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티피 드그레 지음, 백선희 옮김, 실비 드그레, 알랭 드그레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우선 이렇게 멋진 책이 있나 싶었다. 사진을 잘 모르는 나이지만, 사진찍는 기술이 굉장히 좋은 사람의 예술작품이 가득 채워져있는 사진집... 약간의 글이 있어도 이건 분명 사진집이었다.

첫장에서 이 사진집의 실제 주인공인 '실비 드그레,알랭 드그레'부부의 딸인 '티피 드그레'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이 책의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진집을 두 번 반복해서 읽고난 뒤 내 결론은 달랐다. 이 책은 딸의 목소리를 형식으로 빌려온 부모의 이야기였다. 사진속에 담긴 사진작가의 가치관이 너무나도 분명했고, 그 아래 아이의 글투로 씌여진 글속에 담긴 생각이 분명 어른의 것-즉, 사진작가 부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내 통찰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도 무방하다.하지만, 아이를 관찰하고 키워본 사람은 어느정도 공감해주리라 믿는다.)

결국 이 사진집은 상업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1차로 놓고, 그 다음에 예술이 있고 동심이 있다. 난 사진과 사진 아래 글속에서 아직도 버리지 못한, 아니 결코 떨칠 수 없는 유럽인의 '자기 중심의 문명인식태도'를 보았다. 그들이 부시맨 또는 야생동물과 가까운 건 사실이지만, 고도의 도시문명이 아닌 아프리카의 원시성으로부터 원초적 예술성을 찾고, 영혼의 대화를 찾고 있는 점을 아직도 문명인이 비문명인을 바라보듯이 하고 있는 점이 난 맘에 안들었다.

부시맨은 아프리카문명의 독특한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주체들이다. 그들을 아직 덜 문명화된 자신의 딸아이와 나란히 찍어 놓았지만, 여전히 중심은 자신의 딸아이라는 점을 사진들은 속일 수 없다. 마치 고도의 문명이 아프리카를 이해해주는 아량을 베풀고 있다는 식이라고 해야할까?

특히 자주 등장하는 코끼리 아부가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스타라는 점은 '티피와 야생동물과의 순수한 만남'이라는 책 전체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 한장 한장에 얽힌 어린아이의 추억보다는 어른처럼 인생관과 종교관을 논하는 글들도 전체 주제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책 제목이 차라리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어느 프랑스 소녀의 사진집'이라 해야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권유하기엔 너무 치장되어 있는 것이 많다고 본다. 적절한 비판의식을 귀뜀해줄 필요가 있다고 부모된 어른들에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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