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의 치맛단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9
김민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학생들의 독서토론을 지도하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학생들(그것도 여고생들)의 적극 공감표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이 낯설고 민망하게 느껴졌다. 

왜일까?  

나는 '주제'(의미)를 찾으며 소설을 읽는 세대이고 

'문제의식'(맥락, 사회성)을 부여하며 소설을 평가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 소설이 딱 자신들의 이야기라며 좋아했지만 

과연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것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진짜 활자화되는 책으로서의 가치를 얼마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나는 통 이해가 안 된다. 

이 소설은 청소년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낸 점에서  

확실히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다. 

그런데, 

그 대중성과 통속성 속에 '성장통'은 그려지질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이 '성장소설'로서는 그리 큰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여고생...소현과 소현의 어머니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소망 "예뻐보이고 싶다"가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점은 

유쾌한 일상을 잘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여고생의 세계가 새삼 정리가 되었다. 

'상상/망상, 이분법, 외모지상주의, 얄팍함, 왕따, 소비, 욕망, 표현, 이미지, 자존심...' 

선생님이라고는 고작  

'걔, 학주'로 불리는 사람들만이 등장하는 이 소설과 

이 소설을 쓴 작가의 경험이 비례하는 건 아닐까 싶어 

무척 씁쓸했다. 

학교는 사실 여고생의 치맛단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여고생의 마음가짐을 우려할 뿐이다. 

올려진 치맛단으로 좀더 늘씬하게 보이는 다리보다, 

교복라인과 별개인 됨됨이의 매력를 중요하게 볼 뿐이다. 

이미지는 이미지만을 낳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낳은 이미지는 산산이 흩어지기 쉽다. 

우물에 비친 달이 아니라 

하늘의 달을 보게 하고, 향하게 하는 

그런 고민을 여고생들에게 던져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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