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마신 소녀 - 2017년 뉴베리 수상작
켈리 반힐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빛 마신 소녀, 루나 ('Luna'는 '달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아름답고 고귀한 마법 할마니, 잰 ('Xan'을 '잰'이라고 표기하니, 'Zen'이 연상되었다. 'Zen'은 선종, 즉 교리보다는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교의 종파를 말한다)

듬직한 괴물, 글럭 ('Glerk'은 ' Clerk'을 연상시킨다. 'Clerk'은 사무원,서기 등을 의미한다.)

귀여운 용, 피리언('Fyrian'은 'Fly'를 연상시킨다. 용은 날아다니니까. )

 

마법 세계를 그리기 위해 작가가 그려낸 이 네 인물은 모두 무척 매력적이었다.

루나가 처음에는 '해리 포터'처럼 여겨졌지만,

루나는 '해리 포터'보다 더 본능적인 마법사였다.

잰 또한 해리 포터를 가르친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처럼 여겨졌지만,

잰은 '덤블도어'보다 훨씬 헌신적이었다.

 

이 소설은 비교문학 차원에서, 아니면 상호텍스트성으로...

자꾸 이것 저것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비교대상으로 자꾸 '해리포터' 가 떠올라

이 소설의 서사성이 '해리포터'보다 빈약하게 느껴져 종종 혼란스러웠다.)

 

대장로, 앤테인 등의 남성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그나시아 수녀('해리포터'의 '볼드모트'가 떠오르는....),

에신(진실을 스스로 깨달은, 앤테인의 아내)

미친여자(루나의 엄마, 스스로 강력한 마법을 창조해낸...)

등의 강력한 여성인물들에 비하면

매우 주변적인 인물이다.

 

어쩌면,

조앤 롤링이 '마법'을 소재로 '근대'(가족, 학교, 후계자 등등)의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그 중심이 모두 남성이었고,

켈리 반힐은 '마법'을 소재로 '고대'(주술, 자연숭배, 종족보호본능  등등)의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그 중심이 모두 여성일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소설 속 이야기로 교차되는 '어머니들'의 독백들은

중세의 문명화된 종교가 무시하던 '마법'이 아닌

중세, 근대에 걸쳐 거의 잊혀져온 '주술'의 목소리를 닮았다.

 

그런데, 그 '주술'의 목소리는

글럭의 '시'로도 표현된다.

 

인과관계가 그럴듯하게 그려지는, 치밀한 논리가 녹아든 '서사성'을

이 소설에서 기대하기 힘든 이유도

바로 '주술'을 '알레고리'로 삼아

'서사성'보다는 '원시적 정서'로 이 소설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이미 조앤롤링이 '기독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의식을 지적받았듯이,

켈리 반힐은 '루나'이야기를 통해 '종교를 포함한 모든 문명'의 타당성에 대한 도전의식을 지적받게 될 거 같다.

어찌보면 우리가 신봉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문명이

바로 '보호령'속의 삶과 같은 것은 아닐까?

현대의 거대한 문명들은 서로 배타적으로 적대시하며...

'슬픔 포식자'로 우리 위에 군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기'를 희생양으로 삼아

거대한 슬픔을 당연한 제도로 삼고

그 슬픔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 수녀회의 모습은,

지식과 정보로 우리를 끝없이 절망하게 만드는

현대의 지식인들과 언론인들과 정치인들을 절묘하게 닮았다.

 

소설은 마지막에서 '너도 알겠지만 다 같은 것이란다'로 끝나고 있다.

'우리는 마녀의 것이고, 마녀는 우리 것이야'라며

'마녀의 마법이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축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근엄한 것들(두려움을 조장하고, 절망하게 만들고, 자학하게 만들고, 포기하게 만드는)은,

달빛보다 한없이 약한 것들이었다.

아니, 달빛이 아니라

햇빛 한 줌, 풀빛 하나, 물빛 조금, 눈빛 조각... 등등보다 한없이 약한 것들일 뿐이다.

"태초에... 희망과 축복만이 있었던 것이다. "

소설은 이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