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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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하여 텍스트의 깊이 읽기와 더불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난 이런 부류의 책들이 책을 깊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것같다. 인터넷에 의해 우리의 뇌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사고력을 잃어간다는 것을 무척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장황하게 설명을 해놓았지만, 정작 흥미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출판연도를 보니 2011년이었다. 인터넷이 사회의 곳곳에 침투해 우리의 생각하는 시간을 공격하던 시기인, 이 책의 출간 당시 상황이었다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러한 사고가 대두됨으로써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자라는 신조의 인문학이 유행하는 요즘의 2018년에 이런책을 읽는 것은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왜 추천도서로 선정이 된건지 잘 모르겠다. 물론 디지털에 빠진 사람이 이런 책을 읽는다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아예 접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두껍고 지루한 책은 호기심만을 차단할 뿐이다. 고로 이 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야 할 책이다. 사실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다소 자의적인 입장은 아니었기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배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뇌과학적인 이야기들과 연결되어있다.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가에 대한 지식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묘사해놓았다. 그 친절함이 이 책의 지루함을 배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장해둔 생각들이 다른 생각들에 밀려 사라지곤 한다. 그렇기에 줏대있는 신념으로 자리잡지 않은 이상. 일회적인 사고들은 금세 휘발되어 버리고 만다. 나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같지 않을까? 그렇기에 열심히 메모를 하는 편이다. 나중에 이 메모를 다시 보았을 때 그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인간의 사고는 그만큼 다양함과 동시에 가변적인 것 같다. 차근차근 쌓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냥 새로운 지식이 낡은 지식을 밀어내는 느낌. 그리고 그 낡았던 지식을 다시 새롭게 받아들이며 낡아져버린 새로웠던 지식을 또 몰아낸다. 이것이 그냥 삶의 반복이 아닐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이 쌓이는 것은 잘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사실 지혜도 마찬가지 인것 같지만 그것은 내 무의식에 다가와 정신력을 고양시켜주는 듯하다. 어느샌가 어릴적의 나보다 조금 더 깊어진 생각을 할 수 있게 느껴진 것이 결코 착각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린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아나가고 스스로 생각하며 질문하는 과정들을 통해 더욱 넓은 사람이 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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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저장해두고만 있지는 않은가.

p 324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공지능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바로 우리의 지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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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
양정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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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입니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이다. 세상은 줄곧 민주주의를 꿈꿔왔고 지난한 풍파를 겪으며 결국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냈다. 사회의 분위기는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통해 평등과 공존의 가치를 지향해 나간다. 하지만 그 분위기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 사회 속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대립과 차별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역사의 비극을 기반으로 다져진 민주사회의 모습은 아직도 그 잔재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 중 그러한 비극의 역사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다. 언어에는 나라의 정체성과 국민들의 신념, 의지 그리고 그들의 문화, 생활 양식 등이 전면에 깃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왔는지를 파악하면 그 나라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사회 속 다양성을 해치거나 일제시대의 통치로부터 남아있는 흔적의 언어들을 꼬집으며 평등한 언어로의 실천을 강구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줄로만 알았던 언어들이 사실은 특정대상을 비하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거나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만들어진 언어였다. 이러한 단어의 쓰임새에 대해서 유래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는다면 의식적으로는 그런 언행들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책에도 나와있듯이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의식과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제되고 진중한 언어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실 사회에 사용되어지는 대부분의 격식있는 언어를 제외하고는 친구끼리 장난삼아 사용하는 용어들이 대다수이다. 특히 젊은 층들의 활발한 소통 창구를 마련해준 sns는 더욱 재미있고 간편한 소통을 위해 새로운 언어들을 창조해내었다. 딱딱하지 않고 친근한 어감이라던지, 센스있는 유머가 느껴지기도 하는 단어들, 또는 타자치기 불편해서 줄여쓴 줄임말들 등. 그만큼 한글의 활용도는 무척 다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젊은 층들의 주관이 반영되어지는 단어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특히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그저 자극적인 재미와 쾌락을 위해 일정 대상이나 집단을 비난하는 용어들을 거침없이 만들어낸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레 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만큼 격하된다. 나도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있기에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그나마 다시금 깨우치게 되었다.


그렇듯 주관이 들어간 표현을 사용할 때는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언론에서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기사제목을 써대는 일들 또한 지양해야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민감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했다. 분명 필요한 내용이고 언어는 민족을 나타내는 정체성인 위대한 문화지만, 언어 활용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처럼 느꼈다. 글로벌화의 시대로 인하여 외래어들은 자연스레 일상에 흡수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것과 더불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표현방식들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다양하게 사용되어지는 한글의 활용도 또한 우리말의 아름다움, 특색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계속해서 다양하게 변화되고 창조된다. 시대에 맞지 않는 단어들은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그러한 표현방식들 또한 우리가 정통성을 유보하고 올바른 인식을 한 상태에서 생산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교과서에서 다룰 법한 언어의 정통적 활용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언어의 민족의식 함양을 위한 내용으로 좋아보였다. 그렇게 모두가 평등한 언어를 조금씩이라도 의식하고 지향해나간다면 우리의 상처받은 내면까지 민주의식으로 정화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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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차별적인 프레임이 내재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진 않았을까.

p 27
직업에는 귀천이 없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사람이 먼저다. 말이나 표현도 그 정신을 담아야 한다. 그게 ‘사람사는 세상‘이다.

p 40
하지만 언어가 의식과 사고를 지배한다. 모든 차별의 언어는, 차별을 느끼는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헤아려야 하는 법이다.

p 45
우리를 향한 인종 비하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우리 역시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

p 86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언어다. 언어는 기술이나 기교가 아니다. 재주 넘치는 글은 화려해 보이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 처지에서 입장을 바꿔 소소하게 배려하고 마음을 쓰면 그 언어가 좋은 언어다. 배려의 언어는, 진솔한 배려의 마음에서 나온다.

p 210
누가 안 시켜도 잘하는 국민이다. 나라가 어려우면 금을 모으고, 기름 유출 사태가 나면 달려가 청소를 한다.재해가 발생하면 성금을 내고 권력이 잘못하면 촛불을 들어 나라를 바로 가게 만드는 현명한 국민이다. 애국의 노래, 애국의 언어 위에 국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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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 현혹시키는 세상, 착각하는 대중
엘든 테일러 지음, 이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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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한다는 것. 결국은 간단하다. 내가 어떠한 생각을 이루며 살아가는지, 그러한 생각들로부터 내가 만들어진다.


요즘들어 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가는 도중에 문득 공황장애가 찾아오곤 했다. 아무런 증상도 없이 갑자기 발현한 장애이기에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공포스러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내 상황과 맞물려 우연하게 이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 나의 정신상태에 균열이 발생한 순간, 한 줄기 빛처럼 내려온. 다소 과장하자면 그런 책이다. 나의 장애를, 공포심을 이끄는 주된 내용은 이렇다. 답답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한 시간동안이나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나의 자유를 빼앗겨 버린것만 같은. 무척 본질적인 관점에서 영혼이 옴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여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으며 더해지는 심리적 압박감은 나를 조여오고 내 순환계를 거칠게 작동시켰다. 그 상황을 묘사하는 지금도 생각만 하면 끔찍해지지만. 그 당시의 나는 어떻게든 책을 보며, 그리고 벨트를 풀어 헤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정하려 애썼고, 발작은 서서히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악몽같은 기억들은 내게 버스에 대해 확실한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오만가지 걱정들이 뒤따랐다. 그 시점에서 읽게 된 이 책은 다행히 그런 내게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인간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되어진다. 책의 후반부에 묘사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태도들을 상기하며 두려움에 맞설 준비를 했다.


책은 두가지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그런 심리 작용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전반부와 그런 혼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후반부이다. 전반부는 애매했던 것이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거나 무척 흥미롭지 않은 내용이 섞여 있었다.심리작용에 대해 예민한 나는 사회의 세뇌작용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릴순 있어도 그렇게 쉽게 현혹 당하는 편은 아니였다. 그렇기에 예민한 감각이 장애를 가져온 것같기도 하다만. 그래도 후반부에서는 영혼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들을 상세히 열거하고 있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태도와 생각을 유지하란 것이 다소 뻔해보이기도 하고 무척 간단해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는 무척 중요하게 다가왔다. 정말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태도 역시 그런 것이기에 나는 그렇다고 믿고싶다. 믿으면서 건강한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또 나의 비판적인 시선이 작용해서 판단을 하자면 무작정 나를 긍정하며 살다간 바보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관조적인 시선으로 나를 볼 줄 알아야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좋은 생각들은 끝없이 유지하고 싶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관한 직접적인 해결은 나오지 않고 그냥 뭉뚱그려서 크게 크게 이야기를 한 것이 아쉬웠다. 다행히 얼마 전에 발견한 책은 그런 물음들에 답을 해주는 것같았다. 조만간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란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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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주체적인 생각은 어디까지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p 11
즉 명령을 내리는 주체는 뇌이며, 인간의 자유의지는 사후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수단일 뿐이거나 단순히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p 12
과연 인간은 생물학적 기계일 따름이고 자유의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p 13
인간은 패턴의 노예다. 이 패턴은 과고로부터 물려받고 길들여진 문화나 정서 등을 일컫는다. 이것이 사람들 안에서 무의식화된 기제로 작용하면서 의식을 점유하는 것이다. 선택과 결정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자각력과 책임성이 더욱 확장돼야 함을 의미한다.

p 113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잠식시키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수용하거나 믿도록 문화화된다. 닭장의 닭처럼 우리는 모두 복사되는 것이다. 행동과학자들은 동물이 집단에서 수용되기 위해 동료들을 모방하는 과정을 ‘복사‘라고 명명했다. 닭장에서 자란 독수리나 오리 새끼는 닭처럼 행동한다.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처럼 백조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p 121
인간은 사고 과정을 제한하도록 사회화돼왔다. 우리는 성장하는 동안 습득한 수많은 대안들 가운데 선택을 한다. 예를 들어 B나 C 대신에 A를 선택하지만 결코 알파벳 전체를 두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꼬리표, 개념의 정의, 사고방식 등이 우리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대안들을 제한하는 생각 상자 안에서 사는 것과 같다.

p 191
결론적으로 끝없이 밀려오는 자극물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극을 차단하는 것‘뿐이다. 당신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자녀들을 위해 이를 실천하라. 나는 좀 더 격식을 차렸던 과거 시절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격식은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계발하는데 꼭 필요한 질서 의식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덕목이다.

p 262
생각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다.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들어보라. 내면의 언어가 낙관을 반영하는가? 아니면 부정적이고 자기 제한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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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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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쿤데라는 어렵다. 특히 인물의 이름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다소 복잡하고 산만하게 읽은 것 같다. 이 지역의 문학을 조금 더 접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확실한 물음들을 던져준 책이었다.


복잡한 세상 속에 그저 아무 의미없이 만들어 진 것들이 있을까. 그렇다면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이며 의미 없는 것은 또한 무엇일까. 누가 정하는 것일까. 의미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닐까? 


알랭은 공상 속 어머니와 대화를 하며 어머니의 말을 듣는다. 인간은 무슨 권리에 근거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자기 의지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며 이 말은 가장 진부한 진리이다. 인간과 관련되어진 권리들은 가장 쓸데 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있다는 허무주의적인 시선. 아이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그의 어머니는 결국 알랭을 낳아버리고 만다. 이처럼 쿤데라는 인간의 탄생을 무척 타의적이며 수동적인 현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은 결국 무의미한 존재라는 것을 묘사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탄생되어지는 인간의 주체는 아무런 이유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부모란 타자적 관계에 의해서 그 존재를 부여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체적인 입장에서는 분명히 아무 의미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체에게 존재를 부여한 타자, 즉 부모와 그리고 사회는 그 탄생에 대해 결코 무의미를 논하지 않는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삶을 통해 우리는 하나하나 의미를 발견해나가며 의미있는 미래를 추구해간다. 그 누구가 보잘것 없는 작고 하찮은 인생을 소망할까. 하지만 살다보면 세상을 보며, 주변을 보며, 나를 보며 물밀듯이 밀려오는 회의감에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향적이지만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보며 우리들은 스스로를 가엾게 여긴다. 그렇게 생겨난 니힐리즘 앞에서 쿤데라의 소설은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해준다


무의미.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존재의 본질. 인간이 태어난 이유도, 우리가 존재하는 것도, 결국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시선은 무척 거시적이지만 쿤데라는 그 무의미의 인정과 사랑을 통해 니힐리즘을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면서 쿤데라의 사상도 결국 니체에게 수렴되어진다.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존재하는 것은 일상이다. 일상은 결국 무의미하지만 본질적으로 아름답다. 그렇기에 일상에서의 행복을 추구하자, 삶에서 매순간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자는 메세지를 전달받는다. 


라몽이 계속 배꼽에 대해 생각한 것은 인간의 욕구와 결부가 되어지는 것이어서였을까. 배꼽의 의미는 생명의 줄을 나타낸다. 그 생명의 탄생. 무의미의 영역에서 라몽은 인간 욕구의 기저인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해 낸 것도, 또한 칼리닌그라드의 지명이 뛰어난 역사인물들을 제치고 전립선비대증 환자였던 칼리닌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도 무의미의 소중함을 더욱 상징하기 위해 피력했던 것이 아닐까.


일단 이 책을 봄으로써 들었던 생각은 여기까지이고 더 자세히 책에 대한 평들을 찾아 봐야겠다.


- 무의미한 것들이 의미있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그 반대는 어떨까?

- 그렇다면 의미와 무의미를 가르는 것은 무엇이며 그 가치를 누군가가 규정할 수 있을까?


p 43-44

팬티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괴로움을 견딘다는 것 ... 청결의 순교자가 된다는 것 ... 생기고, 늘어나고, 밀고 나아가가고, 위협하고, 공격하고, 죽이는 소변과 맞서 투쟁한다는 것 .....
이보다 더 비속하고 더 인간적인 영웅적 행위가 존재하겠냐?

나는 우리 거리들에 이름을 장식한 이른바 그 위인이라는 자들은 관심 없어. 그 사람들은 야망, 허영, 거짓말, 잔혹성 덕분에 유명해진 거야. 칼리닌은 모든 인간이 경험한 고통을 기념하여, 자기 자신 외에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필사적인 투쟁을 기념하여 오래 기억될 유일한 이름이지.

p 133

저 사람들 전부 좀 봐라! 한번 봐! 네 눈에 보이는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이 못생겼지. 못생겼다는 것, 그것도 역시 인간의 권리에 속하나? 그리고 한평생 짐처럼 추함을 짊어지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너는 아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네 성도 마찬가지로 네가 선택한 게 아니야. 네 눈 색깔도. 네가 태어난 시대도. 네 나라도. 네 어머니도.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치거나 거창한 인권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

p 147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 ...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이 열쇠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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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니체의 말 초역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 삼호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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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말

 

이상과 포부. 절대적인 가치와 진리들은 현대인의 삶을 지치게 만든다. 위대한 사상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스스로를 맞추려는 이상적인 노력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그런 세상에 니체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가자고 설파한다. 그 순간의 나를 잘 다스리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현실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그 이상의 가치에는 진정한 의미가 없음을. 니체는 관조적인 시선으로 가치의 무를 피력했다. 그렇기에 니체 철학에서의 골자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이 되어진다.

 

책은 니체가 생애 남겨놓았던 저서에서 우리의 삶에 크게 통감되어지는 부분에 대한 경구들을 여러 갈래의 주제로 묶어 놓았다. 19세기 철학자의 통찰은 지금에서도 널리 통용되며 사람들의 마음을 위안한다. 나를 알아가고 내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결국 니체의 잘 알려진 운명관 Amor fati와 맞닿는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편으로는 무척 국소적인 시선의 철학관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니체는 그런 나 자신을 갈고 닦음으로써 그것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미덕들을 이끌어 낸다. 그 미덕은 결국 사회와 세상에 필요한 가치로써 세계에 이로운 덕목이 되어진다. 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에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산다면 결국 전체적인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게 니체는 잘 다듬어진 완성형 인간을 추구했다. 여기서 완성형이란 내면적으로 스스로의 자아를 통제할 수 있는 의미에서의 완성형이다. 세상에 분명한 진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상적인 상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책의 경구에서 그려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현실적인 면모를 조금은 겸비한 채 이상적인 형상을 추구한다.

 

니체는 자신이 말한대로 이상적인 삶을 살았을까? 자유는 부끄럽지 않은 상태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니체에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악을 내면 깊숙이 거두어 두듯이 누구나 부끄러운 부분도 감추고 있을 텐데. 니체는 그러한 악의 근원마저 잘라낸 것일까. 인간 본성에 내재된 악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아무래도 니체의 사상을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p 21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아직 아무런 실적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것이다. 자신을 존경하면 악한 일은 결코 행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손가락질당할 행동 따윈 하지 않게 된다.그렇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상에 차츰 다가가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타인의 본보기가 되는 인간으로 완성되어간다.

p 49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다면, 잠에서 깨었을 때 오늘 하루 동안 적어도 한 사람에게, 적어도 하나의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라.

p 65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p 189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자신과는 반대의 감성을 가진 사람을 그 감성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다. 사랑을 이용하여 두 사람의 차이를 메우거나 어느 한쪽을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있는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 사랑이다.

p 245
대화. 생각 없이 하는 세상 살아가는 얘기나 소문의 응수가 아니라 정해진 무언가에 대하여 차분히 의견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대화에 의해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자각할 수 있고 문제의 요점이 어디에 있는지도 지금보다 더 명료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하나의 사고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혼자서 우물쭈물 생각만 한다면 사고는 맴돌기만 할 뿐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는다. 그때, 대화는 서로에게 사고의 산파가 되어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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