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되기까지

어젯밤에는 머리털이 한뭉치 빠졌다.
아침엔 잠에서 깨어보니 이가 하나 빠져 있다.

도둑고양이가 털갈이를 위해서
벌서 냉골의 나의 방
문짝을 발톱으로 긁고 있다.

나무 십자가를 내린다.
바삭거리는 종려가지에서 이파리들을 훑어내고
나는 잠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커튼은 잘 닫혀 있는지

어머니, 내 머리맡에서 유령처럼
여름날에 따두었던 탱자알로 즙을 만든다.
알레르기 돋은 살은 문지르고 있다.
[내 탓이었어요]

모두가 습관처럼 어깨를 들먹이고
등불에서 빛을 훔쳐낸 자들은 고해소로 간다.
몇십 알의 알약과 두어 병의 쥐약과
목걸대로 이용할 넥타이와, 유산으로 남기는
각자의 몫을 들고

바람은 액자의 틀을 벗긴다.
무수한 나뭇잎들이 떨어질 것이다.
엄숙한 햇살 한 점 밑에
나를 빠져나온 내가 뒹굴고 있다.


詩 이연주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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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4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11-24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멋있어요... ^^

2005-11-24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5-11-24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쓸쓸한 시에요
ㅡ.ㅡ

rainy 2005-11-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를 보고 있었습니다. 무슨? 첫인사를 남길 기회죠^^
이 시가 첫인사에 어울리기냐 하냐고.. 저도 쓸쓸해 하면서..
그래도.. 남김니다.. 인사도 기운 날 때 해야 하니까 ^^

2005-11-24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1-24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님의 닉네임만 봐도 이쁩니다. 앞으로 제가 올리는 시를 다 읽고 외워주세요. 시험...보겠습니다 =3 =3
검둥개님, 낙엽 깔린 사진이 없어서...낙엽이 되기 전으로 대체한건데 괜찮지요? ^^
몽님, 나도 막...쓸쓸해요. 어젯밤에도 몹시...ㅠㅠ
레이니님, 반갑습니다. 인사 주셔서 감사해요. 자주 뵈요. 늘 기운 나셨으면 좋겠어요 ^^

2005-11-24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11-2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연주의 이름을 윤대녕의 단편에서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잔뜩 멋부린 제목이었는데 January 1992 미아리통신인가..

플레져 2005-11-2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니케어님 오랜만에 발걸음, 흔적...반가워요.
저도 그 소설에서 이연주 이름을 처음 보았어요. 1993, 연도가 그랬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