비판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준비하지도 않아서 그냥 그런 사람 있나보다 하는 정도입니다. 토플러의 사회관을 받아들이면, 대개 경제학도 자동적으로 극우파 경제학으로 가게 될 것 같다는 정도로 생각하는데, 20년 정도 지나서 제 주변의 지인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회가 기계적으로 기술발전의 축을 따라서 움직일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있고, 또 그 작용에 의해서 수많은 변이가 생겨나게 되지 않을까요?
* 보너스 : 알라딘 인문 MD의 쓸데없는 일곱가지 질문
알라딘 : <88만원 세대>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일상어가 되었는데요, 그 책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 자평을 부탁드립니다.
우석훈 : 별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파들이 보여주는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는 세계관에는 약간의 균열을 내기는 한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제 주변에서의 평가는, 오히려 이 책으로, 어차피 20대는 안된다는 것을 더욱 사람들이 극명하게 알게 한 것이 아니냐고 할 때에는, 솔직히 좀 괴롭습니다.
알라딘 : <촌놈들의 제국주의>와 <직선들의 대한민국>이 한 주 차이를 두고 출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권 다 모두 알라딘 사회과학분야 베스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88만원 세대>까지 탄력을 받아 사회과학 분야 1, 2, 3위를 동시 기록하기도 했지요.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우석훈 : 민망할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소망한다면, 한국에 인문사회과학 르네상스가 한 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기는 한데, 객관적 조건으로는 지금이 딱 그런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실제 유럽에서 마르크스 르네상스가 왔던 시기는 68혁명을 즈음한 시기가 아니라 1975년, 즉 석유 파동 이후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왔습니다.
지금 한국과 비슷하지요. 그 때와 비교하면, 저자들이 책을 훨씬 덜 쓰는 편이고, 독자들도 사회적 해법 보다는 개별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결국 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면서 새로운 다이나믹을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알라딘 : '한국경제대안' 시리즈가 올해 안으로 4권이 출간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외,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석훈 :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는 이미 제 손에서는 떠나갔고, 9월에는 완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전공에 해당하는 생태경제학 시리즈 4권이 11월 정도에 마감될 것 같고, 응용경제학편인 '국가의 기본 시리즈'가 마지막 큰 산으로 남아있습니다.
문화경제학, 농업경제학, 기술경제학, 언론 경제학 같이 제 부전공에 해당하는 것들을 한 번 정리할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면 몇 권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겠지요. 이렇게 큰 시리즈 끝내고 나면, 번외편 약간이 있기는 한데, 이런 것은 은퇴하고 나서 소일거리 삼아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시리즈 외에 특별한 집필계획을 잡아놓고 있지는 않은데, '아프리카 시리즈' 같은 것을 한 번 해볼 생각은 있지만,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알라딘 : 요즘 행복하신가요? 즐거우신가요? 즐겁기 위해 어떤 일을 하시나요?
우석훈 : 대체적으로 즐겁게 사는 편인데, 한동안 영화를 많이 봤는데, 요즘은 오페라도 많이 듣습니다. 그야말로 가장 흔한 취미인 음악감상과 독서, 그런 걸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여행도 적게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알라딘 : 취업이 힘들어 고민하는 / 비정규직으로 저임금 착취당하는 / 비록 정규직을 가졌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과도한 업무에 괴로워하는 20대 들에게 각각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석훈 : 어른들이 하는 말을 불신하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대세'라는 단어에 민감한 편인데, '대세'라는 말을 거부하는 순간, 몸에 잠자던 예술혼이 깨어나고, 그날부터 시대의 '아방가르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배고파도 영혼의 힘으로 예술을 만드는 그런 아방가르드 정신,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 만약 내가 일제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한 일을 했을까? 일제 통치가 대세이니까 친일파가 되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해냈을까, 그런 생각을 저는 종종 해봅니다.
맨날 친일파 욕하기만 했었는데, 문득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친일파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질문하던 순간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마케팅과 종이신문이 만들어내는 백일몽에서 깨어나는 것, 그게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서 유의미한 삶으로 전환되는 이 시대의 첫 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알라딘 : 재미있게 읽은 책 / 꼭 추천하고 싶은 책 / 꼭 쓰고 싶은 책을 각각 꼽아 보신다면?
우석훈 : 재미있는 책 <
빨간 머리 앤>,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은
프랑크 허버트의 <
듄>과
아이작 아시모프의 <
파운데이션> 그리고 <
반지의 제왕>. 꼭 쓰고 싶은 책은 <파운데이션>.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우석훈 : 시대가 어두울 때 지성이 빛을 발합니다. 이명박과 그 일당들의 '토건형 경제제일주의' 오래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명박 현상을 '독서와 토론이 사라진 나라에서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악몽'이라고 정의합니다. 부디 밝은 날, 시와 영화를 가지고 알리딘 독자 여러분들과 세상의 꿈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