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 상.하세트 - 전2권 ㅣ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2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
📗 싱클레어 루이스
📙 군자출판사

요즘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진심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는 의사와 안정적인 삶을 위한 전문직으로서의 의사 사이에서 사람들의 기대와 현실이 엇갈리고 있다. 병원은 점점 더 기업처럼 변하고, 의료는 공공의 가치를 넘어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의사가 진짜 좋은 의사일까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는 내가 가진 선입견을 깨뜨렸다. 의학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상상하는 ‘따뜻한’ 의사가 아닌, 실험실을 더 사랑하는 차가운 학자 같은 인물이 주인공이라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마틴 애로우스미스라는 인물은 그런 기존의 틀을 깨는 동시에 훨씬 더 복잡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공감되고 흥미로웠다.

주인공 마틴은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병의 원인을 밝히는 데 집착하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보다 실험을 더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삶의 어느 순간마다 책임과 현실의 무게 앞에서 갈등하고 흔들린다. 연구에 몰두하고 싶지만, 죽어가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내면의 충돌은 그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그의 선택은 늘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독자에게 깊은 고민을 던진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의사과학자’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쉽게 말하면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가 아니라 질병을 연구하는 기초의학자를 말한다. 의대 졸업생 중 소수만이 이 길을 선택하고 대부분은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며, 그만큼 현실적 제약이 큰 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대에 의사과학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는 단지 한 의사의 성장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이 더 가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과학을 순수 학문으로 지킬 것인지, 실용적 가치에 집중할 것인지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겪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거울이자 안내서처럼 다가온다. 특히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이나 초심을 되새기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소설의 전개는 마틴의 의대생 시절부터 시작되어, 개원의, 연구자, 공중보건국장, 그리고 다시 실험실로 돌아가기까지 그의 인생 여정을 따라간다. 그 여정 속에는 사랑, 실수, 후회, 성취, 그리고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학문적 완성도를 우선시하는 과학자와 당장 눈앞의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그 과정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완벽한 답은 없다’는 것이다. 마틴은 끝내 단 하나의 정답을 찾지 못하고, 삶의 복잡성과 책임 앞에서 고민하는 인간으로 남는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이야기는 현실적이며,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과학이든 의학이든, 또는 그 어떤 길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방향에 얼마나 진지하게 몰입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독자에게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마틴이라는 인물에 몰입하면서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는가?’, ‘나는 어떤 가치를 좇고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학도뿐 아니라,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인간적인 갈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더욱 깊은 공감이 가능하다.

의학소설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독자에게 『의사과학자 애로우스미스』는 신선한 반전을 선사한다. 100년 전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고민과 갈등을 담고 있으며, 읽는 동안 여러 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상업적 재미보다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의사과학자애로우스미스 #싱클레어루이스 #군자출판사 #의학소설 #기초의학 #과학과윤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