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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 현혹시키는 세상, 착각하는 대중
엘든 테일러 지음, 이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생각한다는 것. 결국은 간단하다. 내가 어떠한 생각을 이루며 살아가는지, 그러한 생각들로부터 내가 만들어진다.
요즘들어 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가는 도중에 문득 공황장애가 찾아오곤 했다. 아무런 증상도 없이 갑자기 발현한 장애이기에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공포스러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내 상황과 맞물려 우연하게 이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 나의 정신상태에 균열이 발생한 순간, 한 줄기 빛처럼 내려온. 다소 과장하자면 그런 책이다. 나의 장애를, 공포심을 이끄는 주된 내용은 이렇다. 답답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한 시간동안이나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나의 자유를 빼앗겨 버린것만 같은. 무척 본질적인 관점에서 영혼이 옴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여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으며 더해지는 심리적 압박감은 나를 조여오고 내 순환계를 거칠게 작동시켰다. 그 상황을 묘사하는 지금도 생각만 하면 끔찍해지지만. 그 당시의 나는 어떻게든 책을 보며, 그리고 벨트를 풀어 헤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정하려 애썼고, 발작은 서서히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악몽같은 기억들은 내게 버스에 대해 확실한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오만가지 걱정들이 뒤따랐다. 그 시점에서 읽게 된 이 책은 다행히 그런 내게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인간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되어진다. 책의 후반부에 묘사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태도들을 상기하며 두려움에 맞설 준비를 했다.
책은 두가지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그런 심리 작용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전반부와 그런 혼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후반부이다. 전반부는 애매했던 것이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거나 무척 흥미롭지 않은 내용이 섞여 있었다.심리작용에 대해 예민한 나는 사회의 세뇌작용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릴순 있어도 그렇게 쉽게 현혹 당하는 편은 아니였다. 그렇기에 예민한 감각이 장애를 가져온 것같기도 하다만. 그래도 후반부에서는 영혼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들을 상세히 열거하고 있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태도와 생각을 유지하란 것이 다소 뻔해보이기도 하고 무척 간단해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는 무척 중요하게 다가왔다. 정말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태도 역시 그런 것이기에 나는 그렇다고 믿고싶다. 믿으면서 건강한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또 나의 비판적인 시선이 작용해서 판단을 하자면 무작정 나를 긍정하며 살다간 바보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관조적인 시선으로 나를 볼 줄 알아야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좋은 생각들은 끝없이 유지하고 싶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관한 직접적인 해결은 나오지 않고 그냥 뭉뚱그려서 크게 크게 이야기를 한 것이 아쉬웠다. 다행히 얼마 전에 발견한 책은 그런 물음들에 답을 해주는 것같았다. 조만간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란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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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주체적인 생각은 어디까지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p 11 즉 명령을 내리는 주체는 뇌이며, 인간의 자유의지는 사후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수단일 뿐이거나 단순히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p 12 과연 인간은 생물학적 기계일 따름이고 자유의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p 13 인간은 패턴의 노예다. 이 패턴은 과고로부터 물려받고 길들여진 문화나 정서 등을 일컫는다. 이것이 사람들 안에서 무의식화된 기제로 작용하면서 의식을 점유하는 것이다. 선택과 결정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자각력과 책임성이 더욱 확장돼야 함을 의미한다.
p 113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잠식시키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수용하거나 믿도록 문화화된다. 닭장의 닭처럼 우리는 모두 복사되는 것이다. 행동과학자들은 동물이 집단에서 수용되기 위해 동료들을 모방하는 과정을 ‘복사‘라고 명명했다. 닭장에서 자란 독수리나 오리 새끼는 닭처럼 행동한다.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처럼 백조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p 121 인간은 사고 과정을 제한하도록 사회화돼왔다. 우리는 성장하는 동안 습득한 수많은 대안들 가운데 선택을 한다. 예를 들어 B나 C 대신에 A를 선택하지만 결코 알파벳 전체를 두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꼬리표, 개념의 정의, 사고방식 등이 우리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대안들을 제한하는 생각 상자 안에서 사는 것과 같다.
p 191 결론적으로 끝없이 밀려오는 자극물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극을 차단하는 것‘뿐이다. 당신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자녀들을 위해 이를 실천하라. 나는 좀 더 격식을 차렸던 과거 시절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격식은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계발하는데 꼭 필요한 질서 의식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덕목이다.
p 262 생각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다.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들어보라. 내면의 언어가 낙관을 반영하는가? 아니면 부정적이고 자기 제한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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