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불시착 세트 - 전2권 - 진짜 백석의 재발견
홍찬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2월
평점 :
품절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백석의 불시착

📗 홍찬선

📙 스타북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진실인 줄 알았던 이야기에 속고 사는 걸까. 백석과 자야의 사랑 이야기는 오랫동안 시인의 낭만적인 전설처럼 회자되어왔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진실이 허구였다면? 우리가 감동받았던 그 시마저도, 잘못된 전제 위에 이해하고 있었다면? 백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해야 할 의문이다.

 

자야, 김영한이라는 이름은 백석의 시를 읽으며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이 자야라고 믿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믿음을 뒤엎는다. 자야는 백석의 연인이 아니며, 백석은 그녀에게 자야라는 호조차 지어준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사랑 이야기는 자서전이라는 이름의 창작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홍찬선 작가는 백석의 시와 삶을 입체적으로 풀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일본 도쿄, 만주 신경과 안동, 서울의 뚝섬까지 백석이 머물렀던 곳을 발로 뛰며 직접 확인했다. 단순한 문헌 조사에 머물지 않고 시인이 숨 쉬었던 공간의 공기를 느끼며, 그 감각을 소설로 옮긴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 덕분에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시대와 장소를 함께 건너는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된다.

 

사슴이라는 시집 제목의 비밀도 흥미롭다. 이 시집에는 사슴이라는 시가 없고, 심지어 시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제목을 택한 이유는 일제의 검열을 피하면서도 민족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백석의 고뇌였다. 호랑이를 사용할 수 없던 시대에, 그는 임금의 상징인 사슴을 빌려 우리 겨레의 존재를 은유한 것이다. 이는 백석이 언어와 상징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백석이라는 시인을 진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그동안 미화되고 왜곡된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에, 우리는 그의 시를 온전히 이해할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백석의 불시착은 잘못된 기억을 걷어내고, 그의 삶과 시가 지닌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일에 가장 근접한 책이다.

 

이 책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편소설이다. 백석이 직접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듯한 구조로, 각 장마다 중요한 시들이 등장하고 그 시가 어떤 시대적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윤동주, 이상, 노천명, 백신애 같은 동시대 문인들과의 관계도 소설적 상상과 사실이 절묘하게 섞여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를 이해하려면 시인을 알아야 하고, 시인을 알려면 그의 삶과 시대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석은 시를 통해 사랑, 고통, 민족, 유랑과 같은 거대한 주제를 담아냈지만, 그 시 뒤에는 분단과 검열, 억압이라는 무거운 현실이 있었다. 이 책은 그 배경을 함께 읽어야만 시의 진정한 깊이를 느낄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백석은 더 이상 시 속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지 못한 채 침묵을 강요당했던 인간이며, 그 목소리를 지금 우리가 대신해야 할 존재로 다가온다. 백석이라는 시인이 그건 사실이 아니오라고 말하며 손을 뻗는 듯한 순간들이 여러 번 찾아온다. 독자는 어느새 그 손을 잡고 그의 진실을 함께 걷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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