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말라
김준호 외 지음 / 이론과실천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몇 년전 김준호, 손심심 부부의 강연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정말 재주꾼들이라고 느껴졌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열정을 뿜어대며 우리 소리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 말솜씨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기억은 서서히 잊혀지는 법... 그렇게 나도 그 부부를 어렴풋한 기억 저편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최근 우연찮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현란한 말솜씨와 소리, 춤이 다 빠진 그야말로 활자화된 이야기로 그 부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면 위에 펼쳐놓은 우리 소리 이야기란 소리 이야기 이전에 문화 이야기였다. 우리 삶의 역사를 따스한 시선으로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어머니와 내 할머니의 삶이 담긴 문화적 해설서였다. 나아가 나는 김준호, 손심심 두 사람의 가치관, 철학관을 추측해보는 작업도 할 수 있었다. 모든 문화는 그 자체로 대등하며 존중해주어야한다는, 참으로 올곧고 바람직한 가치관이 그들의 이야기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 책은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를 교류하며 문화를 창조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좋은 문화관을 심어주는 책이라 평할 수 있다. 사랑과, 눈물과 죽음에 얽힌 문화적 코드를 그만큼 풍부하게 짚어낼 수 있는 문화학자가 과연 또 있을까 싶다. (물론 진짜배기 할매,할배를 만나면 또 다른 고차원의 문화적 해석을 경험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젊다. 그래서 난 젊음의 열정과 활기로 우리 문화의 한 주춧돌을 세우고 있는 그들의 존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들의 이야기속에 담긴 관점을 잘 살려, 좀 더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우리 소리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나간다면 높은 수준의 독서경험을 이루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니, 우리 소리, 우리 문화에 대한 교양도서로서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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