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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동물기 1 -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함영연 엮음, 지연리 그림, 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시튼 동물기 1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 어니스트 톰프슨 시튼
📙 열림원어린이

가끔은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꺼낸 책이, 나를 더 깊이 울린다. 『시튼 동물기 1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회색곰 왑의 이야기가 딱 그랬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 마음이 더 바빠졌다. 곰이 아니라, 내 아이가 숲속에 홀로 남겨진 듯한 상상이 밀려와서.

책을 읽던 아이가 웅얼이듯 말했다. “왑이 너무 외롭대.”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외로움이 단지 곰의 외로움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과 관계 속에서 혼란스러워할 내 아이가 왠지 겹쳐 보였다. 이 책은 그렇게 부모의 가슴을 조용히 두드린다.

우리는 아이에게 아픈 얘기를 미루기 바쁘다.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아직은 몰라도 돼’.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왑이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되는 장면에서, 아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감했다. 어른보다 더 진지하게, 더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아이의 감수성에 깜짝 놀랐다.

왑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곰의 생존기가 아니라, 하나의 인생 여정처럼 보였다. 아빠 없이도 밥을 먹고, 스스로 몸을 숨기고, 사냥하는 왑의 모습이 꼭 아이가 자립해 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언젠가 아이가 독립하는 순간까지도 떠올라 뭉클해졌다.

우리는 종종 공존, 생태, 동물권 같은 단어를 설명하려 애쓴다. 그런데 이 책은 말보다 훨씬 쉬운 방식으로 그런 가치들을 알려준다. 왑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 스스로 “인간이 너무해”라고 말하고, “왑도 무섭겠다”라고 공감한다. 이 책은 설명 대신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왑이 자꾸 사람을 무서워해”라는 아이의 말이 한참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는 자주 ‘사람이 곰보다 낫다’고 말하지만, 이 책은 그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인간이야말로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이 따라왔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동시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다.

요즘 아이들, 자연에서 멀어지고 스크린 속 정보에만 가까워진다. 그 사이에서 감정, 공감, 상상력이 말라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면, 이 책이 좋은 시작점이 되어준다. 짧은 문장, 섬세한 그림, 그리고 강한 여운. 아이와 대화의 문을 여는 데 이만한 책도 드물다.

처음엔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니, 내 마음이 더 요동쳤다. 왑의 두려움, 슬픔, 희망… 그 감정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어른도 아이도, 결국은 ‘누군가의 품’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니까. 이 책은 그런 마음의 원형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 “아빠, 동물원에 있는 곰들도 외롭겠지?”라고 묻는 아이에게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아이는 이미 느끼고 있었다. 『시튼 동물기 1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은 아이와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준다. 함께 읽으며 웃고, 잠시 침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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