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詩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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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1-07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시에 멋진 실루엣입니다.

2005-11-07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11-0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긴 해도 플레져님이 멋지다는 얘기는 진실입니다. 제가 팬인 거 아시죠?

mong 2005-11-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털썩....

로드무비 2005-11-0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오늘은 저 구절이 눈에 들어오네!^^

플레져 2005-11-0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최승자 시인의 시는 나이들수록 이해되고 수긍하게 되요...
과추가 좋아님, 그렇지요? ^^
몽님, 자~ 내 손을 잡고 일어나세요. 루머를 이겨내자구요 ^^
속삭이님 님들, 고맙습니다 ^^ 최승자 시인의 시가 님의 마음에 와 닿는 날이 있을거라 믿어요.
마태우스님, 제 서재 이미지가 시와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2005-11-08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