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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하루
차인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1월
평점 :
#도서협찬
소중한 책을 보내주신 사유와공감 출판사 @saungonggam_pub 에 감사드립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별다른 사건 없이 지나가는 오늘이 너무나도 평범하고, 어쩌면 무료하기만 하다고 느낀 적이 많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이 하루가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그들의 하루』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루를 살아가는 네 남자의 짧고도 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순간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이 소설은 네 남자의 하루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나고단, 이보출, 박대수, 정유일.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고단은 키 작은 컴플렉스와 실패로 점철된 과거를 가진 노숙자다. 이보출은 주식 실패로 빚을 지고 생계를 위해 보조출연자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박대수는 아픈 딸을 위해 돈을 되찾으려 하는 전직 조폭이고, 정유일은 세상과 단절된 은둔자로 하루하루를 외로움 속에 살아간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특이한 사연을 넘어, 우리 모두가 겪을 법한 현실적인 문제와 고통을 녹여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책을 읽다 보면 웃음과 눈물이 번갈아 찾아온다. 작가는 이들의 비극적인 삶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유머와 따뜻한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나고단이 버스에서 자리를 얻고 “운이 좋다”고 느끼는 장면에서는, 그가 얼마나 절박하게 하루를 살아가는지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내며 독자에게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네 남자의 하루는 슬프지만, 그 안에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하루라는 단위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시간, 하루. 그러나 이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과 그 속에서 느끼는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고단에게 하루는 인생을 비관하며 결심하는 시간이고, 이보출에게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다. 반면 박대수에게는 딸을 위해 인간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는 날이며, 정유일에게는 스스로를 조금 더 무너뜨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대조는 하루라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의 하루』는 현대인의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취업 불황, 주식 실패, 가족의 병환, 은둔 생활. 어쩌면 지나치게 익숙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작가는 현실의 무게를 과장하지도, 희석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 안에 묻혀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애환과 갈등,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비춘다. 이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소설은 단순히 독자를 위로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읽다 보면 "내 하루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면, 지금의 하루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고 하루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게 만든다.
이 책은 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다. 코믹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는 이 소설은,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또한, 지금의 하루가 내일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삶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강렬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책이다.
『그들의 하루』는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한다.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는 네 남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반영한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 하루가 쌓여 나의 미래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란다면, 오늘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마음 깊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